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대학 입시를 거부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찾는 사람들

2015. 11. 14. 18:00인터뷰

내가 가방끈이 좀 투명해! 


-대학 입시를 거부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찾는 사람들


투명가방끈 회원 호야, 김한률




       


        ▲ 호야(왼쪽), 김한률(오른쪽)


 입시와 취업에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지만 여전히 그런 것들을 거부하는 사람은 보기 힘들다대학 또는 대학 입시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모인 투명가방끈은 입시 경쟁 교육과 학력 차별을 반대하고기존의 틀을 깨는 대안적인 삶을 모색하고 있다투명가방끈의 회원으로, 2011년 대학거부를 선언한 호야씨와 올해 대학을 거부하는 김한률씨를 만나보았다.



Q. 먼저, 본인과 주변의 다른 대학거부자들의 대학을 가지 않게 된 동기가 궁금하다.

 

호야() : 나는 대학에 안 갈 생각이 없다가 대학에 불합격하면서 대학거부를 선택하게 되었다. 투명가방끈을 통해 대학거부를 한 다른 거부자들은 다양한 동기가 있는데 대체로 대학에 애초에 안 간 사람과 대학에 갔다가 자퇴한 사람으로 나뉘는 편이다.

 

김한률() : 대학과 생존에 관해 수 없이 많은 고민들을 했었다. 처음엔 대학에 가는 것이 살아남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성적을 비관한 입시생의 자살 소식에도 어떤 감흥도 느끼지 못하게 된 나를 보게 됐다. 살아남기 위해 했던 발악은 나의 인간적인 모든 것을 죽이는 것들이었고, 나는 진짜 살아있는 것처럼 살기 위해 대학을 거부하기로 했다.

 

Q. 대학거부선언을 했던 때와 지금, 대학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생각들이 달라진 점이 있나?

 

: 대학에 대한 내 생각은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 주로 대학생들의 입을 통해 대학의 이야기를 듣는데, 시간이 갈수록 대학 교육의 문제점은 점점 커지는 것 같다. 이 사회가 갖고 있던 대학에 대한 환상, ‘학문의 전당에서 토론을 하는 청춘들과 같은 이미지가 깨져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사회가 더 이상 대학교육에 무언가 크게 기대하고 있지 않구나, 대학에 가는 사람들도 대학 교육이 가진 어떤 특별한 가치를 기대하고 간다기보다는 다들 가니까, 또는 딱히 대안을 알지 못하니까 가는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대학 밖에서 활동을 하면서 배움이 도처에 있다는 걸 알게 됐고, 배움과 교육을 학교라는 제도 속에 가두어두는 것이 큰 문제라는 걸 느꼈다. 예를 들어 교수랑 학교에서 만났으면 상하 위계 속에서 제 의견은 교수의 그것보다 전문성이나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믿었겠지만 밖에서 만나면 평등한 주체들의 자유로운 토론이 되더라. 이게 저에게는 훨씬 매력적인 배움이었다.

다만 이건 내 적성이 인문사회계열인 탓도 있는데, 어떤 기술이나 전문적인 것들을 대학 밖에서 배우기 쉽지 않은 건 사실이다. 대학 밖에서도 기술이나 예술 쪽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평생교육 시설이 보다 다양하게 확충되었으면 한다. 동네에서 싸고 다양하고 질 좋은 교육을 받고 싶다.

 

Q. 다른 나라들에서는 대학을 다니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만큼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는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비정상적인 취급을 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학력과 학벌에 따라 철저히 직업과 급여를 비롯한 사회적 대우가 서열화 되어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학력·학벌과 직업에 따른 차별을 문제시하지 않고 능력에 따른 정당한 보상으로 여기는 풍토가 굳어지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 좋은 대우를 받으려면 학력이 좋아야 하니까 당연히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바라보게 된다.

 

: 대학이 하나의 정상성으로 규정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대학 이외의 생존방식을 교육받지 못했다. 이 나라는 여차하면 재산은 물론 목숨까지도 잃을 수 있는 나라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Q. 대학을 가는 대신 다른 여러 활동들을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떤 활동들을 주로 했나?

 

: 나는 고3이 끝나갈 쯤부터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을 시작했고 투명가방끈에도 함께 하게 되었다. 2013년말 부터는 <인권교육 온다>에서 활동회원으로 있으면서 인권교육을 종종 나가고 있다. 청소년 운동에는 계속 발을 담그고 있다.

 

Q. 취직에 어려움을 겪거나 그로 인한 불규칙한 경제적 사정 때문에 주거 문제 같은 것들은 어떻게 해결하려고 했나?

 

: 처음엔 아는 지인이 소개해준 직장에 다니다가 일과 활동을 일치시키고 싶은 마음에 인권교육 등을 통해서 돈을 벌어왔다. 주거 문제는 지난 5년간 가장 고민해왔던 문제인데, 같이 사는 것 외에는 불안을 헤쳐 나갈 방법을 찾지 못하겠다. 그래서 내년 초 입주를 목표로 투명가방끈에서 대학거부자를 위한 공동주거를 준비 중이다.

 

: 고등학생이면서 활동가 신분으로 아르바이트를 구하기도 쉽지 않고, 주거문제도 해결하기 힘든 고민 중에 하나다. 당장은 서울소재의 대학에 진학한 친구와 룸메이트를 하는 것과 같은 방안을 고민 중이지만, 확실하게 결정된 것이 없어서 더 걱정스러운 것 같다

 

Q. 모두에게 고정적으로 강요되는 삶의 방식에 대안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 거라고 생각하나?

 

: 사실 아직 대안은 잘 모르겠지만 대안 찾기의 시작은 고정된 생애주기에 대한 거부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거부의 의의는 무언가를 하지 않는다는 선택이 온전한 선택지로서 제대로 고려, 존중되지 못해왔다는 것을 환기하고 동등한 선택지로 올려놓는 데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안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단 보다 적극적으로 거부를 외쳐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일단 거부하기를 선택하고 나면 각자의 사상에 따라 다른 길들이 보이지 않을까 싶다.

 

: 아직 잘 모르겠지만 그 대안을 모색하는 것은 우리밖에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은 있다.

 

Q. 지속가능한 삶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선 어떤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 잉여짓이라 폄하되는 일들이 그렇지 않은 일,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일과 구분, 차별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실현을 위해서는 기본소득과 같은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좋은 학벌이나 집안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도 기본적인 삶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 기본소득이다. 모두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삶시작된다고 보고 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 내년 투명가방끈에서는 대학거부가 아니라 대학이 선택지가 된 적이 없는 빈곤청소년, 공부가 너-무 하기 싫은 청소년과 대학생의 마음을 모아 대학거부자의 폭을 넓히고 싶다. 여러 사람들의 여러 가지 거부와 만나고 싶다.

 

: 누군가 죽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그럼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는 일도 안해도 될 것 같다. 굳이 살아남으려고 발악하지 않아도 살아남을 수 밖에 없는, 그런 세상을 꿈꾼다.

 


[치이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