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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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와 입씨름하기 - 22호 인트로
입시와 입씨름하기 - 삽화: 조행하 11월 15일, 수능이 끝났다. 다음 날 학교에 가자 교사는 ‘그동안 고생했다. 하고 싶은 거 참아가면서 공부했을 텐데 이제 푹 쉬고, 놀고 싶으면 놀아라.’라고 말했다. 교사가 한 이 말은 곧 수능이 끝나기 전까진 공부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뜻과 같다. 입시를 앞둔 우리는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현재를 살아갈 뿐, 현재를 위해 지금을 살아가지는 못한다. 입시가 중요한 이유는 미래를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조금 더 안정적인 직장, 조금 더 나은 대우, 조금 더 나은 삶을 위해서 공부한다. 따라서 입시는 단순한 공부가 아니라,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불평등, 불안정과 관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요즘것들 22호는 이렇게 사회적 측면에서의 입시를 다룬다. 특집..
2018.12.29 -
황남경의 체벌거부선언
학창시절에 물었습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거쳐오면서 해소되지 않는 의문을 말했습니다. 왜 머리를 잘라야 하는가? 왜 교복에 겉옷을 걸쳐 입으면 안 되는가? 왜 학생은 정해진 층의 화장실만 써야 하는가? 그리고 왜 그걸 어기면 학생은 인신공격적인 말을 들어야 하는가? 왜 문제를 틀리면 틀린 만큼 회초리로 맞거나 학습에 도움도 되지 않는 문구를 종이 앞뒤가 꽉 차도록 채워 써야 하는가? 왜 한 학생의 잘못으로 다른 학생들까지 체벌의 대상으로 삼는가? 항상 물어보았습니다. 많은 이유로 교사들은 학생들을 억압하였습니다. 학생이 말썽을 일으키기 때문에, 라고 하지만 다양했습니다. 시험을 못 보았기 때문에, 머리 모양이나 옷차림이 아주 조금 달랐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 다른 과목을 공부했기 때문에, 인사를 ..
2018.12.07 -
유림의 체벌거부선언
‘적당한 체벌’이란 없습니다. 모든 체벌을 거부합니다. 9살 때였습니다. 겨우 학교에 적응하고 두 번째 학년을 맞이한 저는, 학교가 너무 무서웠습니다. 선생님은 반 친구들이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아도 소리를 질렀고, ‘문제행동’을 하는 학생은 자가 부러질 때까지 때렸습니다. 교실은 언제든 폭력상황이 일어날 수 있는 긴장 상태의 공간이었습니다. 선행학습을 하지 않았던 저는 구구단에 대해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다음날까지 바로 구구단을 다 외워오라 했고, 하교 후 눈물이 자꾸 나는 스트레스 상황 속에서도 구구단을 계속 외웠습니다. 다음 날 혼나는 것이 너무 무서웠기 때문입니다. 다음 날 구구단을 겨우 겨우 외워 갔지만, 더듬더듬 외운다는 이유로 팔뚝에 빨간 자국이 남도록 맞았습니다. 매일 맞는 건..
2018.12.07 -
이경은의 체벌거부선언문
나는 체벌의 가해자입니다. 저는 동생을 매로 때렸습니다. 그 전에도 또 그 후에도 서로 치고 박고 싸우면서 서로를 때리기도 했지만, 그 날의 기억은 유독 저에게 선명합니다. 그것은 폭력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 폭력을 벌하지 않았습니다. 부모님은 저에게 말했습니다. 엄마아빠가 없을 때는 네가 두 남동생의 엄마 역할인 거라고요. 부모님이 둘 다 외출한 날이면 어깨 너머로 배운 요리 솜씨로 어설프게 계란볶음밥이나 국수 따위로 밥을 차렸습니다. 비 오는 여름날 속옷 차림으로 셋이서 손을 잡고 엄마가 다니는 교회에 찾아갔을 때 엄마는 제 뺨을 때렸습니다. 동생들과 셋이 놀러 나갔다가 막내를 잃어버리고 둘만 돌아왔을 때, 아빠는 마당에서 벌벌 떨고 있는 저를 휙 지나치며 내뱉었습니다. "누나가 되가지고 애 하..
2018.12.07 -
고영주의 체벌거부선언
저는 고등학교에서 16년째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입니다. 처음 교사가 되려고 마음 먹었을 때 큰 사명감이나 윤리의식 없이 안정적 직장 그리고 여유로운 생활을 동경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교사가 되기 전에 준비했던 것은 임용고사를 합격하는 것이지 직업윤리 의식의 측면은 고려한 적이 없었습니다. 막상 임용되고 나서 학교현장에 가보니 제가 공부한 것은 정말 무용지물이었습니다. 학생들을 대하면서 그저 낙후된 시골에 사는 학생들을 동정하면서 그들을 도와주기 위해 학업에 매진하여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을 이등시민으로 보고 계속 계몽하고 깨우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행사되는 폭력은 아이들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행해야하는 필요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버트란트..
2018.12.07 -
버섯의 체벌거부선언문
나는 나로서 체벌을 거부할 것을 선언합니다. 문을 열 때마다 아빠가 집에 있을까 봐 두려웠습니다.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올 때도 마찬가지로요. 집에 아빠가 있다면 꽉 막힌 분위기 속에서 아빠의 눈치를 봐야 했고, 그게 너무나 답답했어요. 체벌을 통에 아빠에게 남은 감정은 증오심뿐입니다. 앞으로도 평생 아빠를 싫어하며 살아갈 것 같아요. 체벌 거부 선언으로 뭘 써야 하나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너무 아프게 맞았던 기억, 뚱뚱하다며 밥을 먹을 때마다 눈치를 봐야 했던 기억, 맞다 못해 다 같이 손잡고 이모 집으로 가출했던 기억, 내가 힘들었던 아주 많은 기억들이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내가 저질렀던 가해들은 생각이 잘 나지도 않았고 인정하기에도 오랜 시간이 들었어요. 체벌을 이렇게 두려워했던 나도 동생들에 대..
2018.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