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의 청소년 인권 침해를 말하다 ― 서울 학생 청소년 인권침해 증언대회

2018. 1. 13. 23:08소식

지금 여기의 청소년 인권 침해를 말하다

― 서울 학생 청소년 인권침해 증언대회



 2017113,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에서 주최한 서울 학생 청소년 인권침해 증언대회가 흥사단 3층 강당에서 열렸다. 발언자로 나선 12명의 청소년들은 이 날 학교, 학원 내 인권침해, 성소수자로서 겪은 인권 침해, 탈가정 시 겪은 인권 침해 등 자신이 겪은 인권 침해에 대해 발언했다.


 입시 학원을 다녔던 청소년 피아(가명)씨는 학원에서 소위 정신개조 영상을 강제로 시청했다. 그 영상에서는 너 같이 글러먹은 애는 공부 말고는 답이 없다와 같은 말을 반복적으로 했고, 학생들은 영상을 보고난 후 학원 교사에게 소감을 말해야 했다. 계속 그 영상을 보다보니 지금 당장 영어 단어를 외우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라고 말했다.


 학교 밖 청소년 A씨는 학교를 그만둔 이유로 학교에서 겪은 인권 침해에 대해 발언했다. A씨는 수업 시간에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했을 때 교사로부터 조금씩 싸서 말려라.’, ‘쪽팔리지도 않니.’, ‘그것도 하나 못 참니.’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허락을 맡지 못하고 화장실을 갔다가 교장선생님에게 들켰다. 그러고서 교장실에서 몇 시간 동안 반성문을 써야 했다.”고 말하며 화장실을 가는 것조차 규칙을 어긴 행위로 취급받는 학교의 반인간적인 면모를 고발했다. 자퇴를 하고나서도 자퇴 청소년이라는 꼬리표는 따라붙었다. 낮 시간에 거리를 돌아다니면 주위로부터 학생이 이 시간에 학교를 가야지 여기서 뭐하는 거냐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사법기관과 소년원에서 겪은 인권 침해에 대해서 발언한 청소년 B씨는 담당 직원으로부터 말을 듣지 않는 학생에게 테이저건을 쏘고 손발을 묶어서 가둬놓은 적 있다고 협박을 들었다. 하루에 6시간 이상을 정자세로 앉아 있어야 했다. 퇴소할 때 아무것도 가지고 들고 가면 안 된다며 강당에 50명의 입소자들을 불러놓고 속옷까지 탈의시켰다. 온 몸을 뒤져 물건을 가져갔다.”고 말하며, 소년원의 충격적인 인권 침해 실태를 고발했다.


 댄스 학원, 보컬 학원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말한 청소년 C씨는 전단지, 치킨집, 호프집 알바 등을 했다. 일을 못하면 성인보다 시급을 깎기도 했다. 계약서 작성을 요구하자 이럴 거면 성인을 불렀다며 계약서 작성을 거부했다. 방학 시기가 되면 대학생들이 알바를 하니까 청소년인 아르바이트생을 당일 날 바로 자르기도 한다.”고 부당한 차별 경험을 토로했다.


 자신을 성소수자라고 밝힌 청소년 D씨는 대한민국이 절대 정의로운 국가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나의 법정대리인인 부모는 내가 성소수자인 걸 알고 나서 동성애는 정신병이라고 말하며 정신 병원에 가둬버리겠다고 말했다. 한번은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더니 목을 졸랐고, 핸드폰으로 신고를 했더니 다음부터는 신고를 하지 못하게 핸드폰을 뺏고서 폭력을 휘둘렀다.”고 했다. 가정 폭력을 못 견뎌서 탈가정을 했을 때, “용인시 청소년쉼터에 갔더니 성소수자인 네가 다른 사람과 같이 잤다간 문란해질 수 있다며 강제로 퇴소시켰다. 문란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사람을 쫓아낼 수 있는 것이 화가 났다.”고 했다.


 한편, 교사에게서 인권 침해를 당하고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요구한 경험이 있던 청소년 E씨는 진정 과정에서 겪었던 일에 대해 발언했다. “학교에서 계속 부모에게 연락을 해서 부모가 몇 번이고 교무실을 갔다. 부모가 마치 죄인이라도 된 것처럼 학교에 불려 다녔고, 결국 못 견뎌서 진정을 취소시켰다. 그러고 나니 학교에서 보복이 시작됐다. 만성 편두통이 있는데 보건실에 갔더니 계속 약을 주지 않고 돌려보냈다. 알고 보니 교사들이 제가 보건실에 가면 돌려보내라고 말했더라. 아무리 힘든 걸 겪어도 참아야 하는 게 청소년의 처지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증언대회마저 학교나 부모, 기관의 압박이 두려워 참석하지 못한 청소년들도 있었다. 청소년 쉼터에서 인권침해를 겪은 한 청소년은 <움직이는 청소년센터 EXIT>의 초롱 활동가를 통해 대신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청소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복지센터에서도 어리다는 이유로 폭언을 들었다며, ‘네가 지금 네 나이에 맞게 살고 있는 것 같아?’라는 말이 가장 상처가 되었다고 했다.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생각이 짧으니까 사고를 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사회에 만연했지만 쉽게 주목받지 못했던 청소년들의 인권 침해 사례들이 행사 내내 생생한 증언으로 이어졌다. 어떤 발언자는 발언을 하다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행사의 진행을 맡은 촛불청소년인권법 제정연대 공동운영위원장 쥬리는 이런 인권 침해 문제가 소수의 나쁜 어른들만 저지르는 것이 아닐 것이다. 청소년들의 전반적인 사회적 위치와 인권 수준의 신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촛불청소년인권법 제정연대는 앞으로도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세상에 더 알려질 수 있도록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 치이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