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나이가 적다고 아랫사람인 것은 아니다"

2015. 3. 6. 17:25인터뷰

인터뷰

"나이가 적다고 아랫사람인 것은 아니다"
-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윤쓰리 & 게로게론






한국 사회에서 나이 많은 사람이 윗사람이고 공경받아야 한다는 건 당연한 '상식'이다. 이런 사회에서 정말 몇 안 되는, 나이주의를 비판하며 활동하는 단체 중 하나로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가 있다. 나이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아수나로에서 활동하는 청소년들을 만나보았다. 윤쓰리와 게로게론은 십대 초중반부터 활동을 시작해서, 각각 올해 열아홉살과 스무살이 됐다.

 

-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는 어떤 단체인지 단체 소개를 해달라. 둘이 어떻게 활동하게 됐는지, 무슨 활동을 했는지도 궁금하다.

윤쓰리 : 아수나로는 청소년의 인권 증진을 위해 활동하는 청소년인권단체다. 나는 2011년에 중학생 때 활동을 시작했다. 연예인 팬카페에서 아수나로의 학생인권 행사 홍보 글을 보고 알게 됐고, 나중에 학교에서 빡치는 일을 겪고 아수나로에 들어왔다. 여러 활동을 했는데, 작년에 11월 3일 학생의 날을 맞이해서 <학생의 날 신문>을 만든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게로게론 : 아수나로는 두발자유, 학생인권조례 제정 등 학생인권 운동을 많이 해왔다. 나는 2007년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초등학교 때 휴대폰을 고생해서 겨우 사게 됐는데, 학교에서 휴대폰을 금지, 압수한다고 해서, 반대할 논리를 검색하다가 아수나로에 들어오게 됐다. 초등학교 5학년 때다. 기억나는 활동은 ‘기호 0번 청소년 후보’ 활동이다. 교육감 선거에 청소년은 참여할 수 없는 걸 비판하면서 가상의 후보를 내고 선거운동을 하는 활동이었다. 청소년들이 직접적 당사자인데 참여 못하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공론화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

 

- 아수나로가 말하는 나이주의란 어떤 것인가? 반대하는 이유는?

게로게론 : 나이주의는 나이에 의한 차별 또는 나이에 따라 어떤 이미지를 강요하는 것을 가리킨다. 아수나로는 특히 청소년에 대한 나이주의에 반대하고 있다.

윤쓰리 : 청소년들은 나이에 의한 차별을 많이 당한다. 함부로 하대를 당한다거나, 나이가 어리다고 출입금지를 당하는 등. 보호해야 한다며 규제하는 일이나, 싸가지 없다고 안 좋게 보고 무시하는 일도 있다. 청소년들이 순수하고 열정이 넘쳐야 한다는 것도 주류미디어가 만든 이미지로만 우리를 보는 일종의 편견이자 억압 같다. 성별이나 인종으로 차별하는 게 문제이듯, 우리는 나이를 이유로 사람을 차별하는 데 반대하는 것이다. 나이주의는 청소년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낳는다.

게로게론 : '나이가 적다고 해서 아랫사람인 건 아니다', 이렇게 정리를 하면 될 것 같다. 뭔가 규제를 해도 합리적인 이유와 어느 정도 인정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일방적으로 규제와 차별을 가하는 것은 문제다.

 

- 아까 말한 기호0번 청소년 후보 운동도 나이주의에 반대하는 성격의 활동일 것 같다. 아수나로에서 나이주의에 반대하는 활동을 한 사례는?

윤쓰리 : 19금팀이라고, 청소년들이 직접 19금 영화 등에 대해 리뷰를 했다. 「진격의 거인」, 「나의 p.s 파트너」, 「은교」 등의 애니메이션과 영화를 한 기억이 난다. 나는 19금 노래를 맡아서 했다. "이 노래는 왜 19금이 된 거지?" 고민하며 들었다.(웃음) 19금 영화 상영회도 열었는데, 「친구사이」*를 상영했을 땐 김조광수 감독을 초청해서 대화 시간도 가졌다.

게로게론 : 온라인게임 셧다운제 반대 활동도 있다. 사실 아수나로에서 한 대부분의 활동은 나이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을 포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친구사이」는 남성 동성애자가 주인공인 영화로 처음에 19금을 받았으나 이후 재판을 거쳐 현재는 15금 등급이 됐다.)



 

"언니", "형" 소리가 없는 단체


- 아수나로 안의 인간 관계에서는 나이주의 문제를 어떻게 하고 있나 궁금하다.

윤쓰리 : 아수나로는 내부에서도 나이주의를 벗어나려고 한다. 초면이고 친하지 않을 때는 나이에 관계없이 서로 존댓말을 쓰고, 친해지면 합의한 후에 서로 말을 놓는다. '언니', '누나', '오빠', '형' 등 나이를 드러내는 호칭도 붙이지 않는다. 처음에 내가 아수나로 활동에 참여했을 때 컬쳐쇼크였던 게, 7살 나이 차이가 나는 회원들끼리 서로 말을 놓고 "야, 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나는 그 전부터 나이에 따라 호칭과 말투가 딱딱 나눠지는 그런 게 싫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좋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게로게론 : 그런 문화 덕분에, 어린 나이였음에도 활동에 참여하는 데 별 걸림돌이나 벽 같은 게 없었기 때문에 좋았던 것 같다.


- 나이주의에 반대한다는 것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것은 없는지?

게로게론 : 아수나로 바깥(?) 사람들과 만나거나 하면 확 괴리감이 느껴지긴 한다. 그래도 나는 나이주의에 대해 문제의식이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거기의 상황과 문화에 맞추는 편이다. 아수나로 회원 중에는, 학교에서 자신보다 적은 학년의 후배들에게 서로 존댓말을 쓰자고 했더니 오히려 후배들이 피해 다니고 관계가 어려워진 적이 있다고 들었다.

윤쓰리 : 19금팀 활동했을 때는 청소년들을 나쁜 길로 끌어들인다거나, 어린 것들이 나댄다고 욕을 먹기도 했다. 그리고 게로게론처럼 거기 문화에 아무리 맞춘다고 하더라도, 나이주의적으로 구는 사람들과는 잘 친해지지 못하는 면이 있다. 나이주의 문제 때문에 아수나로의 문화 등에 쉽게 적응을 못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특히 "호형호제", 형동생 하는 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렇다.

 
나이주의 반대는 청소년인권의 밑바탕


- 청소년인권 문제에서 나이주의에 반대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게로게론 : 청소년인권 문제에서 밑바탕이 될 정도로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청소년'이라는, 나이로 규정되는 사람들의 인권 문제를 갖고 활동을 하는 단체이기 때문이다. '나이주의'라는 개념이 낯선 것이고 구체적인 이슈들로 활동을 하다보니 "나이주의를 없애자!" 이렇게 직접적으로 말할 기회는 별로 없었지만, 아수나로의 주장에는 기본적으로 나이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윤쓰리 : 아수나로는 언제나 모두에게 열려 있다. 청소년들의 인권을 개선하고 싶은 청소년들이라면 참여하면 좋겠다.
게로게론 : 해봤자 바뀌겠느냐며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이상과 현실의 타협점을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 조금씩 바꿀 수 있지 않을까?




 [공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