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9. 15. 04:11ㆍ칼럼-청소년의 눈으로
[청소년의 눈으로] 청소년 자원봉사, 노동? 봉사? 착취?
지난 투표일. 알바노조는 놀라운 제보를 받았다. 투표소에 투표를 하러 가면 “신분증 준비하세요”라고 안내를 하는 청소년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들이 하는 일의 공식명칭은 '투표안내도우미'이고, 노인, 장애인, 아이와 함께 온 분들의 투표를 보조하는 역할이다. 그런데 바로 이 청소년들은 일반투표참관인과 똑같은 6시간을 일하고도 일당을 고작 2만 원 받는다는 제보였다. 일반 참관인은 일당이 4만원이었다. 최저임금으로 계산해도 6시간이면 최소 31,260원은 받아야 한다. 투표일, 청소년들은 최저임금도 못받는 임금을 받고 ‘일을 했다’.
청소년도 최저임금 이상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임에도, 국가기관인 선관위는 대놓고 청소년들에게 임금체불, 차별을 한 것이다.
알바노조는 제보를 듣자마자 다른 투표소도 확인해보고 질의도 해보았다. 일단 선관위는 청소년 자원봉사자를 모집한 것이고, 2만원은 수당이 아니라 교통비 등 명목으로 사례금을 지급하는 것이며, 일하는 시간은 ‘봉사시간’으로 인정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황당했다. 일한 수당도 아니고 교통비와 식비 같은 사례금을 지급한 것이라니. 결국 자원봉사라는 이유로 청소년에게 무료노동을 시키고 있는 것이었다.
자발적 봉사 아닌 ‘강제’
나도 학교를 다니며 봉사활동을 해본적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자원” 봉사는 아니었다. 한 학기당 15시간, 20시간씩 이미 채워야 하는 ‘봉사시간’이 주어져 있었고, 채우지 못할 경우 중고등학교 내신에서 가산점을 부여받지 못했다. 내신점수와 생활기록은 앞으로의 대학진학과 취직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애초부터 내가 자발적으로 “자원”해서 “봉사”를 할 수 없는 이상한 자원봉사였던 것이다.
청소년들이 봉사시간을 받기 위해 하는 일은 다양하다. 장애인복지센터를 가서 봉지를 풀로 붙인날도 있었고, 방을청소하거나 목욕시키거나 하는 일도 있었다. 지하철에 안내를 하려고 서있는 청소년들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일들의 공통점은, 그 일을 하는 노동자들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보수를 받으면서. 그렇지만 청소년들은 교육부의 규정으로 인해 돈 대신 ‘봉사시간 확인증’을 받으며 무료노동을 할 수밖에 없다. 청소년, 학생이라는 이유로 강제로 주어진 시간을 때우기 위해 하는 노동. 엄밀히 말해 이것을 ‘자원봉사’라고 할지 '강제노동'이나 '노동착취'라고 할지는 우리가 한번 고민해봐야 할 문제이다.
[윤가현 (알바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