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6. 1. 23:54ㆍYosm Special
Special 01
:: 우리는 왜 낮 3시에 하교하지 못할까
한국 고등학생은 시간의 대부분을 과도한 양의 지식을 주입당하고 암기하는 데 사용한다. 잠을 줄이고 여가를 줄여가며 암기하지만, 그 지식은 실제 생활에도 나중에 가질 직업에도 하등 도움이 안 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 지식을 남들보다 완벽하게 암기하지 못하면 입시경쟁에서 도태되기 때문에, 또한 입시경쟁에서의 도태가 곧 사회에서의 도태를 뜻하는 사회를 살기 때문에 그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고등학생 때 공부는 머리가 아니라 엉덩이로 하는 거다.’라는 말처럼 경쟁을 하면 할수록 학생들은 책상 앞에 더 오래 앉은 채 공부를 하게 된다. 모르는 것을 알게 되는 공부가 아니라, 시험을 잘 치기 위한 공부를 하게 된다. 이제 이 악순환을 멈춰야 할 때다.
9시부터 3시까지, 하루 6시간 학습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의 <학습시간 줄이기 프로젝트>는 9시에 등교해서 3시에 하교하는 6시간 학습제를 목표로 한다. 방학일수를 늘리고 수업일수를 줄이고, 보충·야자·학원 등 강제학습을 금지하며, 야간·주말·휴일에 학교와 학원을 닫자는 것이 주요 요구사항이다. 현재 한국의 현실에 비추어서는 괴리가 크지만, 실제 외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지금의 과도한 학습범위를 줄이고 난이도를 낮추면 충분히 가능하다. 학습시간 줄이기는 경쟁에서의 승리를 위한 삶이 아닌, 학생 개개인이 스스로의 개성을 반영하는 다양한 삶을 살기 위해 꼭필요하다.
이기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은 사회
학습시간 줄이기의 궁극적인 목표는 입시경쟁교육의 개혁이다. 근본적 이유가 사라지지 않는 한 학생들의 학습 부담과 스트레스는 그대로 남는다. 입시경쟁과열의 근본적 원인은 경쟁에 생계가 달린 불안정한 사회다. 경쟁에서 이겨 평판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하고, 안정된 정규직으로 취업하지 못하면 곧 무직과 비정규직의 불안정한 삶으로 내몰리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생계를 고스란히 개인의 능력과 노력의 결과로 돌려버리는 사회에서 우리는 살기위해 경쟁할 수밖에 없다.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임금 노동을 하지 않아도*, 가족의 부양을 받지 않아도, 사기를 당해 전재산을 잃어도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사회. 최소한의 삶을 서로가 책임지는 사회가 학습시간 줄이기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다.
* 가사노동, 학습노동, 예술활동, 시민사회단체 활동 등 임금으로 가치를 환산하기 힘든 다양한 노동이 존재하며, 실제로 이런 노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임금이 제대로 주어지지 않고 있다.
[밀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