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주년을 맞아 청소년들의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4월 14일 저녁에는 광화문광장에서 <청소년원탁회의
기획단>이 "안전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4.16 청소년 선언"을 발표했다. 이 선언에는 ▲ "청소년은 그 어떤 것에도
간섭받지 않고, 주체적인 삶을 사는 존재로 인정받아야 합니다", ▲ "차별이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공평한 법을
만들고, 만들어진 법은 공평하게 집행되어야 합니다", ▲ "모두를 위한 교육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 "대학입시가 바뀌어야
합니다" 등의 내용이 포함되었다. 또한 친구들과 경쟁이 아닌 협력을 하겠다, 함께 행복해지겠다, 선언과 다짐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겠다 등 자신들에게 보내는 다짐의 내용도 함께 들어갔다. 교육과 사회의 변화 방향을 제안한 셈이다.
300명의 청소년들이 원탁회의와 토론을 통해서 이 선언을 만들어냈다. 빗속에서 비옷을 입고 기자회견에 참가한 20여 명의 청소년들은 선언의 역사와 내용을 설명한 뒤,
자유발언을 통해 강제야간자율학습 등이 만연한 학교 현실과 입시경쟁교육을 비판하고 고위직들부터 원칙을 지키길 바란다는 등의 의견을
전했다.
진상규명 요구 등에 초점 맞춘 416인 선언도
이
선언만이 아니라 "416인 청소년선언"도 준비되고 있다. 4월 16일 세월호 참사 1주년이 되는 날,
<4.16청소년약속지킴이>는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16인 청소년선언 운동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416명의 청소년들의 뜻을 모아서 진실과 정의를 위해, 추모의 마음과 저항의 정신으로 나서서 선언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선언을 제안하면서 세월호 참사가 우리 모두에게 일어난 불행이며,자신들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주권자로서 자각을 가지고
행동하자고 주장했다. 이 선언의 내용은 주로 세월호 인양, 세월호특별법의 제대로 된 시행,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요구 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4.16청소년약속지킴이>는 4월 18일 토요일, 범국민대회와 청와대인간띠잇기에 앞서, 오후 2시
광화문광장에서 선언문을 발표할 계획이다.
(출처 : 416 청소년 약속지킴이 홈페이지)
이처럼 청소년들의 선언이 계속
나오는 것에는 물론 세월호 참사 희생자 중에 청소년들이 다수 있었던 탓도 있다. 하지만, 꼭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더라도 이는 청소년들의 자연스러운 사회 참여의 모습이기도
하다. 선언문들에서 공통적으로 나오고 있듯이 청소년들도 이 사회에 사는 시민으로서 세월호 참사라는 우리 시대의 중대한 사건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청소년들의 이러한 '선언'이, 이후 청소년들의 사회적 세력화와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일 것이다.
[공현 기자]
[사진 : 공현]
<416 청소년 선언문>
청소년이 말하고 대한민국이 듣는다! 416 청소년 선언문
우리 청소년들은 2015년 4월 14일, ‘416 청소년 선언’을 위해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 함께 모였습니다. 이는 지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인하여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과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며, 새로운 대한민국 사회를 지향하기 위함입니다.
우리 청소년들은 앞으로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한 대한민국, 그리고 더 이상 ‘가만 있으라’가 아니라, 청소년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며, 자주적인 삶의 주체로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 청소년들은 ‘청소년 원탁회의 기획단’이라는 이름으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안학교, 학교 밖 청소년들이 함께 모였었습니다. 청소년 원탁회의 기획단은 그동안 수차례에 걸친 청소년 원탁회의 기획단 회의를 통해서, 지난 3월 28일 ‘청소년 300인 원탁회의’를 성공적으로 진행한 바 있습니다. 그 결과 우리 청소년들이 생각하는 대한민국 교육의 현주소를 확인하였고, 우리 청소년들이 대한민국 사회에 요구하는 것들, 교육에 대해 요청하는 것들, 그리고 대한민국 시민으로서 청소년 스스로의 다짐 등에 대한 의견을 모았습니다.
이제 우리 청소년들은 대한민국 미래의 주인인 청소년으로서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다음과 같은 내용을 선언하는 바입니다.
아울러, 우리 청소년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새로운 대한민국, 안전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사회, 청소년들의 주체적인 삶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 청소년 스스로부터 노력할 것을 다짐합니다.
2015. 4. 14.
대한민국 교육원탁회의 준비위원회 청소년 원탁회의 기획단
[안전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416 청소년 선언]
초등학생은 중학생이 되고, 중학생은 고등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은 대학생 또는 사회인이 됩니다. 대안학교에 다니는 청소년들과 학교 밖 청소년들도 마찬가지로 성장해 갑니다. 그래서 우리 청소년들이 대한민국 미래 사회의 주역들인 것입니다. 이에, 우리 청소년들은 주체적인 삶의 주인으로서, 안전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사회를 위한 ‘416 청소년 선언’의 구체적인 내용을 다음과 같이 선언하고, 다짐합니다.
