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외고 페미니즘 동아리 ‘다움’ 인터뷰

2017. 4. 27. 10:37인터뷰

요즘것들팀에서는 학교라는 반인권적인 환경 안에서도 페미니즘 활동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양외고 페미니즘 동아리 다움을 만났다. ‘나다운 너다운 페미니즘을 하고 싶다는 다움’, 그들의 얘기를 들어보았다.

 

 

고양외고 페미니즘 동아리 다움’에서 활동하시는 나희원, 이서은 님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 ‘다움동아리에서 활동하는 나희원이다.

: 마찬가지로 다움에서 활동하는 이서은이다.

 

다움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 3월에 학생들을 상대로 여는 강연회가 있다. 거기서 지금은 졸업한 3학년 선배가 페미니즘에 관련된 주제로 강연을 했다. 그 강연에 현 부장이 감명을 받아서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규정하고 20168월에 동아리를 개설했다.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고 무엇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지?

 

: 청소년인 페미니스트는 혼자서 목소리 내기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학교에 흩어져 있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모아 연대하여 페미니즘을 하자는 목적으로 이 동아리를 만들었다. 주로 교내의 다른 친구들에게 페미니즘을 알리기 위해서 활동하고, 페미니즘 인식 개선을 위한 활동도 하고 있다.

 

지금까지 해온 활동을 간단히 소개 부탁드린다.

 

: 작년에는 학술 위주로 활동을 했었다. 각자 페미니즘 도서를 읽고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정리해서 모아 발표했다. 가끔 페이스북에 카드뉴스를 만들어서 동아리 홍보를 하기도 했다. 올해부터는 방향이 활동 위주로 살짝 바뀌었고 최근에는 초심자를 위한 페미니즘이라는 주제로 강연회와 부스를 열었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콘텐츠가 많은데, 어떻게 그리고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 올리고 계신지? , 그런 콘텐츠의 효과는 어떤가?

 

: ‘여성혐오란 무엇인가에서부터 시작하는 기초지식을 소재로 주로 만들었고 알려진 유명한 페미니스트들을 소개하는 내용을 담았다. 주로 페미니즘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접근하는 게 목적이었다.

 

: 많은 분이 댓글도 달고 좋아요도 눌러서 우리가 하는 활동이 외부로 많이 알려진다. 다른 페미니즘 단체가 같이 연대하지 않겠냐며 요청해 오기도 한다. 이따금 다른 청소년들이 우리 카드뉴스나 활동모습을 보고 자기들도 동아리를 만들려고 하는데 조언을 좀 부탁한다며 연락이 오기도 한다.

 

: 실제로 이번에 다른 학교에 있는 내 친구가 페미니즘 동아리를 만들었다.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아 뿌듯하다.

 

동아리 활동에 대한 주변 학생들의 반응은 어떤가?

 

: 아예 아무것도 모르던 친구가 우리가 활동하는 걸 보고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져서 같이 스태프로 활동하기도 하고 선배나 후배가 감명 받았다며 말해주기도 한다. 그렇다고 반감을 가진 부류가 없는 건 아니다. 예를 들면 포스터 붙이고 있으면 근처에서 자기들끼리 눈빛교환하고 웃고 페미니스트 예민하지 않나 하고 들리게끔 말하고 지나가기도 한다. 그래도 긍정적인 반응을 해주는 분이 더 많아서, 대부분 좋은 반응을 얻는다.

 

학교 동아리이기 때문에 좋은 점이나 특별히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게 있나?

 

: 학교라는 장소의 특성상 학생들과 만나기가 쉽다. 감독하는 교사들의 눈을 피해서 점심시간이나 야간 자율시간에 짬 내서 만난다거나 할 수 있다. 또 친구들 간의 사이가 좋은 것을 이용(?)해서 페미니즘을 몰랐던 친구들에게도 은근슬쩍 홍보할 수 있다.

 

방금 전 질문과는 반대로, 학교 동아리이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이나 제약은 없나?

 

: 아무래도 동아리가 학교에서 주관하는 프로그램의 일종이다 보니 학교의 규정과 틀에 얽매여있을 때가 많다. 동아리 모임을 가지려고 할 때도 학교 행사에 따라서 날짜가 불안정하게 바뀌거나 한다. 또 교내의 부정적인 소문에 휘말리는 경우가 가끔 있다. 남학생들의 단톡방에서 우리 동아리에 대한 험담이 오고 간 적이 있었고 그로 인해 안 좋은 소문이 난 적이 있었다. 그런 부정적인 소문은 교내에서는 엄청 빨리 퍼지니까, 곤란했다.

 

청소년 페미니스트로서 활동을 하면서 겪은 어려움이 있는가?

 

: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어린 네가 뭘 안다고 그런 걸 해?’라든가, ‘너네는 아직 학생이니까 페미니즘을 하더라도 이런 건 건들면 안 돼.’ 같은 직접적인 말이나 그런 뉘앙스가 담긴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동아리 활동을 하려는 데 있어서 교사들이 가끔 자신이 생각하는 특정 주제를 다루는지 물어보고는 어떤 주제에 대해서는 다루지 말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 발언에 청소년(학생)의 입장에서는 피드백이나 비판을 할 수가 없다. 아무래도 입시나 진학문제가 걸려있다보니 우리는 교사들에게 잘 보여야하는존재이기 때문이다. 결국 어른들이 자기 입맛대로 재단하는 것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 안 그래도 어린취급을 받는 청소년의 위치에 있는데, 남성과 여성의 이분법적 구조에서 주목받지 못하는여성의 위치에 있기까지 하니, 말하고자 하는 것은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않고, 이건 안 된다, 저건 위험하다는 식으로 제한 받는 것이 있다.

 

다른 페미니즘/청소년 단체와 연대할 계획이 있는가?

 

: 구체적으로 계획을 짠 건 아직 아니지만 연대 계획은 있다. 다른 학교의 페미니즘 동아리와 연대해서 강의를 같이 해보고 싶다.


마무리


: 말 풀어놓다 보니까 뭔가 많은 걸 해온 것 같다.

 

: 문득 돌아보니 대단한 느낌이다.



- 취재: 피아, 긁적, 트리

- 정리: 피아

- 사진: 긁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