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신문[요즘것들](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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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미래의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미래의 존재가 아니다 초등학교 시절 한 교사가 있었다. 6학년 당시 나의 담임이었고, 나를 포함한 많은 학생을 괴롭혔다.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학생을 교실 밖으로 쫓아내고 때렸다. 그 선생님이 한 “생리통은 다 엄살이다. 여자의 특권인데 그 정도도 못 참냐.”, “기모노는 남자가 돌아오면 빠르게 성관계를 하기 위해 이불로 쓰이는 옷이다.” “여자가 기가 세면 남자 기가 죽는다.” 등의 말들을 참을 수 없었다. 그를 신고하기 위해 교육청에 민원을 넣었다. 그러나 나의 고발은 ‘어른들의 일’처럼 취급됐다. 담임은 “이건 어른들 일이니까 넌 신경 쓰지 말고 너 할 일이나 해라.”라고 했다. ‘피해자가 아닌 사람들’끼리 합의로 내가 넣었던 민원은 삭제됐고, 담임은 우리 반 앞에서 사과했다. 나는 아직도 합..
2018.05.12 -
그 일은 내 탓이 아니었다
그 일은 내 탓이 아니었다 가정 내 폭력은 폭력이라고 인식하기도 전에 삶에 녹아 있는 경우가 많다. 그 많은 경우 중에서도 내 이야기를 해 보고 싶다. 첫 번째는 내가 받은 돈을 다 썼던 날이었다. 나이 겨우 열넷에 십만 원이라는 큰 돈을 썼다는 이유로 소위 ’엎드려 뻗쳐’ 자세를 취하게 하고는 도구로 엉덩이를 약 스무 대 정도 때렸다. 나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반박하지 못했다. 나를 구타한 사람은 아빠였고, 아빠란 거역하면 안 되는 존재였으니까. 거역했다가는 어떤 상황을 당할지도 모르고. 맞았던 것보다는 맞고 나서 엄마한테 투덜거렸다가 “그러게 그 많은 돈을 왜 썼니?”라는 말을 들었던 게 더 기억에 남는다. 두 번째는 처음으로 성적이 80점대로 내려갔던 날이었다. “내가 너한테 들인 돈이 얼마인데 이..
2018.05.11 -
입장 바꿔 생각해 봐
보호의 대상이라는 이유로 청소년에게 행해지는 폭력들이 있다. 사람들은 보호라고 말하지만 사실상 청소년을 인간적으로 대우하지 않는 것이다. 청소년에게는 폭력과 감시를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청소년 '지혜', '이기'가 그려낸 릴레이 만화 는 “청소년이 일상적으로 겪고 있는 체벌과 감시를 만약 비청소년이 겪는다면?”이라는 가정을 바탕으로 체벌은 누구에게도 정당화될 수 없는 폭력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 지혜 - 이기
2018.05.10 -
약자의 입장에서 가족 바라보기
약자의 입장에서 가족 바라보기 한국의 가족주의가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아동의 입장에서 가족 문제를 이야기하는 책은 드물다. 〈이상한 정상가족〉은 가족 내에서 가장 위계가 낮다고 할 수 있는 아동의 주체성과 권리가 보장되는 것이 우리 사회 가족의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면서 나의 경험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동생의 탈가정을 마주했던 경험은 새삼 내가 가족에 얼마나 속박되어 있는지 깨닫게 된 계기였다. 작년 이맘때쯤, 동생(활동명 : 피아)이 집을 나와 서울에 오고 내 핸드폰은 온갖 알림으로 불이 났다. 피아의 세 번째 탈가정 시도 이후였다. 부모는 피아가 탈가정 한 것을 나의 탓으로 돌렸다. 광기 어린 메시지들이 나를 비난하며 채팅창을 도배했다. ..
2018.05.09 -
부모의 체벌거부선언문 - ‘사랑의 매’는 훈육이 아닌 가정폭력이다
부모의 체벌거부선언문― ‘사랑의 매’는 훈육이 아닌 가정폭력이다 얼마 전 딸에게 어렸을 때 엄마에게 맞았던 게 기억나냐고 물었다. ‘당연히’ 생각난다고 했다. 왜 맞았는지도 생각나냐고 물었더니, “왜 맞았는지는 기억 안 나지만 엄마한테 맞았던 건 생각나. 엄청 아팠어.”라고 했다. 그 말을 하는 딸의 얼굴은 그 날의 아픔을 여전히 느끼고 있는 듯했다. 열아홉 살인 큰딸이 아마 네 살, 작은 딸이 두 살 때 쯤이었을 거다. 큰방에서 두 딸이 사이좋게 노는 소리를 듣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18개월 터울인 두 아이를 혼자서 온종일 보살피던 때여서 잠깐의 단잠에 정신없이 빠져들었는데 뭔가 싸한 느낌에 잠이 깼다. 큰방에 있던 아이들이 보이지 않았다. 거실로 나와 보니 싱크대 안에 있던 밀가루가 바닥에 쏟아져 ..
2018.05.08 -
선혜, 애너벨, 그리고 우리들의 이야기 - <얼음 붕대 스타킹>,<그냥, 들어봐> 리뷰
선혜, 애나벨, 그리고 우리들의 이야기 - , 리뷰 (책 내용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5월 3일 서울시 북부교육지원청 정문 앞에서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스쿨미투‘는 노원 용화여고에서 학내 교사 성폭력 공론화를 위해 유리창에 ‘위드유(#Withyou)’, ‘We can do anything(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를 붙인 것이 널리 알려지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공론화 이후에 졸업생들을 중심으로 '용화여고 성폭력 뿌리뽑기 위원회'가 만들어졌고, 노원, 도봉 지역의 중고등학교에서 학내 성폭력 고발이 이어졌다. 이런 고발이 이어지기 전까지, 주변의 시선 때문에,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침묵을 지키기를 강요받고 있었던 많은 학생들이 있었다. 여..
2018.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