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1. 11. 22:46ㆍ인터뷰
나이에 얽매이지 않고 관계 맺기
-서로 존댓말, 서로 반말이 왜 불편한가요?
일시 : 2017.10.13.(금)
참여자 : 공현, 난다, 양말, 콜비, 치리, 트리, 호야
우리 사회는 나이에 따라 관계 맺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의 나이가 자신보다 많은지 적은지에 따라 존댓말/반말을 구분하여 사용하고, 나이가 같으면 친구라고 여기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에서는 나이가 많다고 해서 나이가 적은 사람에게 하대하지 않으며, 친분에 따라 상호 반말과 존댓말을 구분하여 사용하는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인터뷰 지면에서는 아수나로 활동가들과 함께 나이주의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문화 속에서 어떻게 서로 관계를 맺고 있는지, 나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나이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고 서열화하는 곳에서 느끼는 불편함이 있는지?
콜비 : 처음 보는 동년배 사람들에게 존댓말로 말 걸기가 너무 힘들었다. 처음 만난 사이이니 존댓말을 써야 할 것 같은데 쓰면 이상하게 생각할까 걱정된다.
양말 : 나는 온라인에서 활동할 때 중2때까지 나이를 밝혀 본 적이 없다. 내가 나이가 적다는 게 부끄럽게 느껴졌다. 나이를 밝힐 때부터 사람들이 갑자기 나를 무시하는 게 느껴지기도 했다.
난다 : 나는 종종 인권교육을 하러 다니는데, 교육 참여자들이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경우에는 나이 어린 사람이 가르친다고 되게 당황해하더라. 그러면 나도 위축된다.
공현 : 전에 병역거부로 수감 생활을 한 적이 있는데, 감옥에선 나이에 따른 상하관계나 호칭이 뚜렷했다. 나보다 나이 적은 사람한테 존댓말을 하니까 그 사람이 화를 내더라.
트리 : 학교에서도 후배한테 존댓말하면 불편해지는 것 같다.
양말 : 맞다. 나는 학교 동아리 부장이 되면 그 안에 다 같이 존댓말을 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3학년들이 엄청 반대를 하면서 자기들도 싫지만, 후배들도 되게 불편해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공현 : 이게 구조의 문제라서 한 개인이 바꿀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동아리 내에서 존댓말을 하는 문화가 생기더라도 동아리 밖에서 그러면 어색해지니까.
사회에서 나이를 기준으로 관계를 멋대로 규정한다고 느낄 때가 언제인지?
공현 : 나이 차이가 많아 보이는 두 사람이 반말을 하거나 친구라고 하면 ‘설마 동갑이야?’ 라는 말을 한다.
치리 : 동갑이 아니라고 답하면 동갑이 아닌데 어떻게 친구냐고 하더라.
양말 : 나이가 같으면 친구라고 하는 것, 같은 나이면 친구라고 가정하는 것도 너무 별로다.
난다 : 학교에서 반 친구들이랑 다 사이좋게 지내라고 하는 게 압박으로 느껴졌다.
치리 : 사실 내가 같은 반의 모든 사람과 친밀할 필요는 없지 않나. 그런데 다들 같은 반, 같은 학교, 같은 나이는 친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이에 따른 구분과 서열이 없는 환경에서 지내면서 관계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면?
호야 : 나이에 따라 고정적인 관계를 맺지 않았기 때문에 내적 친밀감, 그 사람과 서로 편한 관계의 형태 등을 고려하면서 선택해 나갈 수 있었다.
난다 : 예전엔 반말/존댓말이 관계의 척도라고 생각했다. 반말을 하면 무조건 친하고 존댓말을 하면 무조건 거리감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예외를 많이 겪으면서 관계를 맺는 폭이 넓어진 것 같다.
공현 : 수년간 만나면서 계속 존댓말을 하더라도 서로 신뢰하고 스스럼없는 관계도 있었다.
양말 : 어떤 사람이랑은 아무리 친해도 존댓말을 하고 싶기도 하고, 어떤 사람이랑은 반말을 하고 싶기도 하다. 존댓말을 할 때랑 반말을 할 때랑 미묘하게 관계가 달라지니까.
공현 : 나이에 따라 호칭과 존대/하대를 달리 하는 것은 내가 이 나이 서열과 위치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을 스스로 느끼게 만든다. 그런 문화가 없는 청소년운동 안에 있다 보면 내 나이를 까먹게 된다.
난다 : 맞다. 나이를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는 게 큰 변화인 것 같다.
- 트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