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직업청소년(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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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질과 억압으로 물든 정치 활동
"정치적인 행사에 가기 위해서 나는 친권자를 상대로 거짓말을 밥 먹듯 해야 했고, 항상 들킬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마음을 안고 활동해야 했다." 나는 올해 만 15세 청소년이다. 녹색당 등 ‘정치적인’ 조직 몇몇에 가입되어 있으며, 민중총궐기 등 ‘정치적인’ 집회에도 나간다. 등 ‘정치적인’ 강연에 참석하며, 등 ‘정치적인’ 책 또한 읽는다. 에 기고될 이 짧은 글은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이런 정치적인 활동을 숨겨야 했거나, 무시를 당했거나, 기특한 것으로 간주하였던 여러 상황에 대한 기억이자,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나의 삶이며, 청소년이라는 ‘극한 직업’의 일상이다. 나는 작년 12월에 녹색당에 입당했다. 녹색당의 청소년 기구 ‘청소년 녹색당’이 출범한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 그리고 녹색당에서 주장하는 ‘..
2016.09.21 -
청소년과 민주주의
"민주주의는 만 19세 넘어 투표를 할 수 있게 될 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될 때 보장받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청소년들의 현실 속에서도 실현되어야 하는 가치이고, 우리는 그것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 12년 가까이 울산 지역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내가 자주 들었던 말이 있다. “학교는 입시공부만을 위한 곳이 아니다”라는 말. ‘전인적’인 교육을 시킨다면서 인성교육, 예절교육을 하고, 민주주의를 ‘학습’시킨다면서 반장도 뽑고 회장도 뽑는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학습’이라면 내가 학교를 다니면서 배운 민주주의란 기껏해야 기표소에 들어가 어딘가에 도장을 찍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민주주의의 학습? 동등한 대접이 없는데... 민주주의의 출발은 개인을 평등한 권리를 가진 주체로 하여 ..
2016.09.17 -
탈선보다 체벌이 위험하다
△ 학교에서 흔하게 이루어지는 발바닥 체벌 또다시 죽음의 기말고사가 다가온다. 고등학생인 나는 주위의 압박에 공부하기 싫어도 공부할 수밖에 없다. 매일 보충수업에 야자까지 하고 나면 지쳐 쓰러지지만, 학습실에서 잠시 잠에 들다보면 어김없이 등짝 스매싱이 날아오게 되어 있다. 지옥 같은 일정을 소화하는 것만도 충분히 힘든데, 불편한 교복도 입어야 하고, 매 시간에 지각도 하지 말아야 한다. 뭔가를 어기면 벌점을 받고, 체벌을 당하곤 하니까. 어른들은 자꾸 아이들을 가두려고 한다 난 야자가 정말 싫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가둬놓고 공부하라고 시키면 공부를 하는 줄 안다. 사실 공부하기는 한다. 하지만 그건 체벌을 받기 싫어서 억지로 하는 것뿐이고 실제로 머리에 들어오는 건 별로 없다. 물론 조금만 쉬려고 해..
2016.07.23 -
함부로 이해한다고 말하지 마세요
“부모입장에서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대단하세요”그건 대단한 일도 아니고, 대단한 일이 되어서도 안 된다. 인정받아야 하는 삶 태어난 지 18년째, 부모와 함께 산지도 18년째. 청소년이자 자식이었던 과거를 돌이켜보면 내 삶은 언제나 인정받아야 하는 삶이었다. 내 성적을, 내 시간을, 내 생각을, 나를. 학교에서 성적표가 나오면 부모에게 보고해야 했고, 내 성적이 그들의 기대에 미치지 않을까봐 마음 졸여야 했다. 밤늦게 집에 들어온 날이면 이 시간까지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했는지 부모에게 보고해야 했고, 내 대답이 그들의 맘에 들지 않으면 바로 혼이 났다. 부모에게 용기 내어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나는 ‘내가 자퇴를 해야만 하는 이유’를 그들이 납득할 때까지 끊임없이 설명해야 ..
2016.07.15 -
그만두고 싶습니다
어리기에 날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이 웃고 즐기며 밥을 먹는 곳몸도 마음도 위험 속에 던져진 풍선처럼 언제 펑하고 망가질지 모르겠습니다 아수나로에 잠시 머물다 떠난 대학생입니다. 지난 3월 한 일식 레스토랑에서 시작한 아르바이트 경험을 이야기하고 싶어 지면을 빌립니다. 제가 일하는 가게는 100석 규모로 바쁠 때는 몇 시간이고 숨돌릴 틈이 없습니다. 손님이 들어오면 안내해드리고, 주문을 받고 음식을 가져다드리고, 손님이 나가시면 테이블을 처음 상태로 치우는 작업이 26개의 테이블 개수만큼 겹쳐서 쏟아지는 곳입니다. 그래서 월급을 받는 날이면 괜히 기분이 나빠집니다. (아, 고작 이 푼돈을 위해 나는ㅡ) 나는 한 시간에 6300원짜리 서빙기계인가 앞서 말한 일들을 바삐 처리하다 보면 지금 내가 누구인지 헷갈..
2016.07.05 -
특성화고에 다니는 나에게 입시경쟁은 울컥거림이다
"bbang bbang" 그림 : 밀루 학교 가는 날이면 해가 뜨는 것을 지하철 창밖으로 본다. 청량리역을 지날 때 즈음 떠오르는 해를 보면 어쩐지 울컥울컥할 때가 있다. 내가 사는 곳은 은평구인데 왜 해는 청량리에서만 뜰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나에게 입시경쟁은 그런 울컥거림이다. 우리 학교는 중랑구 망우동에 위치한 특성화고로 서울, 경기 각지에서 학생들이 온다. 그래서 통학거리도 다들 다양하다. 아침부터 달리기 시작한 지하철이 학교에 가까워질수록 익숙한 얼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나와 같은 옷을 입고, 비슷한 것들을 짊어 매고 있는 친구들, 얼굴에는 피곤함이 묻어있는 친구들과 나는 교실이 아닌 이른 시각 지하철에서 첫 인사를 한다. 그날 시험이라도 있으면 웃고 떠들 새도 없이 다들 손에 쥐고 있는..
2016.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