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인권친화적인 콘텐츠 발굴하기 ④ 이기의 <키스가 죄> 리뷰 - 나한테 너가 있으니 괜찮다는 연대의 이야기

2019. 5. 31. 15:35특별 연재/청소년인권친화적인 콘텐츠 발굴하기

청소년인권친화적인 콘텐츠 발굴하기 ④  

이기의 <키스가 죄> 리뷰 - 나한테 너가 있으니 괜찮다는 연대의 이야기


넷플릭스 '페르소나' - <키스가 죄> 포스터



※ 이 글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페르소나' - <키스가 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키스가 죄(2019)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페르소나'의 한 작품이다.
페르소나 아이유와 그에게서 영감을 받은 4명의 영화 감독들이
전혀 다른 캐릭터와 각각의 스토리를 선보이는 옴니버스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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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 맞았어?”

“아니야, 맞은 거 아니야.”

“그럼 이게 뭐야? 알레르기?”

“키스 마크.”

 

영화 키스가 죄는 제목처럼 키스가 죄인 사람들의 이야기다. 키스 마크를 몸에 달고 왔다는 이유로 아빠에게 머리카락을 강제로 잘리고 학교도 나가지 못하게 된 혜복과 그 혜복의 친구 한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청소년 중에서도 여성청소년들, 그리고 그들의 연대가 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다.

 

“갠 목이 (키스 마크 때문에) 그래도 학교 나가겠지?”

“걔네한텐 자랑이지

“열 받네

 

키스를 같이 한 상고의 남자에겐 자랑스러운 훈장이 되지만, 혜복에게는 부모에게 혼나고 머리까지 잘리게 만든 죄가 되었다. 영화 밖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여자와 연애/스킨쉽을 많이 한 남자는 능력자가 되지만, 남자와 연애/스킨쉽을 많이 한 여자는 걸레나 여우가 된다.

 

여성청소년들이 애인이 생겼다는 말을 부모에게 하면 부모의 첫 번째 행동은 그 청소년의 외박을 금지하고 통금시간을 잡는 것이다. 외박금지와 통금은 애인과의 스킨쉽을 막으려는 몸부림이다. 그 몸부림을 무시하고 스킨쉽을 하면 해서는 안 되는 죄를 저지른 것 같은 취급을 받는다.

 

그런 배경에서 혜복의 키스 마크는 상대방에게는 더는 상관 쓸 일이 아니다. 또 아빠에게는 분노하고 혜복을 비난할 이유일 뿐이다. 결국 아무도 들어주지 않고 궁금해하지 않았던 혜복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머리가 잘리고 갇힌 상황에 짜증을 내고 화내주는 건 친구 한나가 전부다.

 

 

영화는 입체적인 청소년 캐릭터를 보여준다. 혜복과 한나의 이야기는 꼭 나와 내 친구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든다. 부모나 다른 누구에게도 꺼내지 못한 이야기들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하거나 키스 마크 때문에 곤란해진 상황을 같이 헤쳐나갈 꾀를 내는 모습은, 때 묻지 않은아이와 사람들이 말하는 소위무서운 요즘 애들의 이분법 그 어디에도 맞지 않다.

 

한나는 키스마크라는 것을 한 번도 만들어 본 적이 없는 캐릭터로 나온다. 혜복에게 키스마크 이야기를 듣고 집으로 가는 길에 한나는 자신의 손목에 비난거리이자 죄인 키스마크를 남겨본다. 자신이 만든 첫 키스마크를 내려다보던 한나는 곧이게 뭐라고, 별거 아닌데?’라는 표정으로 다시 집으로 가는 페달을 밟는다. 결국 복수가 다 실패하고 허망하게 뒤뜰에 앉아있다 혜복에게 담배를 권할 때도, 너 이상한 데 좀 겁내지 말고 이게 뭐라고라고 말한다. 사회에서 말하는 죄들을 별거 아니라는 듯 그냥 가뿐히 넘어버리는 한나는 다른 영화에서 나오는 소위노는 애의 설정이다.

 

 

하지만 한나는 영화 속 누구보다 불의의 상황에 화를 내고 복수에 앞장선다. 한나에게는 별거 아닌 키스 마크로 친구의 머리가 잘리고 학교에도 나가지 못하게 된 상황이 불의고, 키스는 같이했는데 누군가에겐 자랑거리고 누군가에겐 비난거리인 이 상황이 불의다. 그런 캐릭터가 담배 좀 피운다고 무서운 악인가. 나쁘고 짓궂은 부분과 묵묵히 들어주고 화내주는 두 모습은 그들은 절대 악, 절대 선도 아닌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살아있는 사람으로 보이게 한다.

 

또한 영화는 살아있는 사람인 여성청소년들의 연대를 보여준다. 한나는 혜복의 경험을 욕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묵묵히 들어주는 유일한 사람이다. 그리고 혜복보다 더 화를 내며 머리를 이렇게 만든 아빠에게 복수하자며 혜복의 손을 이끈다.

 

엉망이 된 혜복의 머리에 모자를 씌워주기도 하고, 혜복의 아빠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기도 한다. 그런 행동들이 꼭 혜복과 비슷한 상황을 겪어본 혹은 겪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의 연대라고 느껴졌다.

 

한나 또한 혜복이 있으니 괜찮고, 혜복또한 한나가 있으니 괜찮은 관계. 비슷한 상황 또는 비슷한 일을 겪을 수 있다는 공포나 두려움의 가능성 속에서 역설적으로 서로서로 지지하고 같이 걸어갈 수 있다는 희망의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 너는 맨날 당하기만 하냐며 자기가 더 화가 난 듯한 한나에게 혜복은괜찮아, 나한텐 네가 있으니까.”라고 웃으며 말한다. 그 말에 한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씨익 웃는다.

 

누구나 혜복이나 한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혜복이 되건 한나가 되건 상관없다고 말한다. 우린 서로가 있으니 괜찮다고 같이 바다나 가자고 웃으며 자전거를 타고 달려간다.


- 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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