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2. 1. 16:45ㆍYosm Special
[Special] 강제 패션 트렌드, 용의복장규제
- 개성 억압, 불편 초래
인천의 모 고등학교는 11월에도 교문을 통과할 때 외투를 벗어야 한다. 복장규제 때문이다. 학생들이 추워하는 것은 아랑곳없다. 늦가을부터 많은 학교들이 외투를 규제하면서, 학생들의 복장 규제에 대한 불만은 더 커진다. 인천의 중학생 유 모씨는 "추워서 외투를 입겠다는데,교사들이 결정했으니 무조건 입지 말라는 건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청소년들의 패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학교 용의복장규제를 빼놓을 수 없다. 중고교에서는 교복을 강제적으로 입히는 것부터 규제가 시작된다. 외투, 양말과 스타킹, 화장, 머리카락 길이·색깔·모양까지 규제 대상이 되곤 한다. "학생답게 단정히 한다." 같은 한 줄은 교칙에 꼭 끼워놓는다. 초등학교에는 악세서리나 화장을 규제하거나 손톱검사를 하는 등의 용의복장 규제사례가 있다.
패션은 사람의 개성을 드러내고 만드는 것이다. 학교는 규제와 권력으로 학생들의 개성을 가둔다. 통제하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용의'란 몸가짐이나 태도를 가리킨다. 학생들의 태도까지 모두 통제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인권교육센터 들 배경내씨는 "복장규정은 자신에게 맞는 복장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어갈 기회를 박탈한다. 불의를 보고도 눈감고 권력에 복종하는 태도는 학교의 이런 규제에서부터 길러진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패션엔 여러 실용적인 의미도 있다. 따라서 외투 규제나 두발규제 등, 용의복장규제는 불편을 초래한다. 각자가 자기에게 맞는 옷을 입지 못하고 하나의 기준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청소년 문화를 왜곡시키는 영향도 있다. 예컨대, 학생들 사이에서 '잘 나가는' 학생들은 용의 복장규제의 선을 눈치껏 넘으며 자신을 어필한다.
"얼마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용의복장규제의 역사는 길다. 일제시대 무렵부터 있었던 셈이니, 100년이 넘었다. 박정희 유신정권 시절에는 전국 모든 학교의 학생들이 똑같은 교복을 입고 같은 머리 모양을 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1980년대 잠시 교복도 입지 않고 두발규제도 완화된 때가 있었으나, 용의복장규제는 계속됐고 정부는 몇 년만에 교복을 학교별로 재도입했다. 그 이후 학생들이 두발자유를 요구하 는 서명운동과 거리집회를 벌이는 등 많은 사건이 있었다.
이런 사건들은 규제 완화를 촉진시켰으며, 일부 지역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는 것에도 영향을 미쳤다. 교육부는 변화에 거슬러서 2011년, 법령을 개정하면서까지 학교에서 용의복장 규제를 할 수 있게 하려고 애쓰고 있다. 다수 학교에서는 학생의견 수렴 절차도 형식적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애초에 자신이 알아서 정할 문제인 복장과 패션의 문제를 학교에서 다수결로 결정하고 규칙으로 규제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비판 의견도 있다.
"두발규제는 명백하게 신체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인권침해에 해당한다. 머리카락을 얼마나 기를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 내 머리카락을 함부로 만지고 기준을 정해서 강제로 자르게 하는 규정을 세우는 것 자체가 반인권적인 행위로 보아야 한다."
2005 년 <두발자유화를 위한 학생운동본부>가 발표한 글이다. 용의복장규제 전반에 해당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청소년들이 '패션'을 논하기 위해서는, 일단 '자유'부터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밀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