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ver.청소년 :: 영원히 고통받을 우리에게 치어스! [ 십대 밑바닥 노동]

2015. 3. 8. 23:58리뷰 ver.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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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 밑바닥 노동 - 야/너로 불리는 수상한 노동세계 //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기획,교육공동체 벗


영원히 고통받을 우리에게 치어스!


 


나는 반도의 흔한 편의점 알바다. 배달이나 식당일처럼 사고로 다칠 위험이 크지는 않다. 왼종일 혹사당하고서 임금을 크게 떼어먹혔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손님이 그리 붐비지 않을 땐 카운터에 앉아 책을 읽거나 sns를 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소위 꿀알바다. 하지만 난 이 일이 정말 싫다.


"문제는 예외적 '사고'가 아니라 일상이 된 모욕에 있다"-13p

시급은 4천원이다. 계산해보니 최저시급의 0.72%정도 되더라. 하지만 거절할 수 없었다. 나는 겨우 열여덟살이 된 '고등학교도 안 다니는 애'였고, 그곳은 날 퇴짜 놓지 않은 유일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점장은 처음 본 날부터 나를 '00이'라고 불렀다. 나이 많은 손님들 중 대다수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을 잘라 했다. "담배!" "어떤 걸로 드려요?" "에쎄 수!" 라거나, "소주!" "어떤 소주요?" "그냥 소주!" 손을 내밀어도 꼭 돈을 툭툭 던지듯 내려놓았다. 손님에게도 점주에게도 애써 상냥한 척 존댓말을 꼬박꼬박 하고, 나동그라진 돈을 하나하나 주울 때, 그런 때가 가장 견디기 힘들다. 반말을 하고 돈을 던져도 되는 사람으로 대접받을 때가 말이다. 그 이유는 아마 내가 시간을 4천원에 살 수 있는 사람인 이유와 같을 거다.
흔히 들린다. 열정을 가지고 성실하게 일하면 잘살게 된다고. 자연스레 임금도 올라가고 대우도 좋아질 것이라고. 처우가 나쁜 것은 일하는 자신이 게을렀기 때문일 거라고. 그건 마치 '밥을 먹고 싶으면 일단 전속력으로 뛰어라'는 말 같다. 밥을 먹어야 힘이 나서 걷든지 뛰든지 할 것 아닌가? 자기 시간을 충분히 가지면서도 먹고 살 만큼의 임금과, 동등한 인간으로서의 대우, 그런 당연한 것들이 있어야 일단 열정이든 살아갈 마음이든 생기는 것 아니겠느냐고. 

이렇게 쓰고서도 곧 일하러 간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일하기 싫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돈을 벌어야 하기에 아마 앞으로도 계속 일을 할 것 같다. 나이가 더 들면 나아질까? 글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약간 넓어지고 대우가 조금 나아지는 것 외에 기대할 건 없어 보인다. 영원히 고통 받을 나에게 '십대 밑바닥 노동'은 일하기 싫은 사람들의 푸념이기도 하고, 그래도 일해야만 하는 사람들의 대안제시이기도 하다. '국가에서 매달 생활비를 준다면?' '청소년들이 노동조합을 만든다면?' '청소년 노동정책을 청소년 노동자가 만든다면?'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고? 일단 읽어보길. 지금의 일하는 삶에 지친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든, 약간의 뻔하지 않은 위로는 될 것이다. 

                                                                                                                                                                        [밀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