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지고 위협받는 청소년의 흡연

2016. 11. 29. 16:24칼럼-청소년의 눈으로

청소년 흡연자는 '무서운 애들'이라고 불리고

 사회로부터 '문제아'라고 낙인찍힌다.

 

청소년의 흡연권하면 올해 10월에 백남기 농성장에서 일어나 SNS상에서 논란이 되었었던 일이 떠오른다. 비청소년들이 같이 농성을 하고 있던 청소년 녹색당원들이 흡연을 하고 있을 때 시비를 걸다가 경찰을 부른 일과 담배 끄라, 청소년 보호법에 따르면 나에게는 청소년들을 선도할 의무가 있다며 소리를 질렀던 일이다. 흡연구역이나 장례식장 밖에서 담배를 폈는데도 그럴 때마다 몇몇 사람들이 와서 폭언을 하거나 시비를 걸었다고 한다. 한국 사회에서 청소년 흡연자가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건이다.

 

 중학생 시절 내가 살던 집 앞에서 같은 학교 남학생들이 무리지어 담배를 피고 있었을 땐 무서워서 그 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빠르게 지나갔었던 기억이 난다. 그 남학생들은 내가 살던 동네 근처에서 장소를 옮겨가며 담배를 피웠었는데, 내 친구 중 한명이 그 무리에서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남학생을 보고 여기서 뭐하냐, 너희 부모님이랑 우리 부모님이랑 아는 사이인데 내가 엄마한테 말하면 들킬거다라고 말을 했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 뒤로 집 근처에서 담배 피는 학생들이 모여 있는 걸 본적이 없다. 아마 좀 더 안전한 곳으로 옮겨간 것이었을 거다.

 

 청소년들은 집 근처나 학교 근처에서 담배를 피울 때는 학교에 주민 제보가 들어가거나 동네 주민들이 부모에게 흡연 사실을 알릴까 걱정해야 한다. 인터넷 Q&A에선 집 앞에서 흡연하는 청소년은 학교에 신고하면 된다는 답변들이 돌아다니고, 내가 사는 지역의 PC방 화장실 문 앞에는 학생이 흡연할 시 부모와 학교에 일괄적으로 연락 하겠다는 안내문이 화장실 문 앞에 거의 협박조로 써 있기도 하다. 나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한 학생은 주위 사람들에게 흡연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가족들이 집에 없는 금요일 밤에만 흡연을 한다.

 

 길거리에서 청소년 흡연자에게 아니꼬운 시선을 보내는 것을 넘어서, 선도를 한다며 시비를 걸고 폭언을 퍼붓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미성년자인 청소년들이 길거리나 흡연 구역에서 담배를 피우길래 훈계를 했는데 그 청소년들이 감히 어른에게 말대꾸를 하더라는 이야기는 꽤 자주 들려온다. 청소년이 안전하게 흡연할 공간은 학교를 벗어나더라도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흡연하는 청소년의 존재는 지워지고 위협받는다.

 

과도한징계가 문제일까?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면 그것은 그 자체로 일탈이 된다. 법적으로 처벌받지는 않지만 법을 대신하여 학교는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 흡연 선도의 선두에 서있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흡연을 규제한다며 삼진아웃제나 소지품 검사, 니코틴/소변 검사 등을 실시해왔다.

 

 발제문에서 충분히 살펴보았듯이 지금 현재 대다수의 학교에서 흡연을 과도하게 징계하거나 흡연을 적발하려는 과정에서 인권 침해를 저지르고 있다. 흡연 때문에 고등학교에서 최고수위의 징계인 퇴학을 당한 청소년의 수만 180명이다. 징계의 수위를 낮추는 것과 적발과정에서의 인권침해를 없애는 것은 당장 필요한 일이긴 하지만 그걸로 충분하지는 않다. 애초에 비청소년의 경우와 다르게 청소년의 흡연을 처벌하는 것이 당연하게 인정되어 왔던 이유는 무엇이고 그것은 정당한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학생다움을 강요하는 학교

 

 학교에서 실시하는 청소년 대상으로 한 금연교육(흡연예방교육)에서는 청소년이 담배를 피우면 안된다며 청소년은 아직 미성숙하기 때문에 담배에 더 나쁜 영향을 받는다는 이유를 대곤 한다. 하지만 발제문에서 지적 했듯이 흡연에 대한 학교의 징계는 학생들이 금연을 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학생답지 않게흡연하는 학생을 낙인찍고 배제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학교에서는 학생의 건강이나 인권보다는 사회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학생의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염색이나 파마, 교복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는 것, 흡연 등을 문제아나 하는 짓이라고 규정해놓고 처벌한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학생다움을 강요하고 흡연을 금지해서는 안된다. 같은 학교 내의 교사들이 하듯 학생들도 같이 담배를 피러나갈 수 있어야 하고, 학생들이 사용하는 시설들에도 흡연구역이 만들어져야한다. 금연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고 할지라도 청소년 흡연자의 존재를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


[이반 기자]