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1. 15. 21:40ㆍ극한직업청소년
극한직업 청소년 - 자유기고글(2)
:: 부족한 입시 정보, 전학을 가기까지
안녕하세요, 부산에 있는 한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는 여고생입니다. 전 중학교 때 입시와 관련된 씁쓸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제 중학교에선, 진로와 관련된 특강을 그렇게 자주했던 편도 아니었고, 고등학교를 결정함에 도움을 준다는 고등학교 방문 역시 특성화고에 한정되었기 때문에 저에겐 큰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드디어 11월, 본격적인 원서접수의 달이 다가왔습니다. 때마침 제 성적이 그렇게 나쁘지 않던 터라, 이대로 이 11월을 넘기자니 뭔가 아쉬운 감이 적지 않게 있었죠. 그래서 부모님과의 짧은 의논 후에, 한 외고를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주변에서도 ‘누가 특목고 갔었네’ 등의 똑똑한 엄친딸, 엄친아들의 얘기를 버릇처럼 하고, 학교에서도 특목고에 붙은 언니오빠들의 비법을 교지에 실어주는 등 정확한 진로도 없이 외고에 지원하는 저의 알 수 없는 자신감을 더욱 북돋아주었죠. 저는 그때까지만 해도 아무런 걱정 없이 그저 외고에서 3년 동안 열심히 공부하면 좋은 대학을 갈 수 있을 거란 맹목적인 믿음 하에 면접까지 신나게 보고 왔습니다.
면접보고 온 날, 친구들의 부러움과 기대는 심지어 저에게 약간의 뿌듯함과 우쭐함까지 주었기에, 전 스스로를 외고 지원한 아이라며 자랑스러워했습니다. 그리고 꿈에도 그리던 합격을 거치고, 전 이제 드디어 제 인생이 순탄하게 펼쳐지겠구나 하며 일말의 의심조차 품지 않았습니다. 기숙사에 짐 정리하는 날만 해도 난 인문계 친구들과 달리 기숙사도 쓴다는 왠지 모를 자만심에 걱정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입학식 때 만난 친구들도 다행히 다 착해보여서, 이 친구들과 함께라면 제 3년은 전혀 문제 없을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1달 뒤, 제 몸은 이제 더 이상 이렇게 힘든 외고 생활을 버티지 못하겠다며 제게 신호를 보내오기 시작했습니다. 안 그래도 자주 나던 코피는 시험기간에 들어서면서 거의 매일 나고, 빈혈과 어지럼증을 느끼는 일도 비일비재였습니다. 더군다나 이렇게 힘든데 엄마까지 없는 기숙사 생활은 저를 더 슬프게 했습니다. 특히 친구와 약간의 다툼이 있던 날이면, 거의 매일 기숙사 뒤에 혼자 가서 엄마와 통화하며 울곤 했죠.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엄마와의 통화는 저를 더욱 집에 가고 싶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12시까지 하는 야자가 제일 큰 원인이라 판단한 저와 엄마는 중간고사 후 통학을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통학을 하면서도 힘든 일은 멈추지 않았죠. 중학교 때 순수하고 착했던 친구들과 달리, 꽤나 이기적으로 구는 외고 친구들 역시 저에겐, 낯선 존재였습니다. 당연히 그들과 하는 조별과제도 제겐 크나큰 스트레스로 자리 잡았습니다.
결국 2015년 6월, 저는 전학을 결심하게 되었고, 이제는 어엿한 인문계 고등학교의 학생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그때 일을 어느 정도 웃으며 회상할 수 있지만, 중학교 3학년 때의 부족한 진로교육과 입시정보로 인해 제가 지난 3개월 동안 겪었던 일이 끔찍했다는 사실은 여전히 그대로입니다. 그리고 전학이라, 제가 원하는 인문계 고등학교가 아닌 인원이 남는 다른 학교에 다녀야 한다는 사실 역시 아직도 제게는 익숙지 않습니다. 이제 더 이상, 진로와 입시로 저처럼 상처받는 학생들이 없었으면 합니다.
이 글을 보는 다른 청소년들은 충분한 고민과 부모님과의 의논을 거친 후에 반드시 자신들이 원하는 학교를 선택했으면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중3때 서두르지 않고, 미리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이제 제 자리를 실감하고 마음을 다잡은 후에, 다시 제 꿈을 찾기 위해 노력하려 합니다. 청소년 여러분들, 모두 화이팅!!
[허정원(고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