청소년신문[요즘것들](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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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사람이라는 각인
아랫사람이라는 각인 중학교에 입학하니 당황스러웠다. 명찰 색깔로 학년을 눈에 보이게 나눈다고 하길래 처음엔 그냥 신기한 방식 정도로 느꼈는데, 위 학년이면 아래 학년이 먼저 고개와 허리를 숙여서 인사를 하라고 했던 것이다. 위 학년에게는 꼬박꼬박 ‘선배님’이라고 부르고 존댓말을 하라고도 했다. 학생회 간부가 공식적으로 그런 이야기를 해서 더 당황스러웠다. 다른 초등학교에선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선 그런 식의 요구를 하지는 않았었다. 존댓말을 하는지 반말을 하는지는 각자가 관계에 따라 알아서 했다. 그런데 중학교에 입학하니까 교복과 명찰로 학년을 구분하고 위 학년에게 먼저 허리를 숙이는 게 당연한 일처럼 여겨졌고, 교사들도 그러라고 이야기했다. 왜 그래야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고등..
2017.11.26 -
어른들만의 ‘예의’
어른들만의 ‘예의’ 부모들은 조금만 청소년이 말을 하려 하면 “말버릇이 그게 뭐냐?”, “예의를 지켜라.”라고 말한다. 청소년은 성장하면서 어떤 게 옳거나 옳지 않은 것인가를 배우게 된다. 그렇게 성장하면서 말 속의 모순점이나 옳지 않은 내용을 따지게 되는 경우가 생기고, 그 과정에서 의견차이가 더 벌어져 말다툼을 벌이기가 쉬워진다. 만약 어른과 청소년 사이에 의견충돌이 있게 된다면 반드시 어른이 이긴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어른들을 청소년보다 항상 ‘위’로 보는 경향이 있고, 그 때문에 어른은 예의를 지키지 않으면서 청소년에게만 예의를 강요할 때가 있다. 요즈음 나는 어머니와 주말마다 싸우고는 한다. 의견차이가 꽤나 클뿐더러 어머니가 나에게만 예의를 강요하는 것 때문에 언성이 높아지고, 결국 몸싸움까..
2017.11.25 -
2017 선언
올해도 어김없이 대학입시를 위한 수능이 치러질 예정이다. 하지만 여기 입시경쟁과 학력학벌차별에 반대하며 대학입시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거창하고 대단한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11월 6일부터 코너를 통해 대학입시거부자 10여 명의 목소리를 담고자 한다. 이들이 직접 전하는 대학입시거부의 이유와 의미를 들어보자. -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 지난 6일부터 시작된 릴레이 기고의 마지막입니다. 몇년 전 대학교를 자퇴하고 사진과 영상제작 활동을 하고 계신 원석 님께서 올해 대학입시거부 선언에 함께하는 의미를 영상에 담아주셨습니다. 2017 선언 여장을 꾸미고신발끈 여미고 길을 걷는다 맑은 날이 좋고비가 와도 좋다 산과 구름이 좋고꽃과 바다가 좋다 빛이..
2017.11.21 -
이제는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대학입시를 위한 수능이 치러질 예정이다. 하지만 여기 입시경쟁과 학력학벌차별에 반대하며 대학입시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거창하고 대단한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11월 6일부터 코너를 통해 대학입시거부자 10여 명의 목소리를 담고자 한다. 이들이 직접 전하는 대학입시거부의 이유와 의미를 들어보자. -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 이제는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나는 지금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다. 중학교까지는 일반학교를 다니다가, 내가 대안학교 진학을 선택하였고, 올해로 2년차 대안학교 생활을 하고 있다. 대안학교를 다니면서, 일반학교의 주입식 교육과 끝없는 경쟁, 학생의 인권을 무시하는 그 모든 것들이 얼마나 우리를 억압하는 것인지 알게..
2017.11.17 -
지문 43
올해도 어김없이 대학입시를 위한 수능이 치러질 예정이다. 하지만 여기 입시경쟁과 학력학벌차별에 반대하며 대학입시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거창하고 대단한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11월 6일부터 코너를 통해 대학입시거부자 10여 명의 목소리를 담고자 한다. 이들이 직접 전하는 대학입시거부의 이유와 의미를 들어보자. -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 지문 43 “너 지금 뭐해?” “아, 아무것도 안 해요….” 입 밖으로 낸 소리가 생각보다 커서 말끝이 흐려졌다. 몇 여자애들의 상황을 살피는 듯한 시선이 느껴졌다. 샤프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해야 해, 정말 별 것 아닌 것 같이 숨겨야 해, 이상한 걸 숨기려는 게 아니라 내 사생활을..
2017.11.16 -
나는 대학을 거부한다. - 내 십 대의 끄트머리에 서서
2017년 11월 16일, 올해도 어김없이 대학입시를 위한 수능이 치러질 예정이다. 하지만 여기 입시경쟁과 학력학벌차별에 반대하며 대학입시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거창하고 대단한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11월 6일부터 15일까지 코너를 통해 대학입시거부자 10여 명의 목소리를 담고자 한다. 이들이 직접 전하는 대학입시거부의 이유와 의미를 들어보자. -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 나는 대학을 거부한다. 내 십 대의 끄트머리에 서서 평범하게 살다가 촛불과 운동을 만나기까지 나는 소위 ‘교육열 높은 부모’의 자식으로 태어났다. 8살인가 9살 때 처음 영어학원에 다녔고, 초등학교 4학년 때인가엔 수학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이 나라엔 교육열이 높은 부모..
2017.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