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청소년의 눈으로(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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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관계와 학교
청소년의 관계와 학교 나는 12년 동안 줄곧 모든 성별이 다닐 수 있는, 흔히 ‘공학’이라 불리는 학교에 다녔다. 물론 공학이라고 다 같은 공학은 아니었다. 내가 나온 중학교는 여학생과 남학생 교실을 분리하는 ‘분반’ 공학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ㄷ’ 형태의 학교 건물에서 교무실을 사이에 두고 여남 교실을 나눴기에, 법적 남성인 나는 학교에서 여학생과 만나고 이야기할 일이 거의 없었다. 학교의 중앙복도는 단절의 공간이었다. 가끔 그 중앙복도에서 연애를 하거나 여학생들과 노는 친구들은 전복적이고 일탈적인 존재였다. 학교는 그런 일을 막고 처벌하려고 무단히도 애썼다. 분리가 효율적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학부모에게 학생들의 연애 문제로 인한 항의를 덜 듣기 위해, 그리고 학교의 목적인 ‘입시’에 학생들이 ..
2017.11.15 -
교사는 가해자다
교사는 가해자다 나는 지금껏 두 번의 탈가정을 실패한 경험이 있다. 그것은 전부 교사의 방해공작(?) 때문이었는데, 예를 들자면 이렇다. 부모에게 심하게 맞고 도망쳐 친구네 집으로 간 날, 내가 학교를 빠지자 교사는 전화로 내게 밥을 사주겠다며 얘기를 좀 나누자고 했다. 하지만 불려 나간 자리에는 교사와 부모가 함께 서 있었다. 어떠한 상황 설명도 없이 부모는 내 손을 끌고 집으로 향했고, 교사는 자신의 할 일을 다 했다는 듯이 조용히 가 버렸다. 두 번째 탈가정 이후에도 역시 나의 상태를 멋대로 짐작한 상담교사가 상담을 하러 온 나를 붙들어 놓고 몰래 부모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 전과 같이 아무런 예고 없이 부모를 대령하고 밑도 끝도 없이 가족상담을 시작했다. ‘학생의 보호자’ 라고? 학생들은 주로..
2017.09.12 -
존재를 위한 탈―가족
존재를 위한 탈―가족 지난 6월 21일, 서울시 청년수당 선정자가 발표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지원자격 미달’이라는 요건으로 심사에서 탈락했다. 서울시 청년수당은 서울에 사는 만 19~29세의 미취업 청년에게 최소 2개월에서 최대 6개월간 매월 50만 원의 수당을 지급하여 (취업을) 준비할 ‘시간’을 주겠다는 취지의 사업이다. 오랜 기간 미취업 상태로 노동법의 사각에서 비정기적인 소득만을 얻어 살아온 나는 이것이 나를 위한 사업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공고에 따르면 기준 중위소득 150% 이상 가구 청년은 신청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가정에서 납부하는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그 금액이 얼마 이상이면 신청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 부친의 피부양자로서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어 내가 직접 내는..
2017.07.04 -
훈육이 아니라 폭력이다. #부모의_혐오발언
부모-자식으로 이루어진 가정 내에서 ‘부모’라는 위치가 가지는 권력의 힘은 강력하다. 부모에 대한 ‘효’가 강조되고, 부모의 말을 듣지 않거나 부모의 뜻대로 행동하지 않는 자식은 ‘후레자식’, ‘패륜아’가 되어버리는 사회 속에서 부모가 자식에게 가하는 수많은 폭력은 ‘훈육’이라는 단어로 정당화된다. 그 속에서 자식은 그런 폭력에 대해 쉽게 문제제기 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스스로 폭력을 인지하는 것조차 어려워진다. 귀가시간을 정해주거나 외출을 금지시키는 것, 핸드폰을 감시하거나 뺏는 것,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용돈을 끊어버리겠다고 협박하는 것 혹은 때리는 것 등. 많은 부모가 문제의식 없이 자식에게 행하고 있는 이런 행동들은 과연 동등한 관계 안에서라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일까? 자식을 소유물로 생각하..
2017.03.28 -
요즘 애들의 ‘언어 파괴’?
"청소년의 언어문화는 한국어와 한글을 ‘파괴’하고 ‘더럽히는’ 것으로 지목된다" “좆이나 뱅뱅이다!” 트위터를 하다가 ‘요즘 애들은 개념이 없다’ 같은 소리를 보고 자연스레 욕이 튀어 나왔다. 나는 주변 사람들도 나도 인정하는 욕쟁이다. 씨발은 한숨이고, 개새끼는 애칭이다. 최근에 영화 〈아수라〉를 봤더니 ‘좆이나 뱅뱅’, ‘이 씌빨럼이!’가 입에 붙었다. 그렇다. 나는 어른들이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비속어와 인터넷 용어를 남발하는 ‘요즘 애들’이다. 오타쿠로서 ‘덕질’을 하거나 트위터를 하면서 각종 업계 용어(?)를 쓰기도 하니, 평균적인 청소년들보다도 그런 ‘언어 파괴’가 더 심할지도 모른다. 언어 파괴와 관련해서 언론에 난 기사를 보면 어른들이 ‘언어 파괴’를 걱정하는 내용은 크게 두 가지 정도 같..
2017.02.17 -
‘여성’의 이름으로 체벌을 거부한다는 것(1) 여교사들이여, 학교를 여성주의 해방구로 만들자!
110대, 자살, 미친년, 여교사 ‘아무리 말을 해도 듣지 않는다.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자율학습에 자꾸 빠지는 A에게 좋은 말로 훈계한 것도 석 달째다. 무시하듯 내 말을 넘기는 A를 보면 화가 솟구치지만, 매는 들고 싶지 않아 끝끝내 참아왔다. 어제는 빤히 내가 보고 있는데도 가방을 싼 후 교실 문을 나서려 했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더 이상 내 마음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옆 반 담임선생님의 매를 빌려 발바닥을 때리기 시작했다. 한 대, 두 대, 정신없이 숫자가 올라갔지만 내 손에는 어떤 감각도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A를 봤을 때, A는 거친 숨소리를 내며 울고 있었다.’ 지난 5월 1일 광주의 한 고등학교 남학생이 자살을 했다. 선생에게 발바닥을 110대 맞은 다음 ..
2017.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