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지망생

2019. 2. 11. 22:14극한직업청소년

교대지망생






언젠가부터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믿음과 사랑을 받았다. 때론 그 사랑이 좋았고, 때론 그 사랑이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분명했던 점은 내가 그 사랑을 받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 이 말은 내가 사랑받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것은 결과였다. 성적과 상장 등과 같은. 높으면 높을수록, 많으면 많을수록 나에 대한 사랑은 그렇게 결정되었다. 처음엔 그래서 즐겼다. 그런데, 그것이 사람을 이기적으로 만들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나보다 더 나은 결과를 가지고 나보다 더 사랑을 받는 모습을, 난 보게 되었다. 중학교 3년 내내 나를 괴롭혔던 것은 그것이었다. 무엇보다 그 다른 사람이 내가 가장 좋아하던 친구였기에. 그 친구보다 못하는 내 모습도 싫었고, 그 친구를 미워하는 참 이기적인 내 모습도 싫었다.

나의 꿈도 결과가 되었다. 사람들은 나를 교대 지망생으로 알았다. 교대를 목표로 하는 학생으로서 나는 고등학교 3년을 보냈다. 그렇게, 나의 생활기록부엔 적혀있다. 나 또한 나를 교대 지망생으로 알았다. 이 모든 것이 내 꿈을 위한 일이라는 생각에 거짓된 나로 나 자신을 꾸몄다. 처음엔 익숙지 못했지만, 어느샌가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무섭게도, 익숙해질수록 나 자신이 더욱더 싫어졌다.

교대 지망생이라는 단어로 모두는 나를, 내 인생의 방향을, 목표를 판단하였다. “교대도 넣고 하향으로는 사범대 몇 개 쓰면 되겠네,”, “초등교사가 좀 안정적이긴 하지.” 등등. 아무도 나의 꿈이 무엇인지 궁금해하지 않았다. 나는 꿈이 많았다. 하지만, 생활기록부의 진로 희망 칸은 하나였고 사유 칸은 너무나도 작았다. 그리고 그 진로는 나의 꿈이 되어버렸다.

가장 바라던 대학의 1차 발표가 있던 날, 나는 불합격을 보았다. 딱 처음 들었던 생각은 불행히도, ‘이거 부모님에게 어떻게 말씀드리지?’이었다. 이상한 생각이었다. 내가 가장 바라왔던 대학이었는데, 내 감정엔 슬퍼하는 나 자신이 없었다. 동시에 참 무서운 생각이었다.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달려왔던, 거짓된 나로 꾸며갔던, 그것에 정말의 나를 잃어버린 느낌.

그렇게 고등학교 3학년인 나는 학교생활 12년을 마무리해간다. 수능이 끝난 지금, 지금에서야 나는 진정한 나를 찾아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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