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하고 시행착오를 겪을 기회를

2015. 1. 9. 01:57리뷰 ver.청소년

[리뷰  ver.청소년] 실수하고 시행착오를 겪을 기회를
                         - 『겨울왕국』 (크리스 벅/제니퍼 리, 108분, 3D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엘사는 얼음과 눈에 대한 마법의 힘을 타고났다. 그런데 엘사가 어릴 적 실수로 동생 안나를 다치게 한 뒤, 왕과 왕비인 엘사의 부모는 엘사가 누구와도 만나지 못하게 하고 마법의 힘을 비밀로 숨기도록 한다. 엘사가 다른 이들을 상처 입히지 않도록, 또 다른 사람들에게 따돌림 당하지 않도록. 그러다가 부모가 사고로 죽고, 엘사는 21살에 여왕으로 즉위하며 사람들 앞에 나서게 된다.


하지만 나이를 먹었다고 엘사가 갑자기 마법의 힘을 통제할 수 있게 되지는 않았다. 결국 엘사는 방금 막 만난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하는 안나와 다투다가, 마법의 힘을 사람들에게 들켜 도망치고 만다. 그 뒤로 폭주하는 엘사의 힘 탓에 여름인데도 세상에는 눈이 내리고 추위가 찾아온다. 이후의 이야기는 엘사를 찾아가는 안나의 모험 이야기면서, 엘사가 자신의 힘을 컨트롤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엘사처럼, 대한민국의 청소년들도 오로지 공부만 하다가 ‘대학 가서’, ‘어른이 돼서’ 뭘 하라는 소리를 듣는다. 마치 나이를 먹으면 자동으로 성숙해진다는 듯. 그러면서 청소년들이 권리를 요구하면 니네가 잘 할 수 있겠냐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마치 완벽하지 못하면 권리도 기회도 가져선 안 된다는 듯.


그러나 엘사가 21살이 되었다고 해서 힘을 컨트롤할 수 있게 되지는 않았던 것처럼, 나이를 먹는다고 자동으로 사람이 성숙해지진 않는다. 엘사 부모의 의도는 좋은 것이었겠지만 결과적으로 더 큰 사고를 초래했다. 안나 역시, 미리 다양한 연애경험을 해봤다면 처음 만난 남자와 몇 시간만에 결혼하겠다고 선언하진 않았을 것 아닌가.


엘사에게 필요했던 것은 어른이 될 때까지 숨어 사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을 시험해보고 두려움 없이 알아갈 기회, 그리고 주변 사람의 이해와 도움이었다. 청소년들에게도 ‘보호’를 핑계로 한 금지와 통제가 아니라, 실수하고 시행착오를 겪을 기회, 그리고 도움이 필요하다. 청소년들은 엘사처럼 온 나라를 얼려버리지는 않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진 않아도 될 것이다.



 
  [공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