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sm Special(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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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탈출한 청소년들
학교를 탈출한 청소년들 - 삽화: 조행하 우리 사회에는 학교에 가지 않으려는 청소년에 대한 익숙한 서사가 존재한다. ‘부모와 교사는 청소년에게 학교에 가라고 하지만, 청소년은 학교에 가는 것을 싫어한다.’가 그것이다. ‘청소년은 원래 공부를 싫어하기 때문에’ 부모나 교사는 청소년의 의사와 상관없이 무조건 청소년을 학교에 가게 하는 것을 옳은 일이라고 여긴다. 이는 청소년은 애초에 미성숙하기 때문에 배움을 피하므로, 그들을 성숙한 시민으로 만들기 위해 공부를 강요해야 한다는 편견을 전제한 생각이다. 그런 흐름 속에서 학교를 탈출한 청소년은 확실하게 ‘비행 청소년’의 틀에 갇힌다. 탈학교 청소년에게는 ‘공부하기 싫어서’, ‘선생님 말 안 들어서’, ‘철이 없어서 학교를 나온 애들’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모..
2019.10.01 -
‘좋은 어른’은 차별주의자다
‘좋은 어른’은 차별주의자다 -삽화: 조행하 청소년의 권리는 항상 비청소년에 의해 유예되고, 차단될 위협에 놓여 있다. 비청소년들은 청소년이 직접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실행할 기회를 빼앗는다.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웠다는 이유로 징계를 내리기도 하고,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가정에서 쫓아내기도 한다. 성적이 떨어지면 안 된다는 이유로 일상을 조각조각 내어 끝없이 감시하기도 한다. 심지어 참정권조차 앗아갔다. 청소년은 미성숙하고, 따라서 비청소년에게 보호받아야 된다는 명목을 내세워서 말이다. 청소년의 책임을 빼앗아 가진 비청소년은, 청소년이 부럽다는 듯 “너희 때가 좋은 거야”라고 비아냥거린다. 이는 청소년을 책임지고 보호해야만 하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불만 토로이기도 하다. 이러니 ‘착한 아이’들은 화가 ..
2019.06.27 -
'건강'과 '인권'의 관계
'건강'과 '인권'의 관계 -삽화: 조행하 ‘건강’과 ‘인권’의 관계 청소년의 건강권, 다소 생소한 말일 수도 있다. 우리는 건강을 권리와 연결 지어 생각하지 못할 때가 많다. 특히, ‘청소년’이 붙는 순간에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노인이나 희소병 환자도 아니고 청소년이 건강권을 말한다고? 지나가는 한 비청소년은 혀를 끌끌 찬다. “너희 때는 돌도 씹어 먹을 나이야!” 세계 보건 기구(WHO)에서는, 건강권이란 ‘단순히 질병이나 허약함이 없는 상태가 아닌,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한 안녕 상태’라고 말했다. 이러한 건강은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일차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개인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충실한 자기 관리만큼이나 건강한 사회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이는..
2019.03.28 -
Special 01 :: 예비 시민 말고 오늘의 시민
Special 01 :: 예비 시민 말고 오늘의 시민 청소년 선거운동 금지에 대한 불복종행동과 청소년참정권 요구 선언 발표 봄날답지 않게 하늘이 흐렸다. 총선 직전, 게다가 토요일이기 때문인지 기자가 많이 모이지 않았다. 거리의 사람들은 잠시 돌아보다가도 바쁜 길을 갔다. 하지만 모두가 듣지 않아도 서로가 듣고 있으므로, 꾹꾹 눌러왔던 하고 싶던 말들은 또렷하게 이어졌다. 각자가 지지하는 정당을 장미, 나뭇잎 등으로 나타낸 빳빳한 종이장식 머리띠와 공들인 피켓, 입을 막는 선거법을 은유한 흰색 마스크가 화사한 빛을 냈다. 4/9 (토)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청소년총선대응네트워크(이하 청소년총선대응넷)의 ‘청소년의 선거운동 금지에 대한 불복종행동’ 기자회견이다. 8인의 청소년이 각자 지지하는 정당과 이유를 ..
2019.03.11 -
입시, 차별과 불평등에 대한 공포
우리는 미래가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이다! 청소년인권과 관련해서, 한번쯤은 들어봤을 말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자. 미래가 아닌 현재를 살아간다는 게 무슨 말일까? 타임머신이 발명되지 않는 이상, 우리는 모두 현재에 살고 있다. 그러나 현재에 하는 모든 행동들이 미래를 위한 준비 취급을 받을 때, 현재 상태는 완전하지 않고 미래 어느 시점에 도달해야만 완전해질 수 있다고 여겨질 때 우리는 현재를 온전히 살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그래서 이 슬로건은 어쩌면, “우리는 입시를 준비하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다.”는 의미일 지도 모른다. 입시란 입학시험의 준말이다. 보통은 시험지를 푸는 것뿐 아니라, 상급학교로 진학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모든 과정을 통칭한다. 그리고 상급 학교의 가장 마지막 단계는..
2019.01.03 -
혐오에 갇힌 청소년
혐오에 갇힌 청소년청소년혐오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 삽화: 라망 우리 사회의 청소년에게는 여러 가지 이미지가 씌워져 있다. 사람들은 대개 청소년을 어른들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무력한 피해자로 대하면서도, 때로는 언제 범죄와 비행을 저지를지 모르는 충동적이고 불안한 사람으로 바라본다. 그러면서도 한편 청소년은 그들의 미래의 꿈과 희망이기도 하다. 때문에 학업 등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이유로 그들의 권리는 미래로 유예되었고, 미래만이 강조된 나머지 청소년이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은 잘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이러한 편견들은 동시에 작용하며 청소년의 삶을 옭아맨다. 하지만 그 청소년이 만 19세가 되는 순간, 대우는 180도 달라진다. 왜 사람들은 청소년과 비청소년을 이렇게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2018.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