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7. 28. 21:34ㆍ소식
서울퀴어문화축제 비포파티, 해방의 공간에서 해방되지 못한 이들과 함께
2017년 7월 14일, 제18회 퀴어문화축제 전야를 맞아‘제1회 퀴어문화축제 비공식 비포파티’가 열렸다. 몇 년째 퀴어문화축제의 공식 파티가 청소년 출입 금지인 것에 대해 항의하는 겸, 퀴어 청소년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한 기획이었다. 애프터파티뿐만 아니라 알코올이 들어간 음료를 판매하거나 성기 모양의 상품이 있다는 이유로 부스에 참여하지 못하는 등, 퀴어문화축제는 청소년에게 온전한 해방의 공간이 아니었다.
20명에 가까운 참가자들이 비포파티에 참여했다. 대부분이 퀴어 청소년이거나 청소년 보호주의적인 퀴어문화축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참가자였다. 홈파티 컨셉으로 카나페, 샌드위치, 샐러드 등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로를 소개하고 2017 퀴어 의제에 대해 나누고, 각자가 가지는 퀴어문화축제의 의미에 대해 공유했다. 퀴어 운동과 퀴어문화축제를 처음 접한 경험, 내가 퀴어문화축제에 가는 이유, 2017 퀴어문화축제에서 나의 모습, 퀴어문화축제에 바라는 것, 퀴어문화축제가 끝나고 하고 싶은 것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청소년으로서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며 배제를 경험한 일, 친권자로 인해 퀴어문화축제에 가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던 일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다. 청소년 배제적인 퀴어문화축제에 반대하면서, 평등과 해방의 장을 위해 더 많은 퀴어 청소년들이 광장으로 나올 수 있는 사회를 꿈꾸기도 했다.
퀴어 청소년은 “아직 어려서 뭘 모르는 거다.”, “커서 이성을 만나보면 알게 될 거다.”라는 등의 이야기를 듣는다. 퀴어문화축제 반대 집회에서는 “청소년들이 불온한 동성애에 오염된다.”라고 선전하기 일쑤다. 미성숙하다는 이유로 청소년의 섹슈얼리티와 자기결정권이 박탈되고 있는 지금, 광장에서 퀴어 청소년의 목소리가 나오고 청소년도 비청소년과 다름없이 동등한 주체임을 함께 주장해야 하지 않을까? 동성애가, 다양한 성지향성이, 청소년의 음주와 섹스, 성적 자기결정권 실현이 ‘비정상적’인 것으로 취급받지 않는 그 날, 우리는 비로소 평등한 광장을 열 수 있을 것이다.
- 양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