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휴식이다

2019. 3. 30. 12:35극한직업청소년

아프니까 휴식이다

 

 

 

학교에서 주는 개근상은 학기 중에 한 번도 지각, 조퇴, 결석을 하지 않아야만 받을 수 있다. 만일 한두 번 정도 지각, 조퇴, 결석을 할 경우에는 정근상을 받는다. 학교를 빠지는 횟수가 늘어난다면 자연스레 상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그래서인지 개근상과 정근상은 ‘성실함의 증표’처럼 여겨진다.

 

나는 여태까지 학교에 다니면서 개근상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정근상은 학생시절을 통틀어 겨우 네다섯 번 받은 게 끝. 이런 나를 누군가는 불성실한 학생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글쎄. 내가 개근상, 정근상을 못 받은 이유는 그저 아파서, 쉬기 위해, 병원을 가기 위해 조퇴와 결석을 했기 때문이었다.

 

학생 시절 나는 잔병치레가 꽤 많은 편이었다. 생각해보면 그냥 건강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종종 아파서 조퇴를 하려고 교무실에 찾아가면 교사는 내게 정말 건강해서 탈이 없는 학생, 아파도 꾹 참고 공부하는 학생을 언급하면서 “다른 애들은 그러던데, 꼭 조퇴(혹은 결석)를 해야겠니? 이미 몇 번 했잖아.”라고 물었다. 결국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 보건실 갈게요.”

 

보건실에 가는 발걸음은 무거웠다. 아프고 싶어서 아픈 게 아닌데. 마치 죄라도 지은 기분이었다. 보건교사는 내게 학년, 반, 번호, 이름, 상태를 묻고 약 한 알과, 보건실에 다녀갔다는 사실 및 확인 도장이 찍힌 보건증을 주었다. 교실로 돌아갔을 때는 이미 수업이 시작해 있는데, 교사에게 보건증을 건네고 자리에 앉으니 말이 들려왔다.

 

“요새 학교에 아프다는 학생이 꽤 많은데, 다들 몸 관리 잘하도록 하세요. 조퇴, 결석 이런 것도 다 내신에 영향이 가. 좋은 대학 가려면 공부해야 되고, 공부하려면 건강해야지. 그렇죠?”

 

그 교사는 반 전체 아이들을 향해 이야기했지만 실상은 누가 봐도 나를 염두에 두고 한 게 아닌가. 이후로도 교사는 중간중간 학생의 건강에 대해 말을 얹었다. 이런 얘기 하기는 좀 그렇지만 아파도 학교에서 아픈 게 낫다, 솔직히 몇 명은 꾀병부리는 거 다 보이는데 봐줬다, 너희들 나이면 철도 씹어 먹을 때다, 앉아서 공부만 하는데 뭐가 힘드냐, 어쩌고저쩌고 등등. 생리에 대해서도 무어라 했었던 것 같다. 이 교사가 했던 말은 종종 다른 교사들, 부모, 친척 혹은 그 외 다른 사람들도 내뱉은 적이 있었다.

 

청춘이기에 아프지 않은 게 아니고, 아프니까 청춘인 것도 아니다. 청소년이니까, 학생이니까, 공부해야 하니까 ‘건강해야 한다’며, 무언가를 이유로 건강해야 한다는 건 압박이며, 잘못된 것이다. 나는 내 마음대로 조퇴와 결석을 할 자유가 있기를 원한다. 이유 없이 ‘그냥’ 건강하고 싶고, 아프면 쉬고 싶다.

 

- 반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