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가해자다

2017. 9. 12. 20:41칼럼-청소년의 눈으로


교사는 가해자다




 나는 지금껏 두 번의 탈가정을 실패한 경험이 있다. 그것은 전부 교사의 방해공작(?) 때문이었는데, 예를 들자면 이렇다. 부모에게 심하게 맞고 도망쳐 친구네 집으로 간 날, 내가 학교를 빠지자 교사는 전화로 내게 밥을 사주겠다며 얘기를 좀 나누자고 했다. 하지만 불려 나간 자리에는 교사와 부모가 함께 서 있었다. 어떠한 상황 설명도 없이 부모는 내 손을 끌고 집으로 향했고, 교사는 자신의 할 일을 다 했다는 듯이 조용히 가 버렸다. 두 번째 탈가정 이후에도 역시 나의 상태를 멋대로 짐작한 상담교사가 상담을 하러 온 나를 붙들어 놓고 몰래 부모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 전과 같이 아무런 예고 없이 부모를 대령하고 밑도 끝도 없이 가족상담을 시작했다. 



‘학생의 보호자’ 라고?


 학생들은 주로 학교에서 ‘위급하거나 문제적인 상황이 발생하면 부모 혹은 교사에게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받을 것’을 가르침 받는다. 부모와 교사는 항상 학생의 편이고 학생의 ‘보호자’이며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정 반대였다. 앞서 말한 대로 부모와 교사는 모두 나에게 위해를 끼친 사람들이었고 그 피해를 해결하기는커녕 매번 악화시키기만 했다. 그런 순간을 거치며 나는 감정을 꾹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 나는 도저히 그 사람들을 나의 보호자라고 생각할 수가 없는데, 보호자라고?


 상대적으로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이 현저히 낮은 한국에서 많은 교사들은 무엇으로부터 학생을 보호해야 할지 모른다. 나에게 정말로 위험한 건 나에게 폭력을 행하는 부모였지만, 교사는 탈가정이나 탈학교를 위험한 것으로 보고 나를 막으려고 했다. 이때 그들의 보호는 학생에게 위협이 된다. 예컨대 교사가 나를 멋대로 문제아로 낙인찍고 나의 태도에서 사건의 원인을 찾으려고 한 것, 탈가정이나 탈학교를 고민하는 나에게 “그런 건 생각하지 않고 사는 게 더 행복할 거다.” 같은 말을 한 건 내게 큰 위협이었다.


 이따금 ‘교사의 관심으로 학대 현장에서 구제된 학생’ 사례가 화제가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식의 ‘구제’가 교사 개인의 인간성이나 선의에 기대어 이루어지거나, 학생의 처지가 교사의 아량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분명 문제다.



적극적인 가해자로서의 교사


 불편함에 순응한 채 꾸역꾸역 학교에서 버텨나가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2학년 1학기. 그 날은 충북교육공동체헌장을 충청북도 각 지역 학교에 전체적으로 방송하는 날이었다. 이 헌장은 충북학생인권조례 제정이 반대세력의 강경한 입장으로 무산된 뒤 만들어졌고, 조례보다 내용 면에서 많이 후퇴됐었다. 그래도 내용에서 학생의 권리를 다루고 있었고, 나는 충북학생인권조례를 만든다고 할 때 교육청에서 모집한 학생 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보려고 했다. 그러나 교사는 방송이 시작한 지 5분도 채 안 돼서 “자습해라.”라며 화면을 꺼 버렸다. 어떤 교사는 볼륨을 아주 작게 줄이고 책을 읽기도 했다. 다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아서 속상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건 교사에 의한 적극적인 가해였다. 적극적으로 학생들이 자신의 권리를 알 기회를 차단했기 때문이다. 인권을 침해받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인권을 알 권리가 잘 보장되어야 한다. 교사가 학생을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하려고 한다면 학생인권을 보다 적극적으로 알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는 게 아닐까?


 내가 탈가정을 했을 때 나에겐 나를 도와줄 누군가/무언가가 절실했다. 탈가정이 잘못 되었다는 사람들 속에서 그게 나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사람, 나의 부모가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신고할 수 있다고 말해주는 사람, 나의 불안을 나누고 위로하고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나 제도가 절실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누군가/무언가를 만나지 못했고, 나의 잘못을 반성하려고 애썼다. 그때 내가 학생인권, 청소년인권을 보다 잘 알았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앞선 교사의 행동들이 폭력이라고 인식하고 그런 나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사람이나 제도가 있었으면 조금은 덜 불안하지 않았을까?


 학생과 함께 오래도록 생활하는 교사가 학생·청소년인권에 무지한 것은 어이없는 일이다. 학생들이 주체적이기를 바라면서 학생들이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알고 실천하기를 가로막는 것은 모순이다. 교사가 가해자가 아니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학생·청소년인권을 탐구하고 그 옹호자가 되는 수밖에 없다.


- 피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