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다.

2018. 11. 7. 18:24특별 연재/2018 나의 대학입시거부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다.




 나는 어릴때부터 홀로 생각에 잠기는걸 좋아했다. 아무말 없이 조용히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읽거나 아니면 잠을 자거나 말이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싫은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굳이 어울리고싶은 마음은 없었다. 19살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리 긴 삶은 아니지만 꽤나 많은 관계를 거치며 즐겁고 실망하며 여러가지 관계를 배워왔다. 이러한 과정에도 불구하고 사람들과 완만한 관계를 유지하는건 내게 큰 스트레스였다. 고등학교를 다니는 내내 셀 수 없이 많은 아이들과 의견충돌을 빚었고 그럴 때마다 버티기 버거웠고 사람에게 실망했다. 그렇기에 나는 학교라는 공간이 힘들었다. 타인과 접촉하는 일은 내게 끊임없는 스트레스였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래서일까 나는 홀로 공부하고 탐구하는걸 좋아한다. 누군가 옆에서 알려주면 더 빠르고 정확히 배울 수 있지만 스스로 느리게, 몇 번이든 알고싶은 내용을 곱씹는 편이 나와는 맞는 방법이었다. 어린시절 나는 그저 남들이 학원에 다니니까, 남들도 하는건데 왜 나는 못할까, 라는 강박관념에 휩싸인채 살아왔다. 솔직히 꾸준히 내 길이라 믿어왔던 미술입시도 선생님과의 다툼으로 욱하는 마음에 그만두었다. 누군가는 너무 감정적인 선택이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시절 나는 끊임없는 고민과 스트레스로 방황하고있었다. 좋아하는 그림을 하기 위해 굳이 지금 이 순간을 참아가며 대학에 들어가 그림을 그릴정도로 내가 그림을 좋아하는걸까? 점점 지치는데 그때까지 내가 좋아할 자신이 있을까? 이러한 생각을 가지다 끝내 그림을 그만두고는 한동안 펜을 잡는 일도 없었다. 한동안은 자괴감으로 우울한 나날을 보내며 자책만을 했다. 나는 왜 남들처럼 타인과의 교류도 원할하지 못하며 남들처럼 끈기없이 버티질 못해 그만두는걸까? 남들은 잘만 다니는 학교를 나는 왜 힘들어할까? 나는 왜 남들처럼, 타인처럼.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타인의 기준에 나를 끼워맞춰야 하는 걸까? 나는 남들과 다르다. 나는 나이지 타인이 아니기에 못할 수 있는게 아닐까? 다른 이들보다 인간관계가 좁을 수도 있지, 힘들어서 버티지 못할 수도 있지, 학교에 다니는 게 버거울 수 있지, 그럴 수도 있지. 우리는 그럴 수도 있지 라는 마인드를 가져야한다. 하지 못한다고, 해내지 못했다고 비난하면 안된다. 사람이 정한 평균값엔 언제나 허점이 존재한다. 우리는 그 누구도 타인과 같을 수 없다. 고작 타인과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하면 안된다. 나는 남들과 다르기에 대학을 가지 않는다. 이것은 내 선택이며 누군가의 비난을 받을 이유는 없다. 언젠가 선생님이 내게 난초같은 사람이 되라고 말씀하신 적이있다. 갈대들은 서로가 없으면 살아남지 못하지만 난초는 홀로 자라 그 자리에서 꿋꿋이 버틸 수 있다고. 세상엔 수많은 갈대들과 난초가 있다. 그 안에 버티는 난초도 있지만 분명 혼자인게 힘든 난초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이곳에서 혼자인 난초에게 지지를 보낼 것이다. 우리는 소수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당신의 선택이 그 무엇이라도 나는 이곳에서 지지를 보낼 것이다.

 

ㅡ 대학입시거부자 손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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