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신문[요즘것들](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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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들의 소원, '초딩 탈출'
초등학생들의 소원, '초딩 탈출' 나는 2005년생으로, 올해 14살이다. 2018년이 된 지금에도 나는 나이로 차별받는 일이 다분하다. 특히나 내가 자주 서핑하고 즐기는 인터넷 공간에서도 이를 피해갈 수는 없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학교 1학년이면 더 이상 나이로 차별받는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라고 생각했던 내가, 중학교 1학년이 되어서도 나이로 차별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어째서 그토록 '초딩 탈출'을 하고 싶어 했을까? 사람들은 '김여사'와 같은 여성혐오적 단어를 쉽게 툭툭 내뱉곤 한다. '김여사'는 운전을 못 하는 사람을 칭하는 말인데, 운전을 못하는 모든 사람이 ‘여사’는 아니지 않은가? '초딩'이란 말도 '김여사'라는 단어와 비슷한 맥락에서 쓰인다. '초딩'이라는 단어는 보통 미성숙한..
2018.10.03 -
네 눈앞의 내가 청소년일 가능성
네 눈앞의 내가 청소년일 가능성 개봉도 하지 않은 영화 예고편을 보고 ‘와, 대박이다’ 하고 생각했던 것은 내가 만 14세, 중학교 2학년일 때였다. 모든 요소가 내 취향을 관통했던 그 영화를 덕질하기 위해 나는 헐레벌떡 트위터로 팬 계정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계정에서 활동하며 더없이 잘 맞고 유쾌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땐 그 사람들과 평생 함께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서로의 일상 이야기도 스스럼없이 나누던 사이에서 툭 터놓고 말할 수 없던 것은 오직 한 가지, 내가 15살이라는 것이었다. 당시엔 꼭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아무도 내게 ‘너 나이 꼭 숨겨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 사명감이 그 영화가 15금임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다. 만약 당시의 나에게 마이크를 갖다 대며 “왜 나이를 숨기려 ..
2018.10.01 -
청소년의 삶을 정말로 바꾸려면? : 청소년혐오를 넘어
청소년의 삶을 정말로 바꾸려면? : 청소년혐오를 넘어 지난 6월에서 7월, 나는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 신뢰도 재고 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 숙려제에 청소년단체 대표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학생부에 기재되는 항목을 조정하기 위한 숙려제였다. 정책 숙려제에 참여한 시민정책참여단은 교육부의 주관 아래 두 번의 숙박 토의를 했고, 그 결과 새로운 학생부의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이 자리에는 청소년들이 참여했다. 나는 청소년의 삶과 맞닿은 주제인 만큼, 청소년의 참여가 청소년에게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지난 과정을 돌아보면서,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원인을 살펴보았다. 청소년은 들러리가 될 수밖에 없던 참여단의 구성 시민정책참여단 100명은 학..
2018.09.30 -
역사 속의 청소년 다시 돌아보기
역사 속의 청소년 다시 돌아보기 리뷰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에서는 역사 과목을 1년만에 몰아서 배웠다. 진도 나가기 바빴던 역사 시간에, 유관순이 3.1운동에 참가할 당시 청소년이었다거나 4.19혁명에 초등학생도 참가했다는 설명이 눈에 들어왔다. 고등학생부터 초등학생까지 시위에 참가하고 주도하기까지 했다는 건 정말 새롭고 신선하게 다가왔다.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많은 학생이 시위에 참가한다는 것은 나에겐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특별한 청소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독립운동에 참여한 과거의 청소년들은 지금의 청소년과 달리 정치적 능력을 갖춘, 특별한 청소년인 것처럼 묘사되고 기억되고 있다. 수업시간에 역사 교사는 예전에는 너희 나이 때의 학생들도 독립운동에 많이 참여했다며 질책하듯 이야기..
2018.09.28 -
'급식(충)'은 청소년혐오 표현이다
‘급식(충)’은 청소년혐오 표현이다 - 삽화: 다루 인터넷을 하다 보면 청소년을 ‘급식(충)’으로 부르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청소년을 ‘급식’으로 부르는 것이 만연하면서, 언론에서는 작년 트럼프 미국 대통령 내한 때 학생들이 외교 행사에 동원된 것을 가리켜 ‘급식 외교’라 칭하기도 했다. ‘급식’은 학교에서 급식을 먹는다는 학생들의 공통적인 특성을 집어내 만든 말로, ‘학생’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 사회에서 학생과 청소년을 구분 없이 부르는 것처럼, ‘급식’ 또한 학생인 청소년과 비학생 청소년을 통칭한다. 청소년이 사용하는 은어를 ‘급식체’라고 부르고, 청소년 팬들을 ‘급식팬’이라 부르는 등 활용 범위도 넓다. 그러나 ‘급식’이라는 단어는 청소년을 비하하는 의미가 담겨있..
2018.09.20 -
혐오에 갇힌 청소년
혐오에 갇힌 청소년청소년혐오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 삽화: 라망 우리 사회의 청소년에게는 여러 가지 이미지가 씌워져 있다. 사람들은 대개 청소년을 어른들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무력한 피해자로 대하면서도, 때로는 언제 범죄와 비행을 저지를지 모르는 충동적이고 불안한 사람으로 바라본다. 그러면서도 한편 청소년은 그들의 미래의 꿈과 희망이기도 하다. 때문에 학업 등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이유로 그들의 권리는 미래로 유예되었고, 미래만이 강조된 나머지 청소년이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은 잘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이러한 편견들은 동시에 작용하며 청소년의 삶을 옭아맨다. 하지만 그 청소년이 만 19세가 되는 순간, 대우는 180도 달라진다. 왜 사람들은 청소년과 비청소년을 이렇게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2018.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