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9. 15. 02:57ㆍYosm Special
[Special] 방학아, 방학아 어디 숨었니?
실종된 방학을 찾습니다
방학이 사라졌다. 분명 방학식을 했는데도 왠지 계속 공부를 하고 있다. 원래 계획했던 알바와 여행은 미뤄둬야 한다. 누가 방학을 사라지게 했을까? 용의자 몇을 추적해봤다.
용의자1 학교&방학숙제
독후감 2편 써오기, 2학기 문제집 풀어오기, 영어단어 50개 외우기, ebs인강듣기. 학교에서 내준 방학 숙제다. 모두입시에 관련된 것들이다. 개학날 결과물을 걷고 쪽지시험을 쳐서 수행평가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한 교사는 말했다. '이렇게라도 안하면 너네가 숙제를 하겠니?'보충수업을 하러 학교 나오라고 했다. 마치 선심이라도 쓰듯 야자는 안한단다. 그래서 나는 아침 7시 반부터 저녁 6시까지 학교에 있는다. 틈나는 대로 봉사활동까지 하라고 한다. 15시간을 채워야 내신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용의자2 부모&학원
친구는 방학동안 스파르타 기숙학원에 들어간다고 했다. 일요일만 빼고 아침 6시 반에 일어나 밤 1시까지 꼬박 공부만 하는 곳이다. 학원들은 “여름방학이 2학기 성적을 좌우한다”라고 겁을 준다. 나도 학원에 간다. 방학 몇 주 전, 엄마가 '애들을 잘 잡는다'는 학원을 물색해 와서는 나더러 고르라고 했고, 나는 그나마 친구들이 많이 다니는 학원을 골랐다.학교가 끝나면 밥만 먹고 밤 10시까지 학원에 있는다.
용의자3 나? 모두?
사실 내가 성적을, 입시를 포기하면 될지도 모른다. 방학숙제 안 해! 보충수업도 안 해! 학원 안 다녀! 하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일단 학교와 집에서 된통 까일거고, 그걸 넘어 인생이 망할지도 모른다. 유명한 대학에 못갈 거고, 좋은 직장에 취직도 못할 거다. 결혼도 못하고 그냥 쓸모없는 잉여인간 취급을 당할 것 같다. 그럼 방학을 잃은 건 내 탓인가? 아니, 1등을 하지 않으면 도태되게끔 하는사회가 잘못된 것 아닌가?
진짜 방학
이제 개학을 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변한 게 없다. 방학은 그저 학기의 연속이었고, 새로운 경험을 할 시간은 없었다. 잠시 한번 되돌아 볼 시간이다.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정말 내가 행복한 길이 맞는지. 이런 게 진짜 방학이고 공부인지.
[밀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