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sm Special(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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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는 필요 없다 언니도 필요 없다 - ‘언니’, ‘자매애’ 속 나이주의와 가족주의를 넘어서
디자인 : 정다루 1990년대 페미니스트들은 소위 ‘진보’라 일컬어지는 운동사회 내의 가부장제를 지적하며 “오빠는 필요 없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그런 문제제기와 투쟁에 힘입어 운동사회 안에서는 꾸준히 가부장제와 남성중심성, 성차별, 성폭력, 여성혐오 등에 대한 경계 기반이 만들어져 왔다. 그러나 ‘오빠’에 담긴 젠더위계에 비해 나이위계에 대한 문제의식은 크게 공론화되지 않았다. 2017년인 지금 여전히 곳곳에서 보이는 ‘언니’라는 표현이 그것을 보여준다.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페미니스트 활동가 모임인 ‘불꽃페미액션’에서는 지난 2월 말 〈언니들의 성교육〉이라는 이름의 대학교 신입생 대상 강연을 기획해 홍보했다. 홍보물에는 “연령과 관계없이 상호존중하는 친밀한 여성참가자들을 부르는..
2017.04.25 -
저는 여성이고 청소년인데 제 인권을 반으로 자를 수 있습니까
저는 여성이고 청소년인데 제 인권을 반으로 자를 수 있습니까 그림 : 조행하 여성단체 등의 페미니즘 모임에 청소년으로서 함께 한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 청소년으로서 겪은 불편함이나 어려움, 직·간접적인 차별이나 배제, 혐오가 있었는지를 물었다. 대표적으로 청소년 페미니스트의 활동을 기특하게 여기는 것, 청소년의 성과 섹슈얼리티를 폭력과 착취로부터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만 보는 관점, 청소년 참여자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모임 여건이나 뒤풀이 문화 등이 지적되었다. 페미니스트가 되면 기특한 사람들 “제가 페미니즘을 하면 기특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페미:나〉를 준비하면서 페북 페이지에 올라오는 게시물을 ‘어린애들이 기특하다’는 투로 공유하신 분도 보았고, 제가 페미니즘에 대해 이야기하면 ‘어린..
2017.04.23 -
흡연하는 청소년은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가?
많은 학교에서 ‘흡연’은 징계의 최고 수위를 도맡는다. 그것이 ‘퇴학’이든, ‘출석 정지’나 ‘특별 교육 이수’든, 흡연하는 학생은 학교에서 최대한 부과할 수 있는 모든 징계들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학칙은 학교라는 사회 안에서 거스를 수 없는 법처럼 작용하고 있었지만, 학교 밖에 있는 사람들은 학칙에 무관심했다. 학칙의 징계 사항은 대부분 학생들과의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교사와 학교 관리자에 의해 임의로 쓰인 것이다. 그 징계 사항들이 적절한지,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지는 않는지에 대한 논의는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러한 와중에 흡연하는 청소년에 대한 징계는 그들을 향한 교사와 관리자, 사실상 사회 전반의 폭력적이고 혐오적인 시선을 그대로 반영했다. 어떠한 문제의식 없이, 학교가 흡연하는..
2016.11.29 -
청소년이 자립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해
청소년은 각자 다른 여러 가지 이유로 탈-가정*을 한다. 가정이 청소년에 게 ‘부모’의 말을 따르는 ‘자식’의 역할을 강요하는 억압적인 공간이라는 것은 그 이유 중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청소년은 부모와 가정에 속해야 한다는 사람들의 생각과 탈가정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 그리고 그런 생각들을 반영하고 있는 정책은 청소년의 자립을 더 힘들게 만든다. 청소년을 보호받아야 하는 ‘미성숙한’ 대상으로 보고, 청소년의 탈가정을 일시적인 일탈로 취급하는 사회에서 청소년의 가정 밖 생활과 자립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가정을 떠나더라도 탈가정 청소년이 주체적이고 안정적으로 머물 수 있는 공간은 많지 않다. 이상한 나라의 거주자 칠봉은 ”탈가정 생활 동안 지내고 있는 공간이 불안정하니까 불안해서 뭘 제대로 하기 힘들었..
2016.11.21 -
‘평범한 가족’은 없다
“저같이 폭력 당하는지 모르고 살지 말았음 좋겠어요” O(17,여) 한국의 법이 ‘부모를 비롯한 보호자가 아동에게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학대로 규정하고 처벌하기 시작한 것이 작년 9월이다. 부모도 자녀에게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된다는 인식을 확산하는 일보의 발전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체벌과 감금 등 심한 사례만을 가정폭력으로 인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생활통제, 즉 외출금지, 강제학습, 용돈 끊기, 종교 강요, 대인관계 간섭, 핸드폰 규제 등은 여전히 훈육법으로 통용되고 있다. 그러나 실상 생활통제는 육체적 및 언어적 폭력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그것은 한국 사회에서 문화적으로 용인되고 경제적으로 설계되어 있다. 요즘것들은 인터넷 설문조사와 개별 인터뷰를 통해, 사회적으로 인정되지 ..
2016.11.14 -
지역에 청소년이 산다
하지만 청소년도 주민이다 그림 : 조행하 청소년 참정권에 대한 논의가 있었을 때, 누군가는 ‘교육감 선거만이라도 청소년이 할 수 있게 하자’고 했다. 교육에 관한 결정들은 청소년에게 크게 영향을 미치는 일이기 때문에 청소년이 간접적으로 교육감 선거에 참여할 수 있게 하자는 주장이었다. 지역 의원 또는 국회의원 선거까지 확장해서 투표 가능한 나이를 낮추자고 주장하는 것보다 교육감 선거만을 이야기했을 때 사람들은 비교적 쉽게 고개를 끄덕였다. 청소년과 교육이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탓이었다. 일상적으로 ‘학생’이라는 말이 ‘청소년’과 구분 없이 쓰이고 있는 것처럼, 사회는 교육이라는 범위 밖에 있는 청소년을 쉽게 상상하지 못한다. 하지만 청소년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건 교육뿐일까? 청..
2016.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