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7. 7. 14:03ㆍ인터뷰
0. 자기소개 해 주세요.
윤 : 윤이고, 아수나로와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 회원이다. 생계를 위해 콜센터에서 목의 수명을 희생해 가며 임금노동을 하고 있다.
피 : 피아다. 아수나로 서울지부 일반회원이다. 현재 약국에서 알바 노동을 하고 있다.
1. 언제 탈가정을 하고 어떻게 지내셨나요?
피 : 탈가정 한 지 3개월 정도 지났다. 초반에는 하루하루가 스펙타클했다. 범죄 영화에 나올 것 같았던 한 달을 버티고 지금은 슬슬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탈가정 후에 위치 추적을 당할 수 있어서 여러 곳으로 이동하며 지냈는데, 원치 않게 친권자가 연락한 적도 있고, 알바에서 잘린 적도 있다. 우울하기도 했고, 돈 때문에 울었던 적도 있다.
윤 : 탈가정은 6년 전, 15살 때 했다. 지낼 곳이 없어서 여러 사람 집을 전전하고, 사무실에서 자고, 2주간 못 씻고, 이틀 동안 굶고, 알바를 못 구해서 나이를 속이고 사람들의 이름을 빌리는 게 일상이었다.
2. 탈가정 후에 어떻게 경제생활을 하고 계신가요?
피 : 탈가정을 한 직후에는 알바를 구하는 데 급급했다. 처음에는 언니 신분을 빌려서 하려고 했는데 실패했다. 그 후에는 내 신분으로 알바를 구했는데, 탈색을 했다는 이유로 부당해고를 당했다. 일 없이 2주를 지내다가 3주가 되던 때 생활비가 없어서 알바를 구했다. 그래서 지금 알바를 하며 살고 있다.
윤 : 15살에 알바를 하려면 고용노동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 17살이라고 속이고 알바를 시작했는데 나이가 들킬 것 같아 그만뒀다. 만 15세가 되었을 때는 알바가 가능한 나이인데도 아무도 뽑지 않았다. 그래서 같이 살던 사람의 명의를 빌려서 알바를 하다가 그만두고 지금은 콜센터에 들어왔다. 콜센터에서 20대를 맞이했다.
3. 탈가정 한 후에 경제생활이 어떻게 달라졌나요?
윤 : 집에서 살면서 용돈 받아서 쓸 때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집에 어쨌든 먹을 건 있으니까 굶을 일은 없는데, 내가 먹고 싶은 건 못 먹었다. 보통 청소년한테 돈 때문에 집을 나오지 말라고 하는 건데, 집에 있을 때도 큰 메리트가 없는 거다.
피 : 집을 나온 뒤 가장 충격이었던 건, 살 수 있는 것의 범위가 확 늘어났다는 거다. 용돈을 받아 쓸 때는 싼 화장품이나 저렴한 옷 정도를 살 수 있었다면 지금은 구두도 살 수 있고 가구도 알아볼 수 있다. 집에 있을 때는 검사 받는 느낌이었다. 부모가 허락도 없이 내 통장 잔액을 확인하면서 “언제 돈을 줬는데 왜 이 만큼밖에 안 남았냐.”라고 말하곤 했다.
4. 청소년이라서 돈을 벌거나 경제생활 하기가 힘들다고 느낀 일이 있나요?
피 :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알바에 뽑히지 못한다는 것 자체가…
윤 : 가장 서러웠을 때가 빵집에서 일하다 잘렸을 때였는데, 내가 알바를 해서 가족들을 부양해야 하거나 나이가 10살만 많았어도 이런 훈계를 들었을까 싶었다. 어리니까 잘 모를 거라고 생각해서 막 대하는 게 느껴졌다. 막내니까 더 애교스럽고 살갑게 대하라는 요구도 들려 왔다. 같은 알바여도 나는 반말을 듣고, 같은 기간을 일해도 다른 사람은 남성이고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직급도 얻고 영향력도 얻었다.
피 : 나는 무조건 존댓말을 해야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야’, ‘너’, ‘애기야’라고 부른다. 그런 대우가 나를 열받게 했다. 작은 실수를 해도 더 크게 주목받는다. 다른 사람이 유리잔을 깨트리고, 내 유리잔에 먼지가 묻어있는 정도라면 다른 사람에게는 “그럴 수 있지.”라고 하고, 나에게는 “네가 사회생활을 많이 안 해봐서 그러는데 이러면 큰일 난다.”라는 식으로 훈계했다. 내 실수는 더 큰 일처럼 여겨지곤 했다.
5. 청소년의 자립을 방해하는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윤 : 일을 하려면 부모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정해져 있는 것. 그것마저 일정 나이 이상이어야 하는 것. 친권이라는 것 자체가 청소년에게는 위협적으로 다가온다. 내 경제권이 다른 사람에게 있고, 그 사람은 언제라도 내 통장에 든 돈을 다 빼거나 없애버릴 수 있는 것, 내 적금을 나는 해지할 수 없는데 그 사람은 해지할 수 있는 것이 청소년의 자립을 방해한다.
피 : 탈가정을 했을 때 부모가 나를 실종신고 했는데, 내가 실종되지 않았다고 말하는데도 부모 동의가 있어야 신고를 해제할 수 있다고 했다. 내가 존재하지 않는 취급을 받는 듯했다. 통장도 혼자 못 만들고 그냥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나는 없고 위에 다 달린 거다.
윤 : 청소년을 보호 받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들. 청소년이 무능해서 보호 받을 수밖에 없는 게 아니라 사회가 그렇게 만든다.
피 : 나라가 생각하는 청소년은 부모 아래에서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 하나밖에 없고, 그 밖에 있는 청소년은 아예 없다고 여기는 것 같다. 그래서 살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존재 자체가 지워져 있지 않다면 그런 사람들을 위한 제도가 있지 않을까?
6. ‘청소년은 일 안하고 편하게 산다’는 이야 기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피 :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진 게 부럽다. 그렇지 않은 청소년의 존재를 모르고, 몰라도 되었으니까 저런 얘기를 할 수 있는 거다. 저 말은 청소년이 노동하지 않으면서 국가와 사회에 부담을 준다는 건데, 살아가는 데엔 원래 돈이 든다. 또, 애초에 제도 자체를 청소년이 노동할 수 없도록, ‘보호’ 받으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뒀으면서 부담을 지운다며 나쁘다고 말하는 건 모순적이다. 그런 말 하기 전에 청소년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시간과 제도를 보장하라고 말하고 싶다.
7.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피 : 세상에 너무 화가 나서 한 마디로 끝낼 수 없다.
윤 : 동정하지 말고 무시할 거면 돈 줘 밥 줘! 혐오 발언은 1바이트에 만원이다.
- 인터뷰 : 트리, 치이즈 기자
- 정리 : 정다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