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우리가 좋아하는 노래,유해하니 듣지 말라고?-<비가 오는 날엔>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 반대활동을 했던 팬 인터뷰
2016. 2. 25. 04:40ㆍ인터뷰
우리가 좋아하는 노래, 유해하니 듣지 말라고?
-<비가오는날엔>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 반대활동을 했던 팬 인터뷰
▲다음 아고라 '비가오는날엔' 유해판정 반대 청원 서명 사이트
청소년을 유해한 환경으로부터 보호·구제함으로써 청소년이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청소년 보호법’. ‘청소년 보호법’에 의해 ‘비스트’의 ‘비가 오는 날엔’이라는 노래가 2011년 청소년유해매체로 판정 되었다가 소속사의 행정소송으로 처분이 취하되었다. 문제가 되었던 가사는 바로 ‘취했나봐, 그만 마셔야 될 것 같아.’였다. 그 부분이 술을 연상시켜 청소년들에게 음주를 권고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판정에 대해, 당시 청소년으로서 유해매체판정 반대 활동을 했던 두 분께 인터뷰를 요청했다.
Q.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A: 당시에는 청소년 이였지만, 지금은 청소년이 아닌 21살의 한 비스트팬이다.
B: 덕질인생 10년차 김이름(가명)이다.
Q. 비스트의 노래가 유해 판정을 받았던 때는 언제인가?
A,B: '비가 오는 날엔'이라는 곡이 2011년 5월에 ‘취했나봐 그만 마셔야 될 것 같아.’ 라는 가사 때문에 유해 판정을 받았었다. 소속사에서 그에 대해 집행정지 신청을 냈고 받아들여져서 현재는 유해매체물이 아니다.
Q. ‘취했나봐, 그만 마셔야 될 것 같아.’ 라는 가사 때문에 비스트의 ‘비가 오는 날엔’이
청소년유해매체물로 판정받았을 당시 어떤 생각이 들었나?
A: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 판정 전에는 문제 없이 노래가 들렸는데, 여성가족부에서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을 했다고 한 뒤부터 그 가사가 괜히 더 부각되고, 더 문제있게 느껴졌던 것 같다.
괜히 저 부분만 귀에 들어와서‘어, 이거 왠지 유해한 것 같기도 한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B: '그만 마셔야 된다'고 했는데 어째서 청소년유해매체물이 되는 것인지 논리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았다.
본인이 취한 것을 인식하고 그만 마시자고 하는 것은 굉장히 바람직한 일 아닌가.
Q. 유해 판정에 대한 반대 활동으로 어떤 것들을 하였는지?
A: 다음 아고라 청원사이트에 제 주장이 담긴 글을 쓰고 댓글들을 달았다.
B: 주로 트위터에서 반대 활동을 했다. 주도적으로 참여한 것은 아니지만, 다음 아고라에서 서명도 했었다.
Q. 본인이 활동하면서 주장했던 내용은 무엇인가?
A: 시간이 꽤 오래 지나 기억이 잘나지는 않지만, 이 가사가 왜 청소년에게 유해하냐, 19금 지정을 폐지하라, 와 같은 내용이었다.
B: 노래의 맥락과 상관없이, 단지 음주와 관련된 구절이 나온다고 해서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었다.
Q. 활동을 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것은 무엇인가?
A: 결국은 19금지정이 철회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다 같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아고라 청원활동을 하게 되면서 공론화가 잘 되었었다. 뉴스에도 나올 정도였으니까.
B: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졌을 때 내가 뭔가를 이루어 낸 것 같아서 기뻤다.
그렇지만 사실 행정소송은 소속사가 했다.
Q. 활동을 할 당시 주변 사람들, 친구들의 반응은 어떠했는가?
A: 주변에서도 전부 나와 비슷한 반응이었다. 그 노래가 왜 유해판정을 받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던가, 저렇게 애매한 기준으로 지정을 한다면, 어떤 노래에도 유해판정을 내릴 수 있겠지 않느냐, 와 같은 반응이 있었다.
B: 친구들이 덕질 동지여서 대부분 지지하는 분위기였다.
팬이 아닌 사람이더라도 어이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던 것 같다.
Q. 그 때 주변 다른 팬들의 반응은 어땠는가? 팬들 사이에서도 입장이 나뉘기도 했나?
A: 내가 기억하기로는 팬들 사이에서도 입장이 다 같았다. 기억을 못하는 것 일 수도 있지만 솔직히 본인이 응원하는 가수의 노래가 19금 판정을 받은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할 팬은 드물 것이라고 생각한다.
B: 눈에 띌 만큼은 없었다. 왜냐하면 가사도 ‘술을 그만 마시자’라는 내용이여서.
'그래도 청소년은 술을 마시면 안되지.'라는 의견은 없었던 것 같다.
Q. 당시 가수 당사자나 소속사의 입장은 어땠는가?
A: 소속사에서는 여러 말들이 나왔었다. 기억이 나는 것은 '취했나봐'라는 문장이 술에 취한것이 아니라, 추억에 취한 것이라는 말이였다. 그리고 비스트 멤버는 한 무대에서 문제가 되었던 가사를 '체했나봐, 그만 먹어야 될 것 같아'로 비꼬아서 개사해 부르기도 했다.
B: 소속사는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에 대해 집행정지 신청을 냈었다. 아주 적절한 대처였다고 생각한다.
Q. ‘청소년보호법’과 같이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명목 하에 이루어지는 심의제도 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A: 나는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청소년보호법이 있어도 일부 청소년들은 일탈을 한다. 그런데 보호법이 없다면 겉잡을 수 없을 것 같다.노래가사에서도 직접적으로 (청소년에게 유해한)표현을 해서 누가 들어도 유해하다고 생각이 든다면 그 경우에는 규제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B: 나는 좀 생각이 다르다. 일단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기준이 굉장히 주관적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또한 청소년에게 유해한 것이라면, 모든 사람에게 마찬가지로 유해한 것일텐데 청소년만 규제한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비청소년은 자신을 컨트롤 할 수 있고 청소년은 그렇지 못하다는 전제가 깔려야 적용될 수 있을 텐데, 현실에서는 나이가 어려도 '성숙'한 사람이 있고 나이가 많아도 '비성숙'한 사람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느냐.
Q. 한국에서 청소년, 그리고 청소년 팬들에 대한 편견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 것 같나?
A: 청소년 팬들은 공부도 안하고 연예인만 따라다닌다,무개념팬들은 청소년이고 청소년팬들은 무개념이 많다,이런 편견들이 있는 것 같다.
B: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같은 편견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 같다.
이처럼 청소년들은 ‘덕질’을 함에 있어서도 비청소년보다 어려움이 많다. 청소년은 어디서든 보호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설정되고, 청소년보호라는 명목 하에 법에 의해서 까지 불합리한 통제를 받는다. 듣고 싶은 노래를 골라서 듣고, 좋아하는 연예인을 마음껏 좋아할 수 있는 자유를 단지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빼앗겨서는 안된다.
- 또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