◯ 대한민국 사회에 요구합니다!
:: 1. 청소년은 그 어떤 것에도 간섭받지 않고, 주체적인 삶을 사는 존재로 인정받아야 합니다!
▷ 미래의 주인들인 청소년들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 청소년들의 의견을 경청할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 청소년들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 청소년들의 개개인의 개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 2. 차별이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 고등학교만 졸업하고도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 사회 정의가 바로 설 수 있도록 각종 부조리함을 즉각 근절해야 합니다. -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안전 불감증에 오염된 각종 제도들이 개선되어야 합니다.
:: 3. 공평한 법을 만들고, 만들어진 법은 공평하게 집행되어야 합니다!
▷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합니다. -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 판결과 처벌은 사회적인 신분 차별 없이 공정하게 집행되어야 합니다. - 법 제정과 법 적용에 각종 부조리한 현실이 개선되어야 합니다.
◯ 교육은 이렇게 바뀌어야 합니다!
:: 4. 모두를 위한 교육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 특별한 소수가 아닌 보편적인 모두를 위한 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 특별한 소수를 위한 자사고, 특목고를 폐지하고, 일반고로 전환해야 합니다. - 입시 경쟁 과열 교육은 그만. 협력적인 배움이 일어나는 교육으로 개혁되어야 합니다.
:: 5. 청소년 모두가 자유롭게 성장하는 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 청소년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교육을 만들어야 합니다. - 억누르고 쥐어짜는 교육이 아닌 자유로운 교육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 공교육을 강화시켜 사교육이 필요 없는 공교육 중심의 교육을 해야 합니다. - 교육은 백년지대계. 시시때때로 변하는 교육 그만. 안정적인 교육정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 6. 청소년들의 꿈과 발달이 더 중요합니다!
▷ 좋은 대학이 목표가 아닌 꿈과 발달을 목표로 하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 좋은 대학을 나오지 못했다고 무시하고, 차별하는 사회 풍조를 개선해야 합니다. - 인생설계와 진로 등에 관련된 다양한 분야를 개척하여 다양한 삶의 가능성을 주어야 합니다. - 예체능 수업을 확대하고, 강화해야 합니다.
:: 7. 대학입시가 바뀌어야 합니다!
▷ 초등 중등 고등학교 교육을 입시경쟁교육으로 몰아가는 대학서열화를 없애야 합니다. - 수능으로 대학가는 제도는 개선되어야 합니다. - 성적은 여러 가지 재능 중에 하나일 뿐. 학생들을 성적으로만 판단하지 말아야 합니다. - 수도권 중심의 교육 이제 그만. 지역별 교육격차를 없애야 합니다.
◯ 세월호 이후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한 청소년들의 다짐!
:: 8. 친구들과 손잡고, 함께 나아가겠습니다! (우리의 다짐1) 친구들과 경쟁 관계에서 협력적인 관계로 나아가겠습니다.
:: 9. 친구들과 함께 우리의 행복을 이루어 가겠습니다! (우리의 다짐2) 나와 내 친구들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며, 함께 행복하도록 하겠습니다.
:: 10. 주체적인 삶의 주인이 되겠습니다! (우리의 다짐3)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청소년이 되겠습니다. (우리의 다짐4) 부당한 상황에 처하면 가만히 있지 않고, 개선하도록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우리의 다짐5) 청소년의 목소리가 잘 전달되도록 주체적인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습니다.
:: 11. 우리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게 추구하겠습니다! (우리의 다짐6) 꿈을 쉽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우리의 다짐7) 청소년으로서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해 임하겠습니다.
:: 12. (우리의 다짐8)
우리 청소년들은 이러한 선언과 다짐들을 잘 지켜 나가도록 스스로 노력하겠습니다!
2015. 4. 14.
대한민국 교육원탁회의 준비위원회 청소년 원탁회의 기획단
(※ 416인 선언은 발표된 4월 18일 저녁에 추가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1주기, 세월호 인양! 정부 시행령 폐기!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416인 청소년 선언문
20140416. 전 국민의 가슴에 차갑고도 아프게 새겨졌던 세월호 참사가 벌써 1주기를 맞았습니다. 막연하게 믿고 있었던 정부의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분노하면서도 또 필요한 만큼의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결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한 발 물러나 침묵을 지켰던 일 년을 반성합니다. 일 년이 지났어도 달라진 게 하나도 없는 현실은 어쩌면 프로필을 장식한 노란 리본과 잊지 않겠다는 상태메시지만으로 세상이 달라질 것을 기대했던 우리의 어린 착각 때문이겠지요. 비슷한 숫자를 달고 태어난 친구들이 아직 바다 속에 있음에도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안락하게 자라나고 있다는 게 미안해, 저희는 오늘 학교 대신 거리로 나왔습니다. 더 이상 침묵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기 위해서, 우리가 기억하고 있음을, 그리고 함께 진실을 요구하겠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이렇게 선언문을 발표합니다.
