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 단속'이 단속하는 것들

2014. 12. 1. 21:38칼럼-청소년의 눈으로



[청소년의 눈으로] '치마 단속'이 단속하는 것들



 

  교문 앞이나 교실에서, 교복 치마자락이 무릎에 닿는지, 몇 센티나 올라오는지를 검사당하는 일은 일상적인 풍경이다. 이처럼 지금도 학교엔 치마 단속이 있다. 학교가 금지하더라도, 우리는 유행에 따라, 각자의 개성과 미적 감각에 따라 교복을 리폼해서 입는다. 예쁘고 마음에 드니까. 처음 산 교복은 체형에도 어울리지 않을 뿐더러 못생겨 보이니까. 더 나은 모습으로 보이고 싶은 욕구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학교는 치마 길이를 재면서까지 우릴 통제하려고 한다. "너네 나이 땐 학생다운 게 예쁜 거야." 많이 들어본 말이다. '학생다운' 모습이란 화장도 안 하고 긴 치마를 입으며 외모에 무관심한 양 구는 건데, 글쎄. 미적 기준이란 사람마다 다르다. 단지 어른들에게 '예뻐' 보이기 위해 규제당해야 한다면 억울한 일 아닌가?


  치마를 단속하는 것은 우리의 성을 단속하는 일이기도 하다. 여학생이 짧은 치마를 입거나 꾸미면 남자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섹시해' 보일 수 있단 뜻이다. 여전히 많은 학교에서 이성교제를 처벌하고, 청소년 때는 성과 무관한 삶을 살라고 말하는 현실이다. 외모에 무관심하라는 것은 성에 무관심하고 무지하라는 명령과 통한다.


  그런데 인간은 성적 존재이며 당연히 자신을 섹시하게 어필하려는 욕구도 갖는다. 우리 청소년에게 필요한 것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어울리는 방식으로 성적 매력을 표현하는 법을 익히는 것이지 치마를 단속당하며 수치심을 겪고 '섹시해지기'를 금지당하는 일이 아니다. 성폭력이라도 당할까봐 그런다는 핑계도 있지만, 성폭력의 원인을 피해자의 옷차림으로 돌리는 것 자체가 잘못된 생각이다.


  '치마를 입지 않을 권리'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사실 용의복장규제는 성별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많은 학교 교복이 여학생들에게 치마를 강제한다. 바지 교복이 있더라도 여학생용 바지 교복은 디자인이 이상해서, 다들 치마를 입는데 혼자 바지를 입으면 이상해 보일까봐 치마를 입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면서 바지가 더 편했던 여자들도 자연스레 치마에 길들여지고, 그건 다리를 모으고 앉는 등, 여자다운 행동을 익히는 것이기도 하다. 뛰어다니며 놀던 여학생도 어느새 실내에서만 지내게 되고, 학교 운동장은 남학생 차지가 된다.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란 말을 들어본 적 있는지. 학교는 성별을 단속하며 여자를 '여자다운' 여자로, 또 남자를 '남자다운' 남자로 만든다.


  우리가 학교를 졸업하거나 떠난 후에도,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가 입는 옷에 대해 지적해댈 것이다. 학교의 치마 단속은 이 사회가 굴러가는 맥락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면, 우리가 지금 단속에 맞서 행복과 자유를 주장하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계속 당할 일들에도 맞서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미래를 바라보기도 하지만 현재를 사는 존재이다. 현재의 행복과 자유를 주장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쥬리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