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9. 15. 04:25ㆍ인터뷰
“희생이 헛되지 않으려면 사회가 변화해야 할 텐데…”
- 태안 해병대캠프 참사 유가족 이후식 씨 (재난안전가족협의회 공동대표)
※ 분량관계상 지면에는 조금 더 요약한 내용이 실렸습니다.
캠프와 참사. 참 어울리지 않고, 어울려서는 안 될 두 단어다. 하지만 작년에 안타까운 “태안 해병대캠프 참사”가 일어났다. 2013년 7월 18일, 공주사대부고에서 해병대캠프로 수련회를 갔던 학생들이 바다에 빠져서 5명이 목숨을 잃었다. 1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안전은 어떨까? 여름방학 캠프철을 맞아 태안 해병대캠프 참사 유가족이자 재난안전가족협의회 공동 대표인 이후식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참사 이후 1년이 조금 넘게 지났다. 그 뒤에 처벌이나 조치 등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이후식 : 유가족들은, 사고 이후 처음에는 잘못한 건 당연히 처벌받을 줄 알았다. 재발방지와 사설해병대캠프 폐지 등을 요구했다. 사고 직후에 교육부 장관이 와서 약속을 했고, 그 말을 믿고 안심하고 장례를 치렀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사고 당시 교관이 학생들을 훈련도 아닌데 깊은 물로 들어가게 했고 자기만 빠져나왔다. 그리고 학생들이 살려달라고 외쳤는데 구조도 하지 않았다. 학생들이 서로 친구들을 구조한 덕분에 그나마 희생자가 줄었던 거다. 상황을 볼 때 교관들이 구조를 했다면 거의 다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그들이 학생들을 사지에 몰아넣고도 구조도 하지 않았던 것은 “죽어도 좋다”고 생각한 거고 ‘미필적 고의의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정이 전혀 다른 산업안전보건법의 판례를 적용했고 처벌의지가 없었다. 6명이 처벌받았지만 업체 대표는 과실치사무혐의가 되는 등 문제가 많다. 그 유스호스텔은 이름만 바꿔 계속 하고 있다.
- 왜 처벌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이 : 유스호스텔이 원래는 수련활동 운영을 못하지만 법의 허점을 이용해 다른 업체에 위탁해서 해병대캠프를 했다. 이 유스호스텔은 안전장비와 계류장(배 등을 대어놓는 시설. 구명장비, 안전장비 등을 보관함.) 등도 전혀 갖추지 않았고 청소년지도사는 허위 등재하는 등 법적 기준들조차 어겼다.
결국 이로 인해 사고가 났고, 우리는 애초에 위탁을 하고 하청을 준 것 등이 모두 불법이며 다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산지청(검찰)에서 관계 기관들 책임을 줄이려고 축소해서 처벌한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예를 들어 만약 살인죄로 처벌을 한다거나, 위탁시킨 것을 불법으로 처벌한다면, 태안군청이나 해경 등 국가기관들의 책임도 수백 배로 커질 테니까…. 태안군청이나 해경이 관리감독하고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불법을 내버려뒀다.
- 재발방지 쪽은 어떤가?
이 : 처벌을 어떻게 했느냐가 재발방지에도 영향을 준다. 제대로 처벌해야 기준을 세우고 경각심도 주고 재발방지를 할 수 있다.
인 증 받은 수련활동만 학교에서 갈 수 있게 하는 등 청소년활동진흥법이 개정이 되었다. 하지만 법이 없어서 사고가 일어난 게 아니다. 법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다 지켰다면 사고는 안 났다. 법을 지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법이 강화되고 보완되는 건 좋다. 하지만 그걸 제대로 지키게 할 후속조치가 마련이 안 되고 처벌도 솜방망이다. 천만원 벌려고 불법적인 일을 한다면 걸리면 벌금 2백만원 내고 말지, 그런 식이다. 결과적으로 유착과 비리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가 보면 인증을 하는 게 엄청 많다. 숙박 업소, 식당 하다못해 버스… 과연 그게 실효성이 있나? 절차가 복잡해진 것밖엔 없다. 그저 국민에게 보여주기식, 전시 행정이다.
유가족들이 힘을 모아 단체 만들어
- 유가족 분들이 그동안 여러 가지로 자신들의 주장과 억울함을 알린 것으로 안다.
이 : 처음에는 진상규명을 위해 뛰었고 그 다음에는 진상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교육부, 청와대, 관계부처인 여성가족부, 안전행정부, 감사원 등 신문고를 통해 정부에 계속 진정을 냈지만 소용이 없었다. 국회 국정감사 때도 농성까지 하면서 억울함을 전달했다. 지난 해 12월부터 청와대 앞에서 1인시위도 계속했다. 얼마 전 1주년 추모 행사 때 희생된 학생들의 선배들이기자회견을 했다. 사고를 당한 학생들과 같은 학년의 학생들은 현재 고3이라서 나설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졸업생들이 나서서 유가족을 지지하고 재발방지와 관계자에 대한 온당한 처벌을 요구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도 우리를 돕고 있다.
