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인권친화적인 콘텐츠 발굴하기② 콜비의 <미성년> 리뷰 - 누가 성숙하고 미성숙한가는 중요하지 않다.

2019. 5. 20. 18:06특별 연재/청소년인권친화적인 콘텐츠 발굴하기


청소년인권친화적인 콘텐츠 발굴하기 ②


콜비의 <미성년> 리뷰 - 누가 성숙하고 미성숙한가는 중요하지 않다.



사진: 영화 <미성년> 공식 포스터



※영화 <미성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주리와 윤아는 같은 고등학교에 다닐 뿐, 그동안 별다른 접점 없이 살아왔다. 그러나 엄마인 영주보다 먼저 아빠 대원의 불륜 사실을 알아챈 주리가 직접 대원의 불륜 상대이자 윤아의 엄마인 미희와 대원의 불륜 현장을 찾아가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부모의 불륜과 그로 인해 얽히게 된 딸들의 갈등. 얼핏 영화는 뻔하고도 자극적인 소재를 통해 〈미성년〉이라는 단어가 주는 미묘한 함의를 극대화시키려는 듯 보인다.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아챈 영주가 미희를 찾아가 밀치고, 미희가 임신했던 대원의 아기를 조산하는 장면에서 이러한 통속적인 전개는 정점을 찍는다.


그러나 이후 영화는 불륜이라는 소재를 통해 쉽게 취할 수 있는 자극을 쫒기보단 주요 인물들 사이의 관계를 섬세하게 그려내는 데 집중한다. 성년, 완성된 나이. 미-성년, 성년이 되지 못한 나이. 완성되지 못해 불완전하고 미성숙한 존재, 미성년. 제목에 담긴 함의답게 분명 영화 속 인물들은 어딘가 미성숙하다. 그러나 그 미성숙함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성숙한 사람과 미성숙한 사람을 이분하지도 않는다. ‘어른’이 ‘아이’보다 미성숙하게 그려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 또 한편으로는 미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영화 초반, 주리는 대원과 미희의 불륜 소식을 영주에게 알리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윤아와 만나 싸우던 중 윤아가 주리의 핸드폰으로 영주에게 전화해 불륜 소식을 알린다. 왜 일을 크게 만드느냐고 화내던 주리는 윤아에게 강제적인 입맞춤을 당하고 “왜 난리야? 네 말대로 이것도 없던 일로 하면 되잖아!”라는 말을 듣는다. 엄마에게 밝히지 않으려는 것을 보호라 생각한 것을 지적당한 것으로, 보통의 구도인 청소년이 비청소년에게 ‘보호’ 당하는 것을 비틀어 비판하는 장면이다.


무책임한 대원의 행동에 대해 단호하고 이성적으로 대처했던 영주는 미희의 병원비를 갚으러 온 윤아에게 ‘어른’으로서 충고하는 말, “흔들리면 안 돼, 지금이 너희들 인생에서 너무 중요한 시기야”을 하려다가 주리 걱정이나 하라며 비웃음당한다. 자신보다 어린, 미성숙한 존재에게 충고함으로써 ‘어른’이라는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려다 실패한 것이다. 울음이 터진 영주에게 윤아는 곧바로 사과하지만 모자란 5만원을 꼭 갚겠다는 말을 덧붙이며 자신이 어리다는 이유로 걱정 받을 대상이 아니라 영주와 동등한 사건의 당사자임을 다시금 확인시킨다.


그렇다면 주리를 비판한 윤아는 성숙한 존재일까. 윤아는 주리에게 무책임한 부모들을 대신해 자신이 학교를 자퇴하고 알바를 해서 돈을 벌어 아이를 키우겠다고 말한다.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며. 아이의 교육환경과 미래를 위해 입양 보낼 것을 권유하는 주리에게 윤아는 자신이 아이의 ‘누나이기 때문에’ 자기가 결정하겠다고 답한다. 자신이 비웃던, 무책임하고 독선적으로 행동하는 ‘어른’들과 똑 닮은 모습이다.


이처럼 영화 〈미성년〉은 미성년이라는 단어에 담긴 사회적 의미와 맥락을 해체하고 뒤집는다. 보통 미성년-청소년은 기존의 사회적 이미지를 반영하고 재생산하는 형태로 등장한다. 희망차거나, 보호해야 할 대상이거나, 때로는 위험한 존재로서 그려지는 어린 존재들은 그와 대비되는 성숙한 존재로서의 ‘어른’의 역할을 강화하는 도구로서 쓰인다. 그러나 〈미성년〉은 어린 존재를 대상화하는 기존의 서사 문법을 따르지 않고, 오히려 한없이 미성숙한 ‘어른’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미성숙함’이란 특정 나이에 귀속되는 속성이 아님을, 미성년-청소년은 단순화된 이미지의 표상이 아니라 또한 다층적 측면을 가진 인격체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성년〉은 불륜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이를 극적인 방식을 통해 해결하려고 시도하지 않는다. 영화는 등장인물들이 모든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고 행복해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영화 속 인물들은 갈등을 겪고 사과를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안타까워하지만 동정을 베풀지도 않는다.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받지만 그로 인해 포기하지도 않는다. 여기서 어떤 사람이 누구보다 얼마나 성숙한지 미성숙한지는 중요하지 않다.


-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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