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청소년의 눈으로(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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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충)'은 청소년혐오 표현이다
‘급식(충)’은 청소년혐오 표현이다 - 삽화: 다루 인터넷을 하다 보면 청소년을 ‘급식(충)’으로 부르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청소년을 ‘급식’으로 부르는 것이 만연하면서, 언론에서는 작년 트럼프 미국 대통령 내한 때 학생들이 외교 행사에 동원된 것을 가리켜 ‘급식 외교’라 칭하기도 했다. ‘급식’은 학교에서 급식을 먹는다는 학생들의 공통적인 특성을 집어내 만든 말로, ‘학생’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 사회에서 학생과 청소년을 구분 없이 부르는 것처럼, ‘급식’ 또한 학생인 청소년과 비학생 청소년을 통칭한다. 청소년이 사용하는 은어를 ‘급식체’라고 부르고, 청소년 팬들을 ‘급식팬’이라 부르는 등 활용 범위도 넓다. 그러나 ‘급식’이라는 단어는 청소년을 비하하는 의미가 담겨있..
2018.09.20 -
청소년의 삶을 정말로 바꾸려면? : 청소년혐오를 넘어
청소년의 삶을 정말로 바꿀 수 있으려면? : 청소년혐오를 넘어 출처 : KTV NEWS 지난 6월에서 7월, 나는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 신뢰도 재고 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 숙려제에 청소년단체 대표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학생부에 기재되는 항목을 조정하기 위한 숙려제였다. 정책 숙려제에 참여한 시민정책참여단은 교육부의 주관 아래 두 번의 숙박 토의를 했고, 그 결과 새로운 학생부의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이 자리에는 청소년들이 참여했다. 나는 청소년의 삶과 맞닿은 주제인 만큼, 청소년의 참여가 청소년에게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지난 과정을 돌아보면서,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원인을 살펴보았다. 청소년은 들러리가 될 수밖에 없던 참여단의..
2018.08.02 -
'교육적 체벌'은 어불성설이다
‘교육적 체벌’은 어불성설이다 “지름 1.5cm, 길이 60cm 이하의 나무 사용, 체벌 장소는 다른 학생이 없고 생활지도부장이나 교감 등 제3자가 입회하에 횟수는 초등학생은 5대, 중고등학생은 10대 이내. 체벌부위는 남학생은 둔부(엉덩이)만, 여학생은 대퇴부(허벅지)로 제한…” 2002년에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 체벌 방침’의 내용이다. 교육부가 제시한 체벌 방침은 “적당한 이유가 있고, 적당한 절차를 거쳐, 적당한 고통을 주는 체벌이라면 그것은 정당한 처벌이다.”라는 인식을 전제한다. 물론, 해당 방침은 현재 효력이 없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그들은 이유 없이 우발적이고 감정적으로 행해지는 체벌만이 문제이며, 교육적인 체벌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처럼 청소년의..
2018.05.17 -
말하기와 듣기의 자리
말하기와 듣기의 자리 중학생 시절, 소위 ‘일진’이라는 아이들을 너무 싫어했다. 그 친구들을 너무 싫어했던 나머지, 일진‘처럼’ 보이는 애들마저도 다 싫었다. 예컨대 진한 화장을 하거나 교복을 줄인 애들, 담배를 피운다고 소문난 아이들, 불량한 선배들과 쉬는 시간마다 밀담을 나누는 아이들. 그런 애들이 꼴 보기 싫었다. 본인의 비행에 대한 정당한 처벌을 받지 않고 있는 것 같아 못마땅하기도 했다. 그런 마음에서 일진들에게 많이 덤볐다. 정당한 이유야 항상 있었다. 일진으로서의 권위를 악용해서 매점에서 새치기를 했기 때문에, 소극적인 성격의 아이들을 큰 소리로 비웃었기 때문에, ‘공부밖에 모르는 애’라는 식으로 나를 무시했기 때문에……. 혼자서도 덤볐고 떼거지로도 덤볐다. 남자애들한테도 덤볐고 선배들한테도..
2018.05.16 -
체벌은 학대다! 교사에게도
체벌은 학대다! 교사에게도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직업을 잘 밝히지 않는다. 내 직업을 처음 밝혔을 때 돌아오는 가장 흔한 반응은 그 사람이 초등학교 시절 교사로부터 받았던 여러 학대 경험을 고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번은 이런 적도 있었다. “내 초등학교 2학년 때 담임쌤 이름도 이희진이었는데.” “아, 그러셨어요?” “진짜 많이 맞았는데.”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자신이 당한 폭행에 대해 말하는 상대방 앞에서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이 사람은 나한테 무슨 말을 듣고 싶어 이러는 거지? 내게 화를 내는 건가? 고민하던 나는 결국 미안하다고 했다. 다른 말이 생각나지 않아서였다. 달리 뭐라고 하겠는가. 내가 그를 때린 이희진이 아니더라도 수없는 내 경험이 말해주듯 내 직업의 가장 보편적인 상징은 체벌 ..
2018.05.15 -
19금을 반박하다
19금을 반박하다 19금 나이 규제에 반대하는 이야기를 하면 꼭 따라붙는 말이 있다. “청소년이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섹스하겠다고 하는 게 인권이냐?” 이런 말을 들으면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머리가 아프다. 결론부터 말하면,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섹스하는 것도 청소년 인권이다. 이 글에서는 19금 나이 규제가 정당하다고 하는 주장을 살피고 반박해 보았다. 보호 : 막연하고 자의적인 규제의 구실 왜 나이 규제를 하느냐고 물었을 때 사람들은 흔히 ‘청소년 보호’라는 이유를 든다. 그러나 그것들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어보면 그 속은 대체로 텅 비어 있다. 내용이 비어 있기에 보호는 동시대 사람들이 무엇을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지, 누구를 혐오하는지를 드러내기도 한다. 예로, 성..
2018.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