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6. 29. 00:18ㆍ칼럼-청소년의 눈으로
수학여행 안 가는게 안전이라고?
세월호가 침몰하고 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중 절반 이상이 수학여행을 가던 안산 단원고 학생이였다. 그리고 며칠 안 돼, 안전을 위해 수학여행을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들끓었다. 결국 많은 학교가 수학여행과 수련회를 보류했다. 물론, 학생의 의견 따위는 물어보지도 않았다. 내가 다니는 학교의 수련회는 중간고사가 끝난 다음 주였다. 많은 학생들이 옷을 사놓고 다 같이 장기자랑에 할 안무를 맞춰보는 등 한창 들떠있었지만, 결국 학교는 안전을 이유로 교육청과 학부모의 의견만을 반영해 수학여행을 무기한 보류해버렸다.
내가 묻고 싶은 건 두 가지다. 과연 수련회나 수학여행을 가지 않는다고 해서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을까? 그리고 수련회와 수학여행을 가는 당사자인 학생의 의견은 전혀 듣지도 반영하지도 않은 채 보류해버리는 것이 올바른 것일까?
세월호 참사의 핵심은 선박사고지, 수학여행이나 고등학생들의 죽음이 아니다. 물론 그들의 죽음은 슬프고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수학여행 가던 학생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라고 해서 죽음이 슬프지 않은 것은 아니다. 수학여행을 안 갔다고 사고가 안 일어나고 인명피해가 없어질 것도 아니었다. 사고의 우려가 있으면 더 꼼꼼하게 안전을 점검해야지, 여행을 중지시킨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식이라면, 숨 쉬는 것부터가 위험하니 우리 모두 스스로 숨을 끊는 게 가장 안전할지도 모른다.
그깟 수학여행, 안가도 그만 아니냐는 말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학생들의 삶을 보라. 일년에 네번이나 있는 시험에 내신관리 수행평가 학원숙제 학교숙제 공부 공부 공부에 떠밀리고 있다. 학생들이 일 년, 혹은 몇 년에 한 번 가지는, 친권자(부모) 또한 별 말 없이 허락할 만한 여행 기회가 수학여행과 수련회다. 그저 잠깐이라도 학교를 벗어나 친구들과 함께 놀러갈 수 있다는 기대와 즐거움. 과연 수학여행 보류를 결정한 사람들이 당사자였어도 그렇게 쉽게 결정할 수 있었을까?
게다가 직접 여행을 가는 학생들의 의견은 물어보지도 않다니, 교육청과 학교가 학생을 얼마나 무시하는지 알 만한 일이다. 우리는 말할 기회가 없는 것뿐, 생각이 없는 게 아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통보'를 해버리다니. 이제 이런 식으로 수학여행과 수련회마저 사라져 버린다면 우리에게 '여행'의 기회는 얼마나 있을 수 있을까.
[글 : 히믄 (중학생, 아수나로 활동회원,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