작년, 가장 끔찍하고 잔인한 오보라는 평을 받는 ‘세월호 탑승자 전원 구조’라는 언론의 보도를 우리는 아직 기억하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중립적인 보도를 담당해야 하는 언론은 진실보도라는 사명에 있어 무능했습니다. 아니, 무능력한 척을 했습니다. 희생자의 가족들이 팽목항의 차가운 바람 앞에 마주해야 했던 잔혹한 진실들은 언론의 렌즈를 통과하는 동안 왜곡되고, 감춰졌습니다. 뉴스보다 SNS의 정보가 더 믿을 만한 국가. 그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들. 애초에 출항해서는 안 되는 배가 친구들을 태우고 바다를 향해 나아갔던 것 또한 그동안 국가가 감춰왔던 수많은 진실들 때문이겠지요. 일 년이 지났건만, 상황은 그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대학 특례법,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보상금 그리고 유가족의 입장이 제거된 보도는 국민들 사이를 이간질하게 만들었고, 억울하게 꽃다운 아이들을 잃은 슬픔만으로도 견디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유가족들의 마음에 또 다른 대못을 박았습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시간이 지나면 잊혀 진다는 건 어쩌면 순리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마땅히 밝혀져야 할 진실이 아직도 바다 속에 잠겨 있는데 어떻게 이미 지난 일이라 단정 지을 수 있을까요? 저희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교복에 단 노란 리본이 하나 둘씩 늘어나듯, 추모 열기 또한 점점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나온 추모조차도 우리는 마음 편히 할 수가 없습니다. 언제부터 노란색이 정치적인 색이 되었을까요? 우리가 달고 있는 노란 리본은 기다리겠다는 약속이지, 어떤 정치적인 의견을 표출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일부 학교에서는 세월호 배지나 리본을 빼앗고, 심지어 벌점처리를 하는 등 추모행위를 억압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학생이면 학생답게 이런 데 신경 쓰지 말고 공부나 하라는 어른들의 말씀은 ‘가만히 있으라.’는 그 말과 뭐가 다를까요? 정말 어른들 말씀대로 우리가 ‘침묵’하고 ‘얌전히’ 공부를 한다면 더 나은 세상이 찾아오는지 궁금합니다. 침묵과 행동하지 않음이 빚어낸 참담한 사고 앞에서도 여전히 ‘침묵’을 요구하는, 침묵하지 않음을 문제아로 낙인찍는 일부 어른들에게 분노를 느낍니다.
지금 이 시기에 가장 필요한 것은 세월호 인양과 진상 규명을 위한 수사이지 속임수만 가득한 시행령이 아닙니다. 조사를 받아야 할 공무원들이 조사를 책임지겠다는 말은 저희를 헛웃음 짓게 했습니다. 국민의 최소한의 믿음을 저버리고 싶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정부는 이익싸움을 그만두고 도리를 지켜야 합니다. 외국의 사례들을 보았을 때도 충분히 선체를 통째로 들어 올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분리시키겠다는 것은 그 안에 실린 진실을 은폐하기 위함이 아닌가요? 우리는 조속한 선체 인양과 진상규명을 촉구합니다. 또한 그 누구보다 아픈 시간을 견디고 있을 유가족들, 부모님들의 마음이 더 이상 다치지 않을 수 있도록 보호해 주기를 요구합니다.
절대 잊지 않아야 하는, 다신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이 일. 이제 그만 하라는 손가락들에게 저희는 세월호는 희생자들만의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일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이에 우리는 정부에게 이하와 같이 요구합니다.
하나, 빠른 시일 내로 세월호 선체를 인양하라!
하나, 진상규명에 앞장서 억울한 죽음의 원인을 밝혀내, 앞으로의 참사를 예방하라!
하나, 진상규명 의지 없는 시행령을 조속히 폐지하라!
하나, 악성댓글로부터 유가족들을 보호하고 그들의 안식을 도모하라!
또한 우리는 다음과 같이 행동할 것을 선언합니다. 하나, 우리는 더 이상 침묵하고 있지 않겠습니다. 하나,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이뤄질 때까지 계속해서 요구하겠습니다.
하나, 세월호 참사를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하나,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합니다.
진실을 은폐하려는 정부와 이 같이 가슴 아픈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어른들의 행동만큼이나 나쁜 것은 진실을 요구하지 않는 것, 정부의 잘못을 규탄하지 않는 것, 조용히 침묵하고 있는 것입니다. ‘침묵’은 절대 세상을 바꿀 수 없습니다. 이에 우리는 진실이 인양될 그 날까지 소리 높여 진실을 요구할 것임을, 교복에 단 노란리본을 평생 가슴에 새기고 살아가겠음을 선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