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연재/2018 나의 대학입시거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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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대학입시거부선언에 함께한다
2018 대학입시거부선언에 함께한다 수능 시험을 약 한 달 남기고 고3 교실은 긴장감이 흐른다. 나는 그 안에 있는 1명이지만, 대학 입시를 치르지 않을 생각이기에 좀 붕 떠 있는 듯한 기분이다. 일반고 3학년 교실에서 대학에 가지 않는 학생이란 때로는 투명인간 같고 때로는 불편함을 유발하는 이방인 같다. 본래 나도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는 대학에 갈 생각이었다. 하고 싶은 것도 있었고 가고 싶은 학교도 있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다닐수록 바라는 만큼 성적이 좋게 나오진 않았고, 내가 가고 싶은 대학은 점점 멀어져 가는 것만 같았다. 자책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또 다른 의문이 싹텄다. 어째서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으면, 뭘 하든 성적이 좋아야 하고 대학을 나와야 하는 걸까?..
2018.11.13 -
내가 대학에 가지 않은 3가지 이유
내가 대학에 가지 않은 3가지 이유 나는 올해 대학에 가지 않았다. 어른들은 순서가 바뀌었다며 얼른 대학에 가라고 재촉한다. 공부에는 때가 있으니 뭐든 대학 간 뒤에 하라고. 방황은 짧을수록 좋다고 한다. 나는 왜 대학에 가지 않았을까? 나름대로 생각하고 정리해본 3가지 이유를 적어 내려가 보겠다. 1. 현재 우리 사회에 대한 분노를 드러내기 위함이다. 온갖 시험들이 나를 가차 없이 평가하고 채찍질 할 때마다 들었던 부끄러움, 불안, 주눅. 끊임없이 대학생의 삶을 부풀려 듣는 것, 또 끊임없이 할 수 있다고 하는 것, 약간의 체벌과 낙오자 취급, 서로를 부럽게 혹은 낮추어 보는 시선, 공부를 잘하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 되는 것, 종이 위에 적혀진 숫자에 하루 기분이 달라지는 익숙한 감각들. 우리 모두 많..
2018.11.12 -
더는 버리지 않기 위해서
더는 버리지 않기 위해서 나아가기 위해 버려온 것들 얼마 전에 친구가 이런 얘기를 합디다. 자기는 원래 꿈도 있고, 가치관도 있고, 약자에 대한 감수성도 있었다고. 그래서 처음엔 그걸 다 등짐으로 지고 달렸다고. 그런데 짐이 너무 무거워 차츰 지쳐갔고, 그래서 남들은 어떻게 달리고 있나 흘금 보니 짐 하나 없이 홀가분하게 달리기만 하더란 겁니다. 그래서 따라잡으려면 자기도 하나씩 버릴 수밖에 없었다고, 이 길목에서 꿈을 보따리 채 버리고, 저 언덕에서 가치관도 버리고,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버려와 지금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버리지 않으면 나아갈 수 없기에, 버리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기에 그랬답니다. 그렇게 말하는 친구 앞에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참 순진했습니다. 버리지 않아도 되는 ..
2018.11.11 -
나는 대학을 접었다
나는 대학을 접었다 내가 좋아하는 단어 중 하나는 진리의 상아탑이다. 대학의 상징이기도 한 이 단어는 대학이란 미지의 장소에 대해 고3이었던 내가 가지고 있던 이미지였으며 교육이란 행위에 대해 나름의 동경을 가지고 있던 내가 교육에 있어서 최고의 칭호라 생각하던 단어였다. 2016년 2월 학교를 졸업하고 나는 16학번을 달아 대학에 갔다. 부푼 기대를 안고 말이지, 그렇게 부푼 기대를 1년만에 시원하게 말아먹은 뒤 2년째 회사를 다니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반짝반짝하는 것들 사이에 들어가면 나도 함께 빛나는 줄 알았다. 나에게 있어서 대학은 보석이었다. 그 속을 보니 그건 썩어 문드러져 있었고 진리는커녕 진리에 대해 다시 정의해야 하는 건지 현타가 찾아오더라. 몇 년간 나는 무슨 기대를 가지고 있었나. ..
2018.11.09 -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다. 나는 어릴때부터 홀로 생각에 잠기는걸 좋아했다. 아무말 없이 조용히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읽거나 아니면 잠을 자거나 말이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싫은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굳이 어울리고싶은 마음은 없었다. 19살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리 긴 삶은 아니지만 꽤나 많은 관계를 거치며 즐겁고 실망하며 여러가지 관계를 배워왔다. 이러한 과정에도 불구하고 사람들과 완만한 관계를 유지하는건 내게 큰 스트레스였다. 고등학교를 다니는 내내 셀 수 없이 많은 아이들과 의견충돌을 빚었고 그럴 때마다 버티기 버거웠고 사람에게 실망했다. 그렇기에 나는 학교라는 공간이 힘들었다. 타인과 접촉하는 일은 내게 끊임없는 스트레스였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래서일까 나는 홀로 공부하고 탐구하는걸 좋..
2018.11.07 -
대학이라는 ‘보험’을 들지 않기로 했다.
대학이라는 ‘보험’을 들지 않기로 했다. 1000명이 성공을 위해 줄 선 사람들이라고 한다면, 고등학교 2학년 당시 평균 8등급이던 나는 아마 1000번째 였을 것이다. 왜 그렇게 공부를 못했느냐고? 일단 우리집은 가난해서 사교육 같은 건 시킬 여유가 없었다. 또한 우리 부모님은 자신들의 선택을 억지로 강요하는 분들이 아니었다. 대신 모든 선택은 나 스스로 책임을 지게 하셨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학교공부가 더럽게 재미없었다. 인생의 절반을 학교에서 보내는데 학교에서 하는 말이 ‘공부해야 먹고 살 수 있다.’라면 어찌 펜 한 번 들어보려 시도 한 번 안 해 봤겠는가. 게임 좋아하던 나에게 학교공부는 그 여러 번의 시도들이 좌절될 정도로 오버워치보다 가치가 없었다. 입시경쟁은 생존싸움이다. 대학..
2018.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