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친구’는 누구일까? - 앙꼬, <나쁜 친구> 리뷰

2017. 11. 12. 22:19리뷰 ver.청소년

‘나쁜 친구’는 누구일까? - 앙꼬, <나쁜 친구> 리뷰



* 이 리뷰는 청소년 A씨의 생애구술을 기반으로 쓰였습니다. *



 사람들은 청소년에게 ‘나쁜 친구’를 사귀지 말라고 충고하곤 한다. 그들의 정의 안에서 ‘나쁜 친구’는 순수하고 착한 ‘우리 아이들’의 오염원이며, 청소년은 판단 능력 없이 친구에게 휘둘리거나 물드는 존재이다. 청소년의 인간관계는 언제나 비청소년의 관리감독 하에 놓이고, 비청소년에 의해 평가된다. 그러나 실제 청소년의 삶에서 ‘나쁜 친구’는 훨씬 다양한 의미를 가진다.


 책 속의 주인공이 ‘나쁜 친구’ 정애와 어울렸듯이, 청소년 A씨는 ‘나쁜 친구’ 은수(가명)를 사귀었던 적이 있다. 주인공과 정애, 청소년 A씨와 은수 씨의 관계를 통해 사회가 ‘나쁘다’고 단정 짓는 청소년 사이의 관계를 들여다보려고 한다.



나쁜 친구의 기준은 비청소년의 결정


 청소년 A씨가 은수 씨를 만나고 가장 먼저 부모님에게 혼이 났을 때는 은수 씨의 권유로 가지고 있던 옷을 중고장터에 팔고 다른 옷을 샀을 때다. 옷이나 화장에 관심이 많던 A씨는 돈이 없어서 옷을 직접 사지 못하고 부모가 사 주는 옷만 입어야 했다. 그러다 은수 씨로부터 중고장터에 옷을 팔아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A씨는 마음에 드는 새 옷을 사 입기 시작했고, 은수 씨가 가지고 있던 옷을 빌려서 입기도 했다. 이는 A씨가 자신의 스타일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한 큰 변화였다. 그러나 부모는 자신이 구매해서 지정해 준 물건 외의 새로운 물건을 스스로 구해서 사용하는 A씨의 행위를 탐탁지 않아 했다. 공부가 아닌 자신을 꾸미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 또한 좋게 보지 않았다.


 청소년이 자신이 정해준 방향으로만 살아가기를 원하는 부모나 사회의 입장에서, 또래 친구의 존재는 그 방향을 틀어버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 ‘나쁜 친구’라는 기준이 애매한 이유는 그 ‘나쁨’의 기준이 철저히 비청소년의 관점에서 지정된다는 점에 있다. 책 속의 주인공은 아버지로부터 가정폭력을 겪는다. 그런 주인공에게 “매일 맞고 사는 게 지겹지도 않니.”라고 말하며 함께 집을 나올 것을 권유하는 정애는 나쁜 친구인가? 주인공을 때리는 부모를 나쁜 부모라고 하지 않고, 폭력적인 가정으로부터 탈출을 종용하는 또래 청소년에게 나쁜 친구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누구의 기준일까.


 유사하게도 A씨는 은수 씨가 집 안에서 담배를 피우고 도박을 하는 할머니를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돕고, 처음으로 자신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부모를 신고할 생각을 한다. 부모가 저지르는 가정폭력이 자연 재해와 같이 제 손으로 어쩔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라고 여겨왔던 A씨의 생각을 바꾼 계기였다. 이들은 ‘나쁜 친구’와의 관계에서 가부장의 권력이 지배하는 가정, 교사와 관리자의 권력이 지배하는 학교에서 그 권력에 도전하고 반항하는 법을 공유한다. 권력에 반항하는 수준이 아니더라도, ‘나쁜 친구’들은 부모나 교사보다는 주인공이나 A씨의 문제에 더 공감하고, 그것을 함께 해결하려고 애쓴다.


 A씨는 은수 씨를 만나 그 전에는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많이 해 보았다. 싸구려 화장품을 빌려 화장도 해 보았고, 남자친구도 소개 받고, 동네 구석구석 가보지 못했던 곳들도 가 보았다. 친구를 사귀는 것은 그 사람의 생활 반경이 넓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친구를 사귀면 학교나 학원이 끝나고 바로 집에 가는 것이 아니라 동아리 활동을 하기도, 맛집 탐방을 하기도 하고, 돈을 모아 여행을 가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청소년이 겪는 통금, 외박 금지와 같은 규칙은 청소년이 친구들과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을 방해한다. 이러한 규제와 ‘나쁜 친구’라는 명명은 청소년의 사회생활에 대한 사회적 반감을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어찌됐든 책 속의 주인공과 A씨는 각각 정애, 은수 씨와의 관계를 단절한다. 작중에서는 정애가 먼저 주인공을 떠나고 주인공 역시 정애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지 않으며 심리적으로 관계를 정리한다. A씨 또한 학년이 바뀌고 나서 입시에 대한 부담이 심해지고,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은수 씨를 멀리하게 된다.



누구에게나 관계는 고정적이지 않아


 모든 사람은 스스로의 관계를 고민하고 생각하면서, 때로는 생각하지 않으면서 자유롭게 관계를 맺어간다. 청소년만이 다른 친구에게 무조건 영향을 받기만 하거나 휘둘리는 것은 아니다. 또한 청소년들 사이에서 영향을 주는 사람과 영향을 받는 사람이 항상 고정되어 있지도 않다. 책 속의 주인공과 A씨는 모두 자신의 욕망에 따라 정애나 은수 씨와 가까이 지내기를, 거리 두기를 선택하기도 한다. 그들은 때로는 일탈의 동료가 절실하기도 했고, 때로는 안정적인 삶을 갈망하며 그런 지향이 맞는 친구와 더 가까이 지내기도 했다. 이러한 관계 맺기는 나이와 상관없는 인간의 보편적인 특성이다. 유독 청소년의 인간관계만을 더 특수하거나 불완전한 것으로 취급하는 것을 멈추라.


- 치이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