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학을 접었다

2018. 11. 9. 18:50특별 연재/2018 나의 대학입시거부

나는 대학을 접었다

 



 내가 좋아하는 단어 중 하나는 진리의 상아탑이다. 학의 상징이기도 한 이 단어는 대학이란 미지의 장소에 대해 고3이었던 내가 가지고 있던 이미지였으며 교육이란 행위에 대해 나름의 동경을 가지고 있던 내가 교육에 있어서 최고의 칭호라 생각하던 단어였다. 20162월 학교를 졸업하고 나는 16학번을 달아 대학에 갔다. 부푼 기대를 안고 말이지, 그렇게 부푼 기대를 1년만에 시원하게 말아먹은 뒤 2년째 회사를 다니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반짝반짝하는 것들 사이에 들어가면 나도 함께 빛나는 줄 알았다. 나에게 있어서 대학은 보석이었다. 그 속을 보니 그건 썩어 문드러져 있었고 진리는커녕 진리에 대해 다시 정의해야 하는 건지 현타가 찾아오더라. 몇 년간 나는 무슨 기대를 가지고 있었나. 아니면 저놈들이 뒤통수를 친걸까. 꿈 깨라고 말이지.

 


 멋진 수업이라든지, 멋진 교육자가 없다면 하다못해 1년에 천 단위 돈을 받아드셨으니 그에 상응하는 지식을 전해줄 수 있어야 공평한 거 아닌가. 교수님 제가 뭔가 많이 바란 걸까요. 저는 천을 줬으니 천짜리 지식을 원했을 뿐인걸요.


 

 취업자양성소라는 말은 목적 없이 대학의 문을 두드린 사람에 한정된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사실 틀렸었다. 사람이 목적이 없는 게 아니라 대학이 목적을 제시해주지 않는다. 아 물론 대학은 목적이 있다. . 학생이라 부르고 고객이라 쓰는 이들에게 돈을 걷는다. 누가 알았겠나. 교육이 아니라 서비스 업체였는걸. 서비스 업체에 진리의 상아탑이라 불러도 소용이 없는걸. 아무튼 대학을 다니는 1년간 배신감과 허탈함에 몸서리치면서 고작 이런 사기극에 사회가, 그리고 그 구성원들이 놀아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마음속에 새겨넣었다. 배움과 교육은 그 가치가 없는 이상 그것을 거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 돈을 쏟고, 얼마나 높은 교육기관에 소속되어있다 하더라도 무가치하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이런 사기극. 거부하지 않으면 모두가 놀아날 뿐이다.


임재원



투명가방끈은 수능시험이 치뤄지는 11월15일 목요일,

'2018대학입시거부선언'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는 <멈춘자들의행진>을 개최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투명가방끈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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