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신문[요즘것들](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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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여성 청소년으로 산다는 것
나는 여성이고 청소년이자 페미니스트이다. 필자가 바라고 하고자 하는 일은 여성이 사회적으로 남성과 동등한 지위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되는 일이다. 학교에서 자유롭게 나를 표출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일이다. 어딘가에서 본 구절처럼, 인권은 돈이 아니라서 서로를 배려하면 더 많이 가질 수 있는데도 사람들은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좀체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학교의 가스라이팅은 필자가 페미니스트이길 포기하고 순응하기를 바라는 그들의 간절한 염원이다. 체육교사는 분명히 학우들의 축구 시합을 약속했지만 “여자가 무슨 축구를 하냐.”라며 경기를 하고 있는 남학우들을 구경하게 했다. 중학교 1학년 도덕 교과서는 ‘양성평등’이라는 단어로 마치 젠더가 두 개뿐인 것처럼 교육하고, 교육부의 성교육 표준안은 “남성은..
2017.05.24 -
원인 모를 불편함의 가시화
한 번 눈치 채고 나면, 그것을 알기 전으로 절대 되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여성혐오와 페미니즘이다. 익숙하게, 숱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들어온 여성혐오 발언이 날카로운 가시의 형태가 되어 고막에 거슬리게 박혀올 줄 그 누가 알았겠는가? 나는 5.17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진 다수 중 하나이다. 페미니즘의 뜻을 찾아보고, 여성혐오 발언의 종류를 알아보고, 본격적으로 공부를 해보겠다는 포부를 다지며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를 읽게 되기까지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얼마나 무지했던지 앞에서 말한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를 읽을 때는 손가락에 걸리는 각각의 페이지가 내게 큰 충격을 안겨주기까지 했다. 대부분의 고등학생은 아침 8시 20분부터 밤 9시 반까지..
2017.05.23 -
학교의 안과 밖에서
대한민국의 학교에 다닌다는 것은 정말이지 끔찍한 일이다. 내가 학교에 다니면서, 그리고 교복을 입으면서 겪었던 일들을 기억에서 꺼내보았다. 정말 끔찍하기 짝이 없다. 처음 교복을 입게 된, 중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하복 셔츠 안에 흰색이 아닌 티셔츠를 입지 않았고, 그 셔츠가 밖으로 드러났기 때문에, 그리고 틴트를 주머니에 꽂고 다녔기 때문에, 교복 재킷을 입지 않고 겉옷을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주제넘은 말들을 들어야만 했다. 하지만 이뿐일까? 나는 청소년이었고, 또 여성이었다.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선생들에게 ‘여학생들 다리를 오므리고 앉게 하라’라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학생들 화장을 잡겠다고 교문을 통과하던 나를 붙잡고 한 남학생이 휴대폰으로 내 얼굴을 쓸어내렸다. 나는 그 수치..
2017.05.22 -
여성청소년으로서 겪는 불편함
최근 서울 한 고등학교 A양이 생리 조퇴를 하려 하였으나 교사에게 “그러면 생리대를 교체한 후 보건 교사에게 검사를 받아라.”라는 말을 들은 사건이 화제가 되었다. 그 A양은 생리혈이 묻은 생리대를 보여줘야 한다는 수치심에 결국 조퇴를 포기했고, 그저 책상 위에 엎드려 생리통을 참을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우리, ‘여성청소년’들 중 한 번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다들 한 번쯤은 생리통을 참고 체육 시간에 참여해 본적도, 수업을 들었던 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여성청소년’이라는 이유로 불편과 수치심을 겪어야 했다는 말이다. 안타깝게도, 나와 내 친구들은 모두 느끼고 있었지만 서로 그 불편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지 ‘왜 내가 그런 불편을 겪어야 하지?’ 라는 ..
2017.05.19 -
권력
교복 입을 생각에 너무나 설레었던 3월, 난 지옥에 입학하였다. 교복 치마로 어느 정도 다리를 벌릴 수 있을까는 궁금증에 서로 다리를 찢어보았다. ‘전시’를 위한 교복은 당연하게도 두세 발자국 정도 벌릴 수 있었다. 난 치마가 너무나도 싫었지만, 매번 등교할 때 치마를 입고 교실로 와 체육복으로 갈아입은 뒤 하교할 때 다시 치마를 입어야 하는 게 더 싫어서 꾹 참고 치마만을 입고 다녔다. 초등학생 때 어떤 친구가 원피스를 입고 왔는데 내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쟤 옷은 숙녀인데 사람은 숙녀답지 못하네"라며, 무슨 말이냐면 앉을 때 치마를 안쪽으로 넣고 앉아야 정돈되는데 그 친구는 정돈하지 않은 채로 앉았기 때문이다. 난 이 말을 교복 입었을 때 들었다. 내가 치마를 정돈하고 앉지 않아서 팬티가 보여 ..
2017.05.15 -
"저는 여성이고 청소년인데 제 인권을 반으로 자를 수 있습니까" 15호 모아보기
요즘것들15호 ::저는 여성이고 청소년인데 제 인권을 반으로 자를 수 있습니까 종이신문 정기구독신청 : https://goo.gl/forms/TU6UoIcltLi0VqJ73 지난 2월 16일 있었던 성평등포럼에서 성소수자 활동가들은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유보적인, 사실상 반대하는 입장을 내비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항의하며 피케팅을 했다. 이때 한 활동가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문 전대표의 명확한 답변을 요구하며 “저는 여성이고 동성애자인데 제 인권을 반으로 자를 수 있습니까!”라고 외쳤다. 문 전 대표는 답변을 회피했고, 자리에 있던 일부참여자는 “나중에(나중에 발언하라, 그 주제는 나중으로 하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활동가들의 발언을 저지했다. 이후 “나중이 아니라 지금 당장!”, “나..
2017.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