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3. 30. 12:50ㆍ극한직업청소년
청소년의 건강할 권리
초등학교, 중학교 때부터 느껴왔던 거지만 ‘병결’은 성적표에 매우 치명적이었다. 대학교 입시와 직결되는 고등학교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난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다짐했다. 절대 아프지 않겠다고. 아프면 내 손해임을 알고 있었기에. 그러나 내 몸은 내 다짐을 따라주지 않았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나는 곧바로 입시 경쟁에 끼어들었다. 생기부에 한 줄이라도 더 적으려 밤 9시까지 진행되는 야자도 신청했다. 그리고 야자가 끝난 후에는 등급 싸움에서 밀려나지 않도록 학원과 과외까지 격주로 다녔다. 그러면서도 학교 내에서 친구 관계, 교사와의 관계에도 신경 썼다. 한순간의 실수가 내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날 조여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7월, 1학기가 끝나갈 즈음이었다. 나는 극심한 우울증에 빠져 학교를 처음으로 결석했다. 휴식을 갖기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이틀이었지만 우울증 환자인 나에게는 턱없이 부족했다. 나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도 못한 채 학교에 나갔다. 그리고 훨씬 커다란 절망을 느꼈다. 수행평가를 놓쳐 점수를 아예 받지 못하거나 수업의 진도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당시 우울증에 걸린 이유를 내 탓으로 돌리지 않았다. 학교생활에 지쳤고, 그래서 전부터 있던 우울증이 크게 번졌다고 생각했다. 아픈 건 내 탓이 아니라고, 그렇게 믿었다.
그러나 학교는 내게 말했다. 네가 몸 관리를 하지 못해서라고. 다른 학생은 멀쩡히 잘 다니는데 왜 너만 그러냐고. 나는 생각했다. 아픈 건 오로지 내 탓이라고. 그냥 내 탓으로 돌리면 나만 빼고 모두가 편해진다고. 그 후로 나는 제대로 된 휴식 없이 입시 경쟁에 끼어들었다. 그러자 원인을 알 수 없는 아픔은 계속되었다. 급성 알레르기가 생겨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며 붓는 날도 있었고, 소화 불량으로 먹은 모든 걸 토해내는 날도 있었다. 그렇게 결석하는 날이 늘었고 나는 점점 절망에 빠졌다.
그리고 11월, 나는 자퇴를 결심했다. 이유는 나에게 충분한 휴식을 선사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학교 안에서는 도저히 버티자는 마음 하나만으로 버틸 수 없었다. 버티는 시간이 아까웠고, 그저 날 위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그래서 자퇴를 결심했다.
그러자 내 인생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어둡고 늘 피곤해 보이던 내 얼굴은 밝아졌고 목표가 뚜렷해졌다. 스트레스로 인해 찌지 않았던 살도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원하던 활동을 다시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학업 때문에 포기했던 내 꿈을 되찾기 시작했다. 학교에서는 휴식을 갖는 방법을 알려주지도 휴식을 취할 시간조차도 주지 않았는데, 학교를 벗어난 후 비로소 진짜 휴식을 누리고 내 삶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나는 말하고 싶다. 학생에게 휴식을 누릴 권리를, 나처럼 지쳐서 포기하지 않도록, 편안하게 숨을 쉴 수 있는 학교를 달라고. 또한, 휴식을 취해도 불이익이 없는 학교를, 아픈 건 내 탓이 아니라고 말해줄 학교가 필요하다고. 그리고 외치고 싶다. 휴식을 취하는 건 당신의 당연한 권리라고. 아픈 건 당신 탓이 아니라고.
- 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