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신문[요즘것들](399)
-
작은 전쟁들
나는 '여중'에 다니는 청소년이자 페미니스트이다. 삶을 옭아매는 차별발언들과 열심히 싸우고자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학교에 난무하는 온갖 혐오발언과 억압에 지쳐 십 분도 채 안 되는 하굣길을 좀비 마냥 비척비척 걸어와 이불 위에 드러눕고는 한다. 속에서만 지르던 비명을 휴대폰을 받고서야 겨우 SNS에 쏟아내고, 좋아하는 가수의 영상을 실없이 웃으며 몇 번이나 돌려보고, 맛있는 음식을 잔뜩 먹고 잠에 든다. 6시 반을 알리는 알람을 듣고 깨어나면 열심히 충전한 에너지를 도로 소진하러 갈 준비를 한다. 1. 조신해야 하는 일상 복장검사를 하지 않는 날 교문에는 늘 체육교사 두 명이 서 있다. 우르르 쏟아지는 학생들 위에 겹겹이 쌓이는 "예쁜 미소로 하루를 시작해야지." 따위의 목소리는 나를 웃을 수 없게 만..
2017.05.03 -
빨간 모자 이야기 비틀어 읽기 - <연애와 사랑에 대한 십대들의 이야기> 리뷰
빨간 모자 이야기 비틀어 읽기 리뷰 이야기를 아시는지? 한 소녀가 모친의 심부름으로 도시락 바구니를 들고 숲을 지나 할머니의 병문안을 가는 동화 말이다. 이 이야기는 으레 모친이 소녀에게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 걱정은 짐작하자면 이런 것일 테다. 눈에 번쩍 띄는 빨간 모자를 쓴, 누구나 쉽게 시선을 내리꽂을 수 있는 이 아이가 늑대에게 잡아 먹히지는 않을까, 넘어져 도시락을 쏟고 양말을 더럽히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좀 더 현실적으로는 도시락을 할머니에게 온전히 건네지 않고 까먹어 버리거나, 몰래 친구 집으로 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있지 않을까? 를 처음 책에 실은 샤를 페로는 이야기 말미에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이 이야기를 통해서 잘 자란 매력적인 소녀가 늑대와 같..
2017.04.29 -
요즘것들에 글을 기고해주시는 방법!
요즘것들이 날로 인기가 높아지는 만큼! 기고글을 보내주시는 분들이 종종 계신데요,요즘것들에 글을 기고해주시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Q. 기고한 글은 다 요즘것들에 그대로 실리나요? 먼저, 요즘것들에 기고해주시는 글은 신문 지면보다는 웹진에 올라가는 경우가 많습니다.지면이 8면이라는 한계가 있고, 워낙 발간되는 주기가 길어서 그런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기고되는 글은 수정 요청을 드리지는 않지만 맞춤법 등은 교정 교열을 간략하게 거치고 실리게 됩니다. Q. 어떤 글을 기고할 수 있나요? 기고를 받는 기사는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을텐데요, 1) 통계, 표 등 객관적인 자료와 사례를 포함한 기획기사 2) 경험과 의견을 위주로 담은 에세이나 칼럼 3) 사회를 풍자하는 만평 1번의 경우는 요즘..
2017.04.28 -
고양외고 페미니즘 동아리 ‘다움’ 인터뷰
요즘것들팀에서는 학교라는 반인권적인 환경 안에서도 페미니즘 활동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양외고 페미니즘 동아리 ‘다움’을 만났다. ‘나다운 너다운 페미니즘’ 을 하고 싶다는 ‘다움’, 그들의 얘기를 들어보았다. 고양외고 페미니즘 동아리 ‘다움’에서 활동하시는 나희원, 이서은 님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나 : ‘다움’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나희원이다.이 : 마찬가지로 ‘다움’에서 활동하는 이서은이다. ‘다움’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나 : 매 3월에 학생들을 상대로 여는 강연회가 있다. 거기서 지금은 졸업한 3학년 선배가 페미니즘에 관련된 주제로 강연을 했다. 그 강연에 현 부장이 감명을 받아서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규정하고 2016년 8월에 동아리를 개설했다.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고 무엇을 위..
2017.04.27 -
오빠는 필요 없다 언니도 필요 없다 - ‘언니’, ‘자매애’ 속 나이주의와 가족주의를 넘어서
디자인 : 정다루 1990년대 페미니스트들은 소위 ‘진보’라 일컬어지는 운동사회 내의 가부장제를 지적하며 “오빠는 필요 없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그런 문제제기와 투쟁에 힘입어 운동사회 안에서는 꾸준히 가부장제와 남성중심성, 성차별, 성폭력, 여성혐오 등에 대한 경계 기반이 만들어져 왔다. 그러나 ‘오빠’에 담긴 젠더위계에 비해 나이위계에 대한 문제의식은 크게 공론화되지 않았다. 2017년인 지금 여전히 곳곳에서 보이는 ‘언니’라는 표현이 그것을 보여준다.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페미니스트 활동가 모임인 ‘불꽃페미액션’에서는 지난 2월 말 〈언니들의 성교육〉이라는 이름의 대학교 신입생 대상 강연을 기획해 홍보했다. 홍보물에는 “연령과 관계없이 상호존중하는 친밀한 여성참가자들을 부르는..
2017.04.25 -
저는 여성이고 청소년인데 제 인권을 반으로 자를 수 있습니까
저는 여성이고 청소년인데 제 인권을 반으로 자를 수 있습니까 그림 : 조행하 여성단체 등의 페미니즘 모임에 청소년으로서 함께 한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 청소년으로서 겪은 불편함이나 어려움, 직·간접적인 차별이나 배제, 혐오가 있었는지를 물었다. 대표적으로 청소년 페미니스트의 활동을 기특하게 여기는 것, 청소년의 성과 섹슈얼리티를 폭력과 착취로부터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만 보는 관점, 청소년 참여자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모임 여건이나 뒤풀이 문화 등이 지적되었다. 페미니스트가 되면 기특한 사람들 “제가 페미니즘을 하면 기특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페미:나〉를 준비하면서 페북 페이지에 올라오는 게시물을 ‘어린애들이 기특하다’는 투로 공유하신 분도 보았고, 제가 페미니즘에 대해 이야기하면 ‘어린..
2017.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