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의 체벌거부선언문

2018. 12. 7. 16:18특별 연재/체벌거부선언



나는 나로서 체벌을 거부할 것을 선언합니다. 문을 열 때마다 아빠가 집에 있을까 봐 두려웠습니다.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올 때도 마찬가지로요. 집에 아빠가 있다면 꽉 막힌 분위기 속에서 아빠의 눈치를 봐야 했고, 그게 너무나 답답했어요. 체벌을 통에 아빠에게 남은 감정은 증오심뿐입니다. 앞으로도 평생 아빠를 싫어하며 살아갈 것 같아요. 체벌 거부 선언으로 뭘 써야 하나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너무 아프게 맞았던 기억, 뚱뚱하다며 밥을 먹을 때마다 눈치를 봐야 했던 기억, 맞다 못해 다 같이 손잡고 이모 집으로 가출했던 기억, 내가 힘들었던 아주 많은 기억들이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내가 저질렀던 가해들은 생각이 잘 나지도 않았고 인정하기에도 오랜 시간이 들었어요. 체벌을 이렇게 두려워했던 나도 동생들에 대한 체벌은 방관했습니다. “내가 잘했고 동생은 잘못해서” 동생이 맞게 되면 동생이 맞는 것에 통쾌하면서 나는 맞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안심했어요. 내가 언니라서 동생이 맞는 횟수가 많았던 것은 깨닫지 못했습니다. 동생이 맞을 때 아빠한테 잘못했다고 비는 순간에도 아빠한테 잘못 걸려 같이 맞게 될까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았습니다. 항상 체벌을 반대하며 모든 체벌은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지만 나는 여태껏 체벌에 대한 방관자였습니다. 처음으로 동생이 맞는 것을 방관하지 않고 동생과 함께 아빠에게 맞서 싸웠을 때부터 동생들과 나는 맞지 않게 되었습니다. 체벌과 폭력은 한 명이라도 방관하지 않아야 사라집니다. 같은 폭력의 피해자이기에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요. 부끄럽지만 저는 요즘도 체벌이 아닌 언어폭력에는 두려워 이불속으로 숨거나 집에서 혼자 빠져나옵니다. 나를 더 성찰하고 주변을 둘러보고 싶습니다. 체벌은 청소년에 대한 폭력입니다. 맞아야만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 버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