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정당'하다

2018. 3. 30. 21:15인터뷰


청소년, ‘정당’하다


참여자 : 양말, 은선, 트리



 작년 전국 거리를 뜨겁게 달군 박근혜 퇴진 운동에는 청소년이 있었다. 그들은 비청소년들과 같은 시민이자 주체로서 활동하며 변화를 가져왔지만, 정작 그들 자신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투표권을 행사할 수도, 정당에 가입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1212일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가 이러한 현실을 규탄하기 위해 나섰다. 참가자들은 각 정당 당사에 방문하여 입당 원서를 제출하고 기자 회견을 진행했다. 이번 인터뷰 지면에서는 퍼포먼스에 참여한 청소년들과 함께 이번 행사에 대해, 그리고 청소년 참정권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정당가입 퍼포먼스 현장의 반응은 어땠나요?

 

트리: 날이 추워서 사람은 별로 없었다. 당 관계자들의 반응은 천차만별이었다. 몇몇 정당들은 호의적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자유한국당사를 찾아갔을 때는 거의 문전박대를 당했다.

 


정당가입 퍼포먼스에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참여하셨나요?

 

양말: 지지하는 후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에 참여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를 제외하면 나에게 참정권이 없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다. 이 점들이 잘못되었다고 느껴서 참여했다.

 

트리: 예비당원제가 있는 정당도 있지만 역시 일반 당원들과는 차이가 많더라. 같은 당원인데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차별 받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은선: 여러 정당들은 현행 정당법을 눈치 보며 실질적인 청소년 참정권 보장을 요구하기 위해 나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다수의 정당에서 “(청소년 참정권 보장이) 우리 당의 당론이고 어느어느 당에서만 반대한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당론이라고만 이야기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실질적인 청소년 참정권 보장 방안 마련을 요구하고자 했다.

 

 

일상에서 참정권이 주어지지 않아서 억울하고 불편했던 점이 있으신가요?

청소년 참정권이 필요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트리: 나도 이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인데, 학교에서든 제도권 정치에서든 의사결정 과정에서 제 3자로 취급된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 점들이 억울했다.

 

은선: 참정권을 보장받지 못해 청소년들이 입는 피해는 다양하다. 청소년은 투표를 할 수 없기 때문에 표에 따라 움직이는 정치인들과 정당들은 청소년의 고통을 중요시하지 않기 쉽다. 또한 현행법상 청소년은 당원이 될 수 없기에 청소년의 목소리는 정당의 주 관심사와 당론이 되기 어렵다. 청소년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과제들은 늘 국회에서도 정부에서도 후순위로 밀려 왔다. 가정에선 청소년들이 입시 공부 이외에 다른 것을 할까 봐 정치 참여를 막고, 학교에선 학생들의 목소리에 말대꾸’, ‘선동이라는 딱지를 붙인다. 청소년은 어른들에게 대신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구하기 지쳤고, 그렇게 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이를 기준으로 참정권을 제한하는 것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양말: 나이를 기준으로 삼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성숙함'의 척도를 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숙함과 비성숙함은 비청소년과 청소년의 경계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트리: 나이 어린 청소년에게 참정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논리 속에 있는 성숙하지 않으면 참정권을 가질 권리가 없다는 생각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은선: 자신의 의견을 내고 그 의견을 존중받는 데에 왜 나이 제한이 필요한가? 국가도 학교도, 청소년의 정치 참여를 막아서는 데 정당한 명분은 없다. 현 대의제 민주주의 체제에서, 투표는 시민이 가진 가장 큰 무기이자 도구이다. 청소년 또한 한 시민으로서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세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

 


청소년 참정권이 보장되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트리: 청소년이 참정권을 보장받게 된다면 일단 청소년을 통제의 대상으로만 보는 제도와 시선들이 변할 것 같다. “해야 한다.”, “하면 안 된다.”라는 말을 청소년이 지금보다는 적게 마주치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은선: 청소년에게 참정권이 보장된다면 먼저 학교가 변할 것이다. 지금은 학생회에 출마하려는 학생 후보들의 공약이 학생생활지도부에 의해 검열되기도 한다. 대자보 등으로 정치적인 의견을 내는 것 또한 검열되고 심지어는 징계를 받기도 한다. 청소년 참정권이 보장된다면 학교 안에서 청소년이 정치적인 의견을 내는 데 제약을 받는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청소년의 표를 정치권이 의식하게 되면 청소년 관련 정책이나 예산도 확대될 것이다. 청소년도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서 자유롭게 활동하고, 더 나아가서는 직접 국회의원 등으로 출마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이가 어린 사람들이 들어오면 정치가 개혁될 것이며, 더 창의적이고 깨끗한 정치가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은선: 정치적 개혁은 나이에 관계없이 자신의 신념과 의지에 달려 있다고 본다. 나이에 따라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트리: 이런 주장들은 청소년은 좀 더 순수한 존재일 것이라는 생각에 기초하는 것 같다.

 

양말: 청소년을 특별한 존재로 보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청소년 역시 개별적인 사람들이고, 특별히 청소년이라는 집단이 비청소년에 비해 더 창의적이고 깨끗하긴 어렵다고 생각하는 건 판타지다.

 


다른 것은 제쳐두더라도 교육감 선거는 청소년도 가능하게 하자는 의견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트리: 대부분의 청소년의 삶을 대표적인 교육기관인 학교가 좌지우지하기는 하지만, 청소년은 교육 정책에만 영향을 받는 게 아니다. , 청소년은 선거권 외에도 정당가입, 선거운동 등 제도적인 정치에서 배제당하고 있다. 청소년이 이 사회의 시민으로서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선거권을 넘어 더욱 포괄적인 참정권이 필요하다.

 

양말: 교육감은 청소년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이유에서 나오는 의견이다. 하지만 이것은 비학생 청소년을 배제하는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우리 생활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치려면 교육감은 물론, 대통령, 국회의원, 도지사, 시장 등의 모든 선거에 우리가 직접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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