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9. 22. 19:34ㆍ극한직업청소년
청소년인권, 나의 인권은 무엇일까?
나는 울산광역시의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외치고 있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다. 나는 2016년부터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해 서명운동, 학생인권침해 실태조사 등을 진행했다. 우리 학교 또한 학생인권침해 사항이 많아 교칙의 제·개정이 필요하다고 느꼈는데, 교내에서 교칙을 제·개정하면서 부당함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전교 회장이고, 학생의 의견을 대변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이야기는 그냥 무시되었다. 아무리 설문조사를 실시해도 이미 교사들은 틀을 정해 놓았고 학생들은 그 틀 안에 갇혀있었다. 학생들이 학교 내부에서 나서 봐도 변화가 없었다. 간혹 학생이 나설 필요가 있는 일이 생길 때, 교사들은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고, 선생님들은 떠날 사람이다.”라고 얘기하곤 한다. 하지만 이런 걸 보면 학생이 학교의 주인이 맞는지 의심스럽다.
이런 이념으로 교육을 하는 것이 옳을까?
언젠가 교사에게 학생지도를 왜 하는지 질문했을 때 들었던 답은 잊을 수가 없다. 차라리 질서를 위한다거나 공동체 의식을 이야기했더라면 적당히 형식적인 대답이라고 생각했을 거다. 하지만 그 교사는 “학생들 인간 만들라고.”라고 대답했다. 학생을 인간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 교사가 학생을 가르칠 능력이 있나 의심스러웠다.
여학생 치마를 단속하는 이유를 물었을 때, 교장의 대답은 “그거야 선생님들 수업할 때 앞에서 보면 속 팬티 다 보이는데 보기 민망하잖아. 치마 입고 다리 떡 벌리고 있는데 내가 보기 민망해서 그렇지. 그리고 여기는 남녀공학이니까 서로 조심도 해야 하고.”였다. 그 말을 듣고 “서로 조심해야 한다는 말은 혹시 여학생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면 그 책임은 치마가 짧은 여학생의 탓이라는 건가요?”라고 질문하자 교장은 “아니 말을 왜 그렇게 해.”라고 하며 이야기를 끝내버렸다. 치마 단속에도 교육적인 목적이 없이 그저 민망하다는 이유가 다라니. 이런 게 타당할까? 적어도 그들의 지도가 어떤 교육 목적을 가진단 걸 학생들도 알고 납득할 수 있어야 교칙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은 정당한 절차로 국가기관에 이야기하 지도 못하는 것인가?
울산의 학생인권은 정말 취약하다. 나는 인권침해를 계속 방관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거라고 생각한다. 많은 울산 학생이 학생인권침해가 계속 일어나지 않기를 희망하고 있기도 하다. 내가 조사하던 학생인권침해 사례로 국회의원실, 국민신문고, 국가인권위에 민원을 넣자, 교장은 나에게 학교를 팔아먹었다며 소리를 질렀다. 교내에서 문제를 해결해 보려던 나의 시도를 알지 못한 채 학교 밖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혼난 데다 소문이 과장되어 학교 전체에 퍼져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오해를 샀다. 나는 교사들에게 잘못된 소문을 퍼트리지 말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교사들은 내 부탁을 무시했고 교장은 내 부모에게 전화하여 이상한 말까지 늘어놓았다. 결국 나는 학교를 다닐 수 없을 만큼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학생이 민원을 넣거나 신고하는 게 불가능하진 않지만, 그렇게 했을 때 탄압을 당한다면 실질적으로 민원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신고자의 신상이 전혀 보호되지 않는 것은 문제이다.
청소년들은 앞으로 더 외쳐야 한다. 나는 최근 청소년인권 옹호를 위해 조직한 울산 청소년 첫걸음 위원들과 함께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해 서명운동, 학생인권침해 실태조사, 토론회, 간담회 등을 진행하며 계속 인권을 외칠 것이다.
- 이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