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만의 ‘예의’

2017. 11. 25. 21:39극한직업청소년



어른들만의 ‘예의’


 부모들은 조금만 청소년이 말을 하려 하면 “말버릇이 그게 뭐냐?”, “예의를 지켜라.”라고 말한다. 청소년은 성장하면서 어떤 게 옳거나 옳지 않은 것인가를 배우게 된다. 그렇게 성장하면서 말 속의 모순점이나 옳지 않은 내용을 따지게 되는 경우가 생기고, 그 과정에서 의견차이가 더 벌어져 말다툼을 벌이기가 쉬워진다.


 만약 어른과 청소년 사이에 의견충돌이 있게 된다면 반드시 어른이 이긴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어른들을 청소년보다 항상 ‘위’로 보는 경향이 있고, 그 때문에 어른은 예의를 지키지 않으면서 청소년에게만 예의를 강요할 때가 있다.


 요즈음 나는 어머니와 주말마다 싸우고는 한다. 의견차이가 꽤나 클뿐더러 어머니가 나에게만 예의를 강요하는 것 때문에 언성이 높아지고, 결국 몸싸움까지 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굳이 분쟁이 일어난 이유를 찾자면 성적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어머니는 내가 좋은 성적을 받기를 바라고 있었는데, 한 과목의 점수가 낮게 나온 것을 가지고 나를 닦달했다. 나는 어머니에게 그 정도면 잘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어머니는 만족하지 못한 듯했다. 그때부터 어머니는 이상한 것들을 마치 사실인 양 말하기 시작했다. 모든 게 핸드폰 때문이라면서 박살내겠다고 협박까지 했다. 하지만 어머니의 주장에는 타당한 근거가 전혀 없었다. 나는 가만히 듣다가도 아니라고 부정했다. 사실이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어머니는 그 말을 믿을 수 없다고 하면서 내게 소위 ‘막말’을 하기 시작했으며, 그 속에는 나의 자존심을 깎아내리는 말들이 담겨있었다. 나는 최대한 참아 보려 입술을 꽉 깨물고 주먹까지 쥐었지만, 어머니는 다음에는 정신병자를 혐오하는 말들을 했다. 나는 참을 수 없어 어머니의 언행에 모두 반박하면서 반말을 쓰기 시작했다. 계속 모욕적인 말을 들어서인지 목소리가 떨리고,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나의 말은 모두 맞는 말이었다. 계속 맞는 말만 해서인지 어머니는 이제 내가 ‘반말’을 쓰는 것에 대하여 욕을 하기 시작했고, 나는 “상대가 예의를 지키지 않는데 왜 내가 예의를 지켜야하나?”라며 맞받아쳤다. 어머니는 폭력을 행사했고, 나는 그것에 적극적으로 저항했지만, 마지막에 돌아온 말은 ‘패륜아’라는 말이었다.


 이런 식으로 어른들은 조금만 그들의 의견에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거나 옳지 않음을 지적하면 그것을 부정하며 오히려 자신들만의 예의를 강요하고는 한다. 예의는 한쪽에서 강요한다고 지켜지는 것이 아니며, 강요를 할 때도, 본인이 예의를 잘 지키는지를 검토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의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다.


- 김월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