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8. 8. 22:21ㆍ인터뷰
학교 안에서 학생들은 할 수 있는 게 없다.
― 내서여고 남교사 몰카 사건 최초 고발자 인터뷰
2017년 6월 21일, 경남 창원의 내서여자고등학교에서 담임을 맡고 있는 남교사가 교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는 일이 발생했다. 해당 교사는 학생들 몰래 분필통 바구니에 핸드폰 원격 촬영 기능이 있는 동영상 카메라를 넣었고, 학생들이 그것을 발견하고 전원을 끄자 교실로 돌아와 카메라가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학생들이 교사에게 카메라를 몰래 설치한 사실에 대해 항의하자 교사는 수업 분석에 활용하기 위한 테스트 차원이라며 해명했다. 학생들이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경남도교육청과 해당 고교 교장은 이 교사에 대해 행정처분과 징계를 하지 않고 있었다. 학교와 교육청의 미진한 태도에 학생들이 직접 공론화를 위해 나섰고, 교육청은 뒤늦게 특별 감사를 실시 중이다.
청소년신문 <요즘것들>에서는 지난 8월 6일, 공론화를 진행했던 해당 학교 학생 중 한 명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0. 어떻게 처음으로 고발을 하게 되었나?
A : 그 일이 있고 나서 해당 교사가 담임을 하는 반 학생들이 엄청 분노했다. 나는 그 반은 아니었는데 친구에게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미쳤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너무 화가 나서 교육청에도 민원을 넣고, 국민신문고를 통해서도 민원을 넣었다. 학부모들도 학교에 계속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안다. 그런데 국민신문고를 통해서 답변이 온 게, 이게 그리 심각하게 다룰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해당 교사는 반 학생들한테 민원을 넣으면 생활기록부에 영향을 끼칠 거라고 협박을 했다. 그러다 보니까 이대로 일이 묻힐까봐 답답해서 페이스북 비공개 그룹에 사건에 대해서 토로하는 글을 썼다. 그런데 그 그룹에 오마이뉴스 기자가 있었고, 내 글을 보고 연락을 했다. 오마이뉴스 기사가 보도된 후 다른 언론사에도 기사가 나고 일이 커졌다.
1. 공론화 이후 어떤 일이 있었나?
A : 교사가 마치 학교에서 징계를 받아서 휴직계를 낸 것처럼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일을 쉬게 되면 월급을 못 받으니까 ‘3000만 원이나 손해가 났다’는 식으로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어이가 없었는데, 그것도 알고 보니 휴직계도 아니고 육아휴직이더라. 육아휴직은 돈 받고 쉬는 것이지 않나. 그런 거짓말을 하는 게 너무 뻔뻔하다. 교육청에서는 민원을 넣었을 때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더니 일이 커지니까 3일부터 특별감사를 온다고 했다. 학생들 아무나 잡고 증언을 받는다는데 나는 적극적으로 증언을 할 생각이다.
2. 학교의 태도는 어떤가?
A : 학생들 입막음만 하려고 한다. 이전부터 교무실 앞에 ‘SNS 토로 자제’ 라고 쓰여 있는 종이가 붙어있었는데 학내 문제에 대해서 불만을 이야기하는 학생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대로 보여주는 문구다. 학생들이 SNS에 올리는 건 이유가 있어서인데, 이유는 알려고 하지 않고 SNS에 토로하는 걸 자제하라고 하는 게 문제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사건이 알려진 것에 대해서도 교사들 사이에도 쉬쉬하는 분위기고, 저번에 교무실 근처에서 한 교사가 “이거 누가 올린 거야.”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사실 이런 적이 과거에도 있다. 예전에 급식실에서 밥을 먹고 있었는데 천장형 에어컨에서 구더기들이 떨어졌다. 그 때 밥을 먹고 있던 같은 반 친구가 너무 놀라서 그 후로 급식실도 잘 못 들어갔다. 학교에다 시정해달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그저 몇 마디로 학생들 달래기만 하고 교장은 학부모에게 전화해서 신고하지 말라고 하기도 했다. 결국 해결된 게 아무것도 없었고 묻혀버렸다. 포털사이트에서 내서여자고등학교를 검색해 보면 이런 일화가 많이 나온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문제제기를 할 때마다 매번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보다 학생들 입만 막으려고 한다. 너무 답답하다. 학교 안에서는 학생들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까 언론이나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3. 학생들 사이의 분위기는 어떤가?
A : 1, 2학년과 3학년 사이의 분위기가 너무 다르다. 1, 2학년 학생들의 SNS 커뮤니티에 들어가 보면 공론화된 기사들을 공유하기도 하고 그러는데, 3학년 학생들은 교사들한테 이 일이 커지면 본인들 생활기록부에 문제가 생긴다는 협박을 많이 들어서 그런지 굉장히 보수적이다. 입시가 가까워져서 더 그런 것 같다. 3학년 학생들의 커뮤니티 들어가 보면 이거 누가 올린 거냐, 학교 망신 아니냐는 말도 많고, 우리가 문제제기하면서 학교에 인권침해적인 규정들도 같이 문제제기했는데 왜 싸잡아서 얘기 하냐고 하기도 한다. 문제의식이 별로 없다. 사건에 대해서 교사들이 쉬쉬하는 건 그렇다 치는데 학생들도 그러니까 힘들다.
4. 공론화를 통해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A : 교사와 교장의 해직이다. 교장의 경우는 8월에 정년퇴직인데 그 전에 해직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강력하게 조치되어야 다음 피해자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
5. 공론화를 힘들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A : 학교에서 핸드폰을 걷으니까 증거자료로 녹음을 하거나 사진을 찍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번 몰카 사건은 한 친구가 핸드폰을 안 내고 있어서 겨우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사실 이 사건 외에도 그 교사는 여성혐오 발언을 한 적도 굉장히 많고, 나사 이야기를 하면서 여성과 남성에 비유하는 등 성희롱성 발언도 많이 했다. 기사로 나오기도 했지만 교장도 훈화 중에 “좋은 대학 못 가면 성 팔게 된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는데 핸드폰이 없어서 녹음을 하지 못했다. 그 밖에도 그 사건 당시 반 학생들이 화를 많이 냈었는데 생활기록부에 영향이 갈까봐 두려워서 공론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는 못한다. 불안한 마음이 이해가 되기는 한다. 3학년 학생 중 한 명이 우리가 학교 규정에 대해서 문제 제기하는 것에 대해서 좋지 않게 보는 의견을 SNS에 남긴 적이 있는데, 댓글에 계정 주인을 찾으려고 하는 말들이 있었다. 찾아서 어떻게 하려는지 불안하다. 이 사건이 학생 인권 전반의 문제와 관련있다고 생각하고, 학교에 문제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 규정을 지적하는 게 물타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6. 앞으로는 어떻게 할지?
A : 혼자서는 힘들 것 같아서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에 가입했다. 창원지부에서 같이 대응해보고 싶다. 오래 걸리더라도 꼭 그 교사가 해직되었으면 좋겠다.
― 인터뷰어 / 정리 : 치이즈 / 엘사
― 인터뷰이(익명) : A (내서여고 재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