- 8월 12일에 재난안전가족협의회가 정식 출범했는데, 어떻게 활동할 계획인지?
이 : 세월호참사 이후 여러 유가족들이 모여서 대한민국이 안전한 나라로 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걸 목표로 ‘재난안전가족협의회’를 만들었다. 경험자로서, 세월호만큼은 제대로 해결하고 가야 미래가 있고 안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활동할 것이다. 그리고 다수의 인원이 희생됐을 때 처벌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고비를 넘기는 데 우리의 경험으로 돕고 싶다. 각종 참사를 모아보면 스토리가 다 똑같고 계속 반복된다. 정부에서 처음에는 약속을 하고, 장례식을 치른 뒤에는 외면하고, 유가족들이 분열되고...
언론, 예를 들어 공중파 3사 등이 이런 소식과 행동을 잘 전하지 않아서 안타깝다. 아직도 공권력이 언론을 장악하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언론 데스크 등의 의식에도 문제가 있다. 재난안전가족협의회 발족도 기자들과 카메라가 왔어도 방송으로는 한 건도 보도되지 않았다. 이게 대한민국의 현실이고 흐름이고, 이런 식으로는 안전 문제가 담보될 수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이 : 정당들이 이 문제를 네 탓 내 탓 이런 식으로 봐선 안 된다. 박근혜 정권 전에 이명박 정권, 노무현 정권, 김대중 정권 때도 사고가 다 있었고, 사고 때마다 다 똑같았다. 본질적인 문제를 먼저 봐야 한다. 세월호참사에는 모든 기성세대, 정치권, 기득권, 정부가,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모든 사람들이 잘못이 있다.
첫째로 사고가 일어난 원인을 정확히 짚어야 해결방법이 나온다. 둘째로 소위 ‘빨리빨리’ 문화를 바꿔야 한다. 어떤 위험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데 이익에 급급해서 그냥 가는 거다. 예를 들어 유가족들은 여관을 가도 소방시설을 살펴본다. 그렇게 모두가 안전에 관심 가질 여유가 필요하다.
참사를 덮지 않고 잊히지 않게 정부가 참사마다 백서를 만들고 알려야 한다. 모든 참아싀 원인은 거의 같다. 거기에 대해 배워야 할 부분들을 국가에서 알려야 한다. 정부에서는 유가족들이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잘못된 것이다. 유가족들이 만나서 대화를 하고 서로 아픔을 위로하는 한 방법이고 계기가 될 수 있다. 또 유가족들이 힘을 모아 또 참사에 대해서 알리고 매뉴얼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저희 아이나 사람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으려면, 사회가 변해야 할 텐데…. 우리도 그 부분에 힘을 쏟고 있는데 잘 안 돼서 안타깝다.
청소년들이 나선다면 정부가 바뀔 것
- 청소년들이 여름 시즌에 캠프나 수련회를 많이 가고, 병영 체험 캠프도 여전히 적지 않다. 이런 캠프들의 개선 방향은?
이 : 사설해병대캠프뿐만이 아니고 사설캠프 자체가 안전에 대해 담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실질적으로 자원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 시설이나 청소년지도사, 인명구조사, 안전 책임자라든지 그런 사람들을 확충해야 한다. 시설과 인원이 턱없이 부족하니까 안전 문제가 보장 안 되는 데를 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 청소년지도사가 10만 명이 넘어간다고 한다. 하지만 자격증만 가지고 있지 그 일에 종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먹고 살 수가 없으니까. 정부가 뭘 시행하기 전에 이런 인력 등 준비가 잘 됐나 먼저 점검해야 한다. 교육도 현재 시대에 맞게 바뀌고 백년대계로 가야 하듯이, 정부가 정책들을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 청소년들은 어떻게 목소리를 내고 참여할 수 있을까?
이 : 8월 12일에도 고등학생들이 세월호특별법 요구 집회를 했다. 제 아이의 선배들도 SNS로 홍보를 계속 하고 있다. 이런 것이 전국적으로 확대가 됐으면 한다. 청소년들이 나서는 것이 큰 힘이 될 것이다. 4.19 혁명 같은 것을 말하려는 건 아니지만, 전국의 청소년들이 본인들의 생각과 뜻을 표출한다면 정부는 바뀔 거라고 생각한다.
[공현 기자]
[사진제공 : 이후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