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들의 소원, '초딩 탈출'

2018. 10. 3. 20:39극한직업청소년

초등학생들의 소원, '초딩 탈출'




 나는 2005년생으로, 올해 14살이다. 2018년이 된 지금에도 나는 나이로 차별받는 일이 다분하다. 특히나 내가 자주 서핑하고 즐기는 인터넷 공간에서도 이를 피해갈 수는 없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학교 1학년이면 더 이상 나이로 차별받는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라고 생각했던 내가, 중학교 1학년이 되어서도 나이로 차별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어째서 그토록 '초딩 탈출'을 하고 싶어 했을까?

 


 사람들은 '김여사'와 같은 여성혐오적 단어를 쉽게 툭툭 내뱉곤 한다. '김여사'는 운전을 못 하는 사람을 칭하는 말인데, 운전을 못하는 모든 사람이 ‘여사’는 아니지 않은가? '초딩'이란 말도 '김여사'라는 단어와 비슷한 맥락에서 쓰인다. '초딩'이라는 단어는 보통 미성숙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지칭할 때 쓰인다. 이 단어 역시 모든 '초딩'들이 개념 없는 행동을 하고, 미성숙한 행동을 한다는 사회적 고정 관념에 기초하는 단어이기 때문에 청소년 혐오가 맞다. 


 많은 여성 게이머들이 '김여사'와 같은 여성혐오적인 발언을 듣는 것이 싫어 게임 내에서 성별을 잘 밝히지 않는 것처럼, 많은 초등학생들이 자신의 나이를 밝히지 않는 것은 사회적으로 만연한 청소년 혐오적인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4년 전, 게임을 하면서 14살로 나이를 속인 적이 있다. 사람들이 '14↑', '초딩들은 안 받습니다'라고 적어 놓았기 때문이다. 그 게임은 초등학생들도 많이 즐기는 게임이었고 심의 역시 전체이용가였다. 나는 이것에 의구심이 들어 그 사람들에게 "왜 초등학생이면 받지 않나요?"라고 물어봤다. 그러자 사람들은 "초등학생 분들은 게임을 너무 못 하고 개념이 없는 분들이 많더라고요."라고 대답하였다. 그 때 당시에는 그게 당연한 줄 알았기 때문에 조금은 기분이 나빴지만 그러려니 했다. 지금 들어 보면 충격적인 말이다. 중학교 1학년이 되면 갑자기 없던 사리분별력이 상승하고 개념이 생기는가? 나로써는 이런 타당하지 않은 나이 제한을 이해할 수 없었다. 비청소년(성인)들 중에서도 게임을 잘 못 하는 사람은 차고 넘치며, 게임을 못 하는 것은 '초등학생'이어서가 아닌, '실력이 부족해서'이다. 나는 많은 초등학생들이 '초딩 탈출'을 하고 싶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많은 청소년들이 '미자 탈출'을 하고 싶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이라는 이상한 잣대로 사람의 성숙도를 판단하는 것이 더 이상 당연한 것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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