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인권, 법 제정으로 한걸음 더 ― 촛불청소년인권법(가칭) 제정운동을 위한 전국 간담회 준비팀 인터뷰

2017. 9. 26. 20:15인터뷰


청소년인권, 법 제정으로 한걸음 더

― 촛불청소년인권법(가칭) 제정운동을 위한 전국 간담회 준비팀 인터뷰




 지난해의 촛불정국 이후, 아쉽게도 국회에서 통과되지는 못했지만 만 18세 선거권 보장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났다. 올해 초부터는 학생들이 학교 내 학생인권침해 사건을 공론화하는 움직임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인권친화적 학교+너머운동본부(이하 너머운동본부)’는 ‘촛불청소년인권법’ 제정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19일 대전에서는 ‘촛불청소년인권법 제정운동을 위한 전국 간담회’가 열렸다. 이 간담회를 준비했던 너머운동본부의 간담회 준비팀을 만나 보았다.


 * 인권친화적 학교+너머운동본부는 학생인권조례 제정 및 학생인권 정착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전국 연대체이다.



촛불청소년인권법(가)이 무엇인가?


난다: 학생인권법 제정(혹은 초중등교육법 개정), 아동청소년인권법 제정, 청소년 참정권 보장을 위한 선거법 개정을 요구하며 해당 3개 법안을 통틀어 부르는 이름이다.


쥬리: 학생인권이 참 지난한 이슈라 수위가 높은 폭력처럼 보이지 않으면 사람들에게 관심 받기 어렵기도 하고, 이미 충분히 보장되고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 경향도 있다. 3개 법안을 포괄해서 ‘촛불청소년인권법’으로 부르고 요구하기로 한 건, 조금이라도 그런 인식을 넘어 많이 이슈화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10년 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청소년 참정권 역시 이제 최소한의 제도적 성과를 내야만 한다는 절박함이 있다.



촛불청소년인권법(가)의 취지와 필요성은 무엇인가? 

쥬리: 학생인권 관련해서 유일하게 법제화되어 있는 게 학생인권조례(이하 ‘조례’)다. 근데 조례는 4개 지역에밖에 없다. 학생인권침해가 발생했을 때 조례가 있는 지역이면 교육청에 민원을 넣어서 해결할 여지가 있지만, 없는 지역에서는 체벌 사건 정도가 일어나야 교육청에서 개입한다. 또, 조례가 법체계 속에서 하위법이기 때문에 교육청에서 할 수 있는 것도 권고 정도인 경우가 많다.

 학생인권침해 사건 대응이 교육청의 의지나 교육감의 성향 등에 따라 쉽게 좌지우지되기도 하고, 지역에서 조례를 제정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 하거나 무산되기도 한다. 각 지역의 조례와 조례 제정운동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상황이 있다.

 촛불청소년인권법 중에서 학생인권법이 법률로 제정되면 교육부에서도 그걸 기반으로 교육청과 학교에 지침을 내리고 규제를 하게 된다. “조례가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되는 것 없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다음 단계는 법 제정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촛불청소년인권법(가)를 지금 추진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쥬리: 가장 큰 이유는 정권이 바뀌었다는 데 있다. 후보 시절 문재인은 학생인권법 제정에 동의하고 임기 초반에 제정하겠다고 했고, 공약집에도 아동청소년인권법을 제정하겠다는 문구가 들어있었다. 정권이 바뀌면서 다양한 개혁 법안들이 나오고 있는 이 시기가 적기라고 판단했다. 다만 문재인 정부가 알아서 하지는 않을 것이다. 청소년인권에 대한 비전이나 목표가 있는지 의문스럽기도 하고, 이제껏 인권 문제에 소극적인 측면도 보였다. 우리가 이 운동을 얼마만큼 잘 만들어내느냐가 운동이 무엇을 남길 수 있는지를 결정할 것이다.

난다: 작년에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나온 청소년에 주목했지만, 사실상 청소년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청소년의 현실이 실질적으로 변화하려면 청소년이 시민으로 여겨져야 한다. 학생인권과 청소년 참정권을 주장하면서 그런 메시지를 알리려 한다. 청소년에 대한 인식과 청소년의 삶이 바뀌기를 기대한다.


조례 제정 이후 학생인권 현실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

난다: 지역마다 다를 텐데, 경기도의 경우 체벌은 안 된다는 인식이 생긴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상벌점제 같은 간접적인 규제가 활성화되었다는 문제가 있지만. 학생인권옹호관과 학생인권실태조사 등의 제도를 통해서 학생인권이 보장돼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도 나름의 변화라 하겠다. 학생들로부터는 두발·복장 규제가 덜 이루어지면서 다른 문제에 더 관심을 갖고 학생들이 의견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부분에서 변화를 느꼈다.

쥬리: 조례가 만들어졌다는 것도 분명 성과이지만, 가장 중요한 성과는 운동주체들이 조례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과정을 거치며 학생인권이 사람들 사이에서 정치적인 의제로 얘기된 거라고 생각한다. 촛불청소년인권법 제정운동도 마찬가지다. 법이 만들어지느냐 아니냐가 물론 중요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학생인권·청소년인권을 공론화하는 게 우리가 이 운동을 하는 가장 중요한 의미일 수 있다. 제정운동 과정에서 촛불청소년인권법이 청소년에게 많이 알려지고 그 속에서 법 제정을 바라는 의견이 많이 퍼지기를 바란다. 내가 겪었던 일들이 부당하고 또 정치적인 문제였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 있다. 그 계기가 청소년주체들에게 더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걸 만드는 게 우리의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학생인권조례 제정 이후 고민되었던 것들은 무엇인가? 

난다: 문제는 결국 학생·청소년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가 아닌가 싶었다. 우리 사회는 어린이·청소년을 규제와 보호의 대상으로 여긴다. 이런 게 바뀌지 않으면 학생인권조례 같은 제도가 있어도 학교에서는 규칙의 이름만 바꾸어가며 학생을 계속 통제한다.

쥬리: 조례제정운동에서 특히 서울의 경우 청소년 활동가들의 힘이 있었기에 조례가 제정될 수 있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조례는 청소년이 함께 만든 거‘라는 인식이 있었으면 했는데 그러지 않아서 아쉽다. 촛불청소년인권법 제정운동을 하면서는 좀 더 이 법을 요구한 청소년 주체들의 모습, 이미지를 많이 만들고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청소년 당사자들이 일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학생인권·청소년인권의 법제화를 통해 기대하는 것은?

난다: 법이라는 제도에 학생·청소년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감으로써 청소년인권침해가 문제이며 당연한 게 아니라는 걸 사회적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인권침해가 일어났을 때 사회와 국가가 개입해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고 정책에 청소년인권의 관점이 반영되도록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법제화와 별개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서는 청소년이 자기 삶을 바꾸기 위해 모여서 목소리를 내는 게 필요하다. 일상에서 느끼는 문제를 계속 이야기하고 드러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쥬리: 이 운동에 많은 사람들이 붙어서 같이 힘을 합쳐 해나갔으면 한다. 특히 청소년의 목소리와 행동이 중요할 것이다.

난다: 활동가들한테는 우리 웹자보에 나와있듯 ‘이제는 끝을 보자’고, 같이 힘 모아서 해 보자고 하고 싶다. 대중 청소년들에게는 여러분의 현실과 삶을 바꾸기 위해서 참여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을 전하고 싶다. 

- 트리, 호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