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직업청소년(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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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게 해줘
학교 가게 해줘 학교 가고 싶다나를 포함하여, 내 주변 청소년 트랜스젠더 친구 중, 학교를 자퇴하지 않은 친구를 찾기 힘들다. 죄다 학교에서 말도 안 되는 폭력과 멸시, 소외를 경험했고 그럼에도 아등바등 학교생활을 버티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학교생활을 버티기 위해 스스로 감정을 지우고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고자 노력했다고도 한다. 남들은 싫다고 하지만,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 급식 먹는 것, 심지어 교복을 입고 시험으로 인한 압박마저 너무나 소중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내 친구들은 죄다 자퇴했다.그래놓고 매번 모여서 학교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눌 때, 한다는 소리는 '학교 가고 싶다'라는 것이다. 나를 공부와 생활에 있어 다그치던 선생님들도, 이상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던 아이들도, 심지어는 내가..
2019.10.21 -
탈학교엔 질문이, 내 대답엔 짐작이 따라온다
탈학교엔 질문이, 내 대답엔 짐작이 따라온다 탈학교를 했다고 하면 사람들은 왜 했느냐고 묻는다. 대답은 항상 다르다. 재미없어서요. 대인관계가 질려서요. 공부가 스트레스여서요. 아무도 믿지 않는다. 아무리 열심히 설명해도 학교에 친구가 없어서, 공부를 못 해서, 말하지 못할 비밀이 있어서 하는 식으로 이해한다. 그들은 내가 화장을 진하게 하면 학교에서 잘렸다고, 안경을 쓰고 트레이닝복을 입으면 학교에 적응 못 했다고 생각한다. 따라붙는 꼬리표가 싫어서 최대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설명하지만, 무엇보다 자퇴엔 엄청난 이유가 따라붙을 거라는 생각이 제일 싫다. 사실 자퇴는 내 인생에서 큰 전환점이 아니어서 이유가 기억도 안 난다. 그래서 요즘은 거꾸로 되묻는다. ‘당신은 왜 학교에 다니나요(다녔나요)?’ 반..
2019.10.21 -
보호주의에서 나타나는 청소년 혐오
보호주의에서 나타나는 청소년 혐오 나는 현재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이다. 정확하게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고등학교 입학 전부터 우울증을 앓아왔다. 제일 큰 원인이라고 하자면 입시로 인한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 예전엔 감정 기복이 매우 심한 정도였다면 이제는 어떠한 방법으로라도 자해를 해야 그나마 진정이 될 정도였다. 더 심하게는 자살 시도까지 해야 하는 정도였다.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했고 식이 장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까지 가는 일도 있었다. 먹고 먹어도 또 먹고 싶었고, 나중엔 꼭 토를 하고 싶어졌다. 또 기억력이 아주 심하게 감퇴되어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겼다. 사소한 것조차 기억을 하지 못해 난감한 상황도 두루 있었다. 상태가 심각한 만큼, 전문적인 상담을 받거나 정신과 진료를 받아 약을 처..
2019.07.04 -
날 위한 보호는 없었다
날 위한 보호는 없었다 엄마는 항상 내가 집을 나서면 언제 집을 나가는지, 어디를 가는지, 누구를 만나는지 알고 싶어 했다. 집을 나간 뒤 한참이 지나서야 연락을 하면, 엄마는 ‘같이 사는 사람’으로서 도리가 아니라며 화를 냈다. 귀가가 늦어질 때면 늦은 밤에 집으로 돌아갈 길이 걱정되는 것이 아니라 빨리 들어오라는 엄마의 연락과 표정이 두려웠다. 이런 걱정들은 나를 어떤 일에도 집중할 수 없게끔 했다. 일을 다 끝마치지 못한 채 집에 들어가는 날도 많아졌다.어느 날 애인과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집을 나설 때 연락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학원 친구들과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 이유는 이후에 계속 연락하라는 엄마의 요구, 지금 뭐 하고 있냐는 질문 등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2019.07.03 -
청소년의 건강할 권리
청소년의 건강할 권리 초등학교, 중학교 때부터 느껴왔던 거지만 ‘병결’은 성적표에 매우 치명적이었다. 대학교 입시와 직결되는 고등학교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난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다짐했다. 절대 아프지 않겠다고. 아프면 내 손해임을 알고 있었기에. 그러나 내 몸은 내 다짐을 따라주지 않았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나는 곧바로 입시 경쟁에 끼어들었다. 생기부에 한 줄이라도 더 적으려 밤 9시까지 진행되는 야자도 신청했다. 그리고 야자가 끝난 후에는 등급 싸움에서 밀려나지 않도록 학원과 과외까지 격주로 다녔다. 그러면서도 학교 내에서 친구 관계, 교사와의 관계에도 신경 썼다. 한순간의 실수가 내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날 조여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7월, 1학기가 끝나갈 즈음이었다. 나는 극심..
2019.03.30 -
아프니까 휴식이다
아프니까 휴식이다 학교에서 주는 개근상은 학기 중에 한 번도 지각, 조퇴, 결석을 하지 않아야만 받을 수 있다. 만일 한두 번 정도 지각, 조퇴, 결석을 할 경우에는 정근상을 받는다. 학교를 빠지는 횟수가 늘어난다면 자연스레 상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그래서인지 개근상과 정근상은 ‘성실함의 증표’처럼 여겨진다. 나는 여태까지 학교에 다니면서 개근상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정근상은 학생시절을 통틀어 겨우 네다섯 번 받은 게 끝. 이런 나를 누군가는 불성실한 학생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글쎄. 내가 개근상, 정근상을 못 받은 이유는 그저 아파서, 쉬기 위해, 병원을 가기 위해 조퇴와 결석을 했기 때문이었다. 학생 시절 나는 잔병치레가 꽤 많은 편이었다. 생각해보면 그냥 건강이 좋지 않았던 것 같..
2019.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