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신문[요즘것들](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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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남경의 체벌거부선언
학창시절에 물었습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거쳐오면서 해소되지 않는 의문을 말했습니다. 왜 머리를 잘라야 하는가? 왜 교복에 겉옷을 걸쳐 입으면 안 되는가? 왜 학생은 정해진 층의 화장실만 써야 하는가? 그리고 왜 그걸 어기면 학생은 인신공격적인 말을 들어야 하는가? 왜 문제를 틀리면 틀린 만큼 회초리로 맞거나 학습에 도움도 되지 않는 문구를 종이 앞뒤가 꽉 차도록 채워 써야 하는가? 왜 한 학생의 잘못으로 다른 학생들까지 체벌의 대상으로 삼는가? 항상 물어보았습니다. 많은 이유로 교사들은 학생들을 억압하였습니다. 학생이 말썽을 일으키기 때문에, 라고 하지만 다양했습니다. 시험을 못 보았기 때문에, 머리 모양이나 옷차림이 아주 조금 달랐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 다른 과목을 공부했기 때문에, 인사를 ..
2018.12.07 -
유림의 체벌거부선언
‘적당한 체벌’이란 없습니다. 모든 체벌을 거부합니다. 9살 때였습니다. 겨우 학교에 적응하고 두 번째 학년을 맞이한 저는, 학교가 너무 무서웠습니다. 선생님은 반 친구들이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아도 소리를 질렀고, ‘문제행동’을 하는 학생은 자가 부러질 때까지 때렸습니다. 교실은 언제든 폭력상황이 일어날 수 있는 긴장 상태의 공간이었습니다. 선행학습을 하지 않았던 저는 구구단에 대해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다음날까지 바로 구구단을 다 외워오라 했고, 하교 후 눈물이 자꾸 나는 스트레스 상황 속에서도 구구단을 계속 외웠습니다. 다음 날 혼나는 것이 너무 무서웠기 때문입니다. 다음 날 구구단을 겨우 겨우 외워 갔지만, 더듬더듬 외운다는 이유로 팔뚝에 빨간 자국이 남도록 맞았습니다. 매일 맞는 건..
2018.12.07 -
이경은의 체벌거부선언문
나는 체벌의 가해자입니다. 저는 동생을 매로 때렸습니다. 그 전에도 또 그 후에도 서로 치고 박고 싸우면서 서로를 때리기도 했지만, 그 날의 기억은 유독 저에게 선명합니다. 그것은 폭력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 폭력을 벌하지 않았습니다. 부모님은 저에게 말했습니다. 엄마아빠가 없을 때는 네가 두 남동생의 엄마 역할인 거라고요. 부모님이 둘 다 외출한 날이면 어깨 너머로 배운 요리 솜씨로 어설프게 계란볶음밥이나 국수 따위로 밥을 차렸습니다. 비 오는 여름날 속옷 차림으로 셋이서 손을 잡고 엄마가 다니는 교회에 찾아갔을 때 엄마는 제 뺨을 때렸습니다. 동생들과 셋이 놀러 나갔다가 막내를 잃어버리고 둘만 돌아왔을 때, 아빠는 마당에서 벌벌 떨고 있는 저를 휙 지나치며 내뱉었습니다. "누나가 되가지고 애 하..
2018.12.07 -
고영주의 체벌거부선언
저는 고등학교에서 16년째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입니다. 처음 교사가 되려고 마음 먹었을 때 큰 사명감이나 윤리의식 없이 안정적 직장 그리고 여유로운 생활을 동경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교사가 되기 전에 준비했던 것은 임용고사를 합격하는 것이지 직업윤리 의식의 측면은 고려한 적이 없었습니다. 막상 임용되고 나서 학교현장에 가보니 제가 공부한 것은 정말 무용지물이었습니다. 학생들을 대하면서 그저 낙후된 시골에 사는 학생들을 동정하면서 그들을 도와주기 위해 학업에 매진하여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을 이등시민으로 보고 계속 계몽하고 깨우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행사되는 폭력은 아이들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행해야하는 필요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버트란트..
2018.12.07 -
버섯의 체벌거부선언문
나는 나로서 체벌을 거부할 것을 선언합니다. 문을 열 때마다 아빠가 집에 있을까 봐 두려웠습니다.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올 때도 마찬가지로요. 집에 아빠가 있다면 꽉 막힌 분위기 속에서 아빠의 눈치를 봐야 했고, 그게 너무나 답답했어요. 체벌을 통에 아빠에게 남은 감정은 증오심뿐입니다. 앞으로도 평생 아빠를 싫어하며 살아갈 것 같아요. 체벌 거부 선언으로 뭘 써야 하나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너무 아프게 맞았던 기억, 뚱뚱하다며 밥을 먹을 때마다 눈치를 봐야 했던 기억, 맞다 못해 다 같이 손잡고 이모 집으로 가출했던 기억, 내가 힘들었던 아주 많은 기억들이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내가 저질렀던 가해들은 생각이 잘 나지도 않았고 인정하기에도 오랜 시간이 들었어요. 체벌을 이렇게 두려워했던 나도 동생들에 대..
2018.12.07 -
이상의 체벌거부선언문
나 이상 은 체벌을 거부합니다. 나는 청소년 시기, 체벌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폭력의 피해자였습니다. 그 경험은 군복무 기간 중 이루어진 다양한 폭력에 대한 침묵, 방관, 동조, 동참, 가해로 이어졌습니다. 맞아도 되는 사람은 세상에 없습니다, 그리고, 타인을 때릴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사람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예비군 훈련을 거부중인 병역거부자로서, 그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폭력을 정당화하는 체벌이라는 이름의 폭력을 거부합니다. 체벌은 청소년에 대한 폭력입니다. 체벌을 함께 없애는 것은 청소년인권 보장을 위한 한걸음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다양한 권력관계 속에서 피해자이자 가해자였던 과거를 반성하고, 체벌을 비롯한 폭력을 가능케 하는 다양한 권력과 사회구조에 저항하는 노력을 실천하겠습니다. - 이상
2